스텅민쩨의 아이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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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텅민쩨의 아이들2
  • 이동호
  • 승인 2009.05.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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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_(30)

 

이곳엔 VCAO라는  한 NGO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제가 아는 목사님 한 분이 이 학교와 연관을 맺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의 대학시절 교회선배였던 김형기목사님은 2년 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파견되어 현재 캄보디아에서 선교와 NGO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이 하고 계신 여러가지 사업 중 하나가 이곳의 아이들을 한국의 후원단체와 결연을 맺어주는 사업입니다.

 VCAO는 'Vulnerable (상처받기 쉬운) Children Assistance Organization'의 약자로서  처음에는 크메르루즈 정권 이후에 버려진 많은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캄보디아 내 4개 지역에서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교육과 직업교육, 정서적인 안정과 질병예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기 드물게 캄보디아 자체NGO이지만 그러나 재정적인 후원은 역시 해외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주로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부터 후원이 이어졌으나 최근에 재정적인 이유로 이곳 스텅민쩨이의 학교에서 실시해오던 직업교육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시내의 주택가에 위치한 과자도매상에서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차에 가득 실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을 것이라고는 단지 물밖에 없다는 현실을 가슴아파하면서 매주 한 번씩 이곳을 들를 때마다 과자를 사들고 온다고 합니다.

이곳은 정규학교가 아니고 취학전 아이들과 초등학교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유치원 및 방과후학교입니다. 아이들에게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두세번이라도 제대로 된 식사나 영양식을 먹일 수만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학교건물은 쓰레기매립장의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두 개의 교실 중 한 곳은 주로 취학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이곳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전통무용과 음악, 미술, 그리고 캄보디아어 등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책임교사인 NGO활동가 한 분이 학교운영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만든 미술작품들을 보여주었는데 하나같이 어찌나 예뻤던지... 그리고 여자 아이들이 보여주었던 전통무용 압살라춤 또한 어찌나 고왔던지... 비록 아이들의 몸은 쓰레기냄새가 깊이 배어 있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순수했었지요. 

 하지만 고학년 아이들의 얼굴엔 어딘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삶의 고단함을 알아버린 그런 얼굴이었지요.

또 하나의 교실에선 남자선생님이 수학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학교수업을 보충하고 있었나 봅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젊은 남자선생님도 진지했지만 아이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는 바로 그들의 부모들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많은 부모들때문에 이곳에서는 부모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정규초등학교가 가까이에 있지만 이곳 아이들의 출석율은 50% 밑으로 떨어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쓰레기를 주으면 하루에 2천리엘에서 4천리엘을 법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계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지 않는 부모, 단지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과자를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더없이 착한 눈망울로 저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과자 한 봉지에 이렇게 행복해 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 아니 죽 한그릇이라도 먹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배곯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 마음 놓고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의 기도가 이루어져 이곳의 아이들이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교실밖에선 남자선생님과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여학생이 아이들의 머리를 깎이고 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도 이곳의 아이들은 재봉기술과 이발기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여학생은 자신이 배운 기술로 자신의 동생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해주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비록 작지만 소중하게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베풀 수 있는 것은 그들 자신도 이 아이들처럼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악취와 파리떼가 들끓는 쓰레기매립장이 삶의 현장이면서 놀이터인 이곳의 아이들이 거리의 부랑아나 매춘굴의 여인들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VCAO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저희들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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