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정책 해부(3) - 의료법 일부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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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정책 해부(3) - 의료법 일부개정안
  • 행동하는 의사회
  • 승인 2009.09.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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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행동하는 의사회에서 발행하는 웹진 '행동하는 의사들'(http://www.khpa.org/board/zboard.php?id=news_letter)에 실린 글의 전문이다.
 
지난 7월 27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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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외국인환자 유치사업 관련 미비사항 정비
② 의료인단체 지부ㆍ분회 설치시 신고절차 등 폐지
③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④ 부속의료기관의 진료환자 범위 제한
⑤ 조산원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확립
⑥ 한방의료기관의 한약 규격품 사용 의무위반시 처분 강화
⑦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강화
⑧ 특수의료장비 등록업무 지방이양
⑨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료기관 확대
⑩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경영지원사업 추가)
⑪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⑫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 의료기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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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현재 의료계 및 보건의료 관련단체 사이에 주요 이슈가 되는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법인 부대사업으로 경영지원사업(MSO) 추가>

우리는 이미 지난달 웹진에서 의료법인 부대사업으로 경영지원회사 설립이 가능할 경우 수평적 MSO보다는 대형병원 위주의 수직적 MSO가 보다 활성화되어 일차의료의 독자성이 사실상 허물어지고 주요 대형병원 연계망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의료공급체계의 변화는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추후 민간의료보험회사와 특정 수직적 MSO(대형병원-중소병원-의원 연계망) 사이 계약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미국식 의료, 의료민영화의 완결을 의미한다고 말하였다. 지금도 수평적 MSO는 가능하다.

따라서 이 개정조항에 대해 행동하는의사회는 반대의견을 밝힌다.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 자문의료를 할 수 있는 원격의료는 허용되어 있다(제34조) 환자에 대해 화상 또는 검사기록을 정보통신을 통해 보내어 자문을 하지만 그것은 환자에 대한 직접 처방 또는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의료인과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현지 의료인이 진료를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안은 직접 먼 거리에 있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 원격의료(진료 및 처방까지)를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자를 도서·벽지 등 의료소외지역 거주자 뿐만 아니라 당연히 의료인이 있어야 하는 교정시설의 수용자 및 장애인, 노인 등 거동불편자까지 포함함으로써 그 대상을 넓혀놓았다.

원격의료는 발전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보다 편리하게 만성환자의 지속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사회 의료의 중요한 모습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에서 이를 전면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그 범위를 꼭 필요한 범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3차병원으로 f/u받는 환자들이 이제는 원격의료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경우 대형병원의 환자쏠림은 더더욱 가속화되고, 지역의료는 공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미 현행 의료법에서도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 원격의료는 허용하고 있는 만큼 환자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이번 개정안은 수정되어야 한다.

원격의료의 대상자는 도서·벽지 등 정말 의료인이 접근하지 어려운, 의료소외지역 거주자로 제한하며, 그 주체 역시 공공의료기관으로 제한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지난 10년간 의료공급체계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크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일어났으며(외래총진료비 비중 9.9% → 15.7%), 외래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 감소하였고(외래총진료비 비중 74.6% →60.0%), 경쟁이 강화됨에 따라 중소병원들이 시설,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형병원을 상대로 한 시설, 장비 경쟁에서 중소병원이 이길 수 없음은 이제는 명백해졌다. 오히려 과도한 투자와 낮은 수익률의 결과 많은 중소병원이 도산할 처지에 있다는 주장이 현실성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법인 합병결정 자체를 해산사유로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정부가 입법예고하였는데, 정부는 도산위기 중소병원의 문제를 단지 기존 우량 의료법인(대부분 대형병원)에 합병하는 것으로 해결함으로써 그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중소병원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국민건강과 공공에 이로운지 다른 정책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면에서 우수 민간중소병원의 경우 지역거점병원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과 장비, 설비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육성하는 것이 지역의료를 살리는 길이라 판단된다.

정부는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보다는 지역의료, 중소병원을 살리는 정책대안을 내놓는 일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의 경우 M&A처럼 진행될 우려가 제기되는 합병절차를 만드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 좀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번 개정안은 일부 마땅히 개정해야 할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나, 경영지원사업을 허용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이 원격의료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며,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중소병원을 육성할 계획과 비영리법인의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의료법인 합병절차를 마련함으로써 보건복지가족부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추후 9월 정기국회에 정부가 제출한 개정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삭제, 수정되길 희망한다.

글쓴이 : 행동하는의사회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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