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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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을 허하라
  • 조영권
  • 승인 2009.09.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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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행동하는 의사회에서 발행하는 웹진 '행동하는 의사들'(http://www.khpa.org/board/zboard.php?id=news_letter)에 실린 글의 전문이다.

경기도 성남시가 내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그리고 중·고교 학생들에 대해서도 예산조달이 가능할 경우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성남시만의 일이 아니다. 경상남도는 내년부터 도내 초·중학교 학생 모두에게, 전라남도는 농산어촌 학생 수 100명 이하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경상남도 합천군은 이미 초·중·고교에서 모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라남도 진도군 역시 올해 5월부터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의회는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 이는 예산이 부족하거나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급식을 정략적 대상으로 보는 의원들의 편협한 사고와 학교급식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반교육적 의식 때문이다.

헌법은 의무교육이 무상이라고 말한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무상’이란 교재 및 학용품 지급과 급식까지를 포함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런데 문제는 법률상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12조 4항에는 “국·공립학교의 설립·경영자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의무교육대상자를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하여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는 문구를 소극적으로 적용해 수업료 이외의 모든 비용을 학부모에게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법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급식법 8조 3항은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단일한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법안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곳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을 사귀며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을 확인한다. 때문에 적어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건강한 자존감의 형성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경제 수준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현행 무료급식 방식은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만을 줄 뿐이다.

때문에 적지 않은 부모들이 무료급식 지원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을 꺼린다.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이느니 차라리 본인이 밥 한 끼를 덜 먹겠다는 것이다.

급식비 미납여부 식별기를 설치하고 불우이웃돕기 모금으로 급식비 미납을 처리하며 놀이공원 한 번 데려가면 아이들의 상처받은 자존감이 회복될 것이라 보고 있는 현행 무료급식은 철저하게 시혜와 동정의 방식이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무상급식은 지금 당장 가능하다

이미 유럽의 다수 국가와 미국, 일본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책무로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우리 역시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지 못 할 이유는 없다.

예산 문제도 그렇다. 앞으로 4년간의 부자감세 규모가 약 100조인데, 그 중 한 해 3조씩 12조만 양보해도 전면 무상급식 실시가 가능하다. 23조 가량이 소요되는 4대강 개발 사업비 중 약 10%만 투입해도 가능한 일이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마포구의 경우 대략 70여억 원의 예산만 확보되면 초등학생 22,819명에게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 이는 낭비성 업무추진비, 불법적인 의정활동비, 불필요한 도로공사 비용만 줄여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는 금액이다.

10여 년 전 전면적인 학교급식 실시를 통해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 도시락 걱정을 덜었다면 이제는 무상급식을 통해 교육복지를 앞당기는 중요한 시점에 왔다.

말로만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무상급식 체계 정착을 통해 교육당국과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조영권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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