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영어사랑! 우리말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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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영어사랑! 우리말은 어디로?
  • 김기현
  • 승인 2010.01.19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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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문자의 난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사랑(?)은 도를 넘어선 것 같다.

‘엄마, 아빠’란 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값비싼 영어학원과 선생을 찾아다니는 부모들의 처절한 노력은 이제 새삼스러운 풍경이 아니다.

일년에 한번도 외국인(그것도 영어를 쓰는)을 만날 일 없는 성인들도 왠지 영어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무작정 유명 회화 학원을 찾아 다니고 있는 모습 또한 낯설은 풍경이 아니다.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오는 소위 지식인이란 작자들은 영어 한마디씩 해야만 지식의 높음을 증명할 수 있기라도 한지 뻔한 우리말을 놔두고도 영어로 지껄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나의 경우에도 이런 식의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심지어는 집안에서조차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 가정도 있다고 하니, 이런 지극한 영어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 이외에 또 어디에 있을까?

사실 우리말은 상당히 어렵다. 조사 한글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지기도 하고, 존칭과 하대에 대한 수많은 표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구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친인척을 표현하는 것도 고종, 이종, 당숙, 백숙 등과 같이 사람별로 각기 다르며, 같은 색깔이나 느낌 등도 수십 가지로 표현이 가능하니 외국인이 우리말을 제대로 배울라치면 혀를 절로 내두르게 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어려운 우리말과는 달리, 우리의 문자인 한글은 쉬우면서도 과학적인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널리 입증된 뛰어난 창조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글은 우리말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기능적인 장점 뿐만 아니라, 형태학적인 짜임새(한글자 한음소, 자음과 모음의 함께적기 등)의 뛰어남, 한번 배우면 누구나 쉽게 따라 쓸 수 있다는 점 등, 여러면에서 다른 나라 문자들을 충분히 압도하고 남음이 있다.

이렇듯 뛰어난 한글이 최근 우리말의 홀대와 더불어 동반 천시받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종이 창안하고 집현전의 학자들이 만들었다는 한글에 대한 우리의 이해정도는 얼마나 될까?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잠깐 배운 내용 이 외에는 거의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나랏말싸미 듕귁과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쐬’로 시작되는 ‘월인석보’의 내용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정도일 것이다.

‘문자의 난’은 이런 한글의 창제과정의 역사적 배경과 세종의 개인적 고뇌, 그리고 그 속에서 구현된 과학성과 우수성을 다룬 글이다.

한글이 집현전 학자들을 통해 창제되었다는 것은 거짓이다, 오히려 집현전 학자들은 한글 폐기를 위해 상소문을 올렸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한글 창제과정에서 우리에게 알져지지 않았던 여러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글은 세종이 비밀리에 단독 창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훈민정음 서’나 ‘훈민정음 해례’ ‘실록’등에 나온 내용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는 내용으로,  그렇게 사실과 다르게 저술된 것은 세종이 한문에 맞서 한글을 살리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한글 창제 당시 세종의 발자취를 역사적 배경과 연관지어 더듬어갔고, 한글 창제 과정을 밝히기 위한 여러 가설들을 세계의 다른 문자들과 비교해 세우게 되는데, 이는 꽤 깊이 있는 연구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따라서 상당한 논리적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다만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확인되지 않은 세세한 내용들은 소설적 요소들을 가미해 저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로 인해 더욱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음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자의 난’은 한글 창제에 대해 기존 학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한글이 매우 우수한 문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작년 8월에 문자가 없었던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언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서 한글의 우수성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음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영어몰입교육이네 뭐네 하면서, 국가적으로 영어로 말하고 쓰기를 장려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네 위정자들과 지식인들이 과연 우리말과 한글의 우수성을 말이 아닌 가슴으로 담고 있는지를 되새기게 된다.

김기현(광전건치 대표, 수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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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idan 2011-07-29 04:57:19
That's the best asnwer of all time! J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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