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건강증진 ‘보건학 접근’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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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건강증진 ‘보건학 접근’으론 부족
  • 박기수
  • 승인 2010.03.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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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10년 회고·10년 전망] 우리나라 농업인 건강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필요 사항이 의식주이다. 이 중에서도 먹거리는 가장 필요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것들이 국산 먹거리 사용으로 이어져 가급적 국내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농업인의 인구는 1980년대 전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했는데 2006년에는 6.8%로 감소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농촌 지역의 고령화인데, 통계청에서는 2020년에 농촌 인구의 약 60%정도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점점 감소해 국산 농산물을 먹는 것에서 또 다른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부정적 평가’ 지배적인 농촌 환경

그럼 농촌 지역은 사람들이 살기에 어떠한 곳일까?

‘살고 싶다’ 혹은 ‘살기 좋다’는 것의 이미지나 정의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반드시 하나의 답이 존재할 수는 없다.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 고용 기회가 많고 일하기 좋은 곳, 자랑할 만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품격 있는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곳, 생활 환경이 충실해 생활이 편리한 곳, 건강을 유지·증진하기에 좋은 곳 등과 같이 기준이나 정도는 주관적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탓에 어쩌면 고정적인 개념을 못 박아 두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 농촌이 당면한 상황을 가리켜 ‘위기’라 칭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농촌의 주산업인 농업의 어려움이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농업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대됐으나 개방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 및 투입재 가격 상승 등으로 농가 소득은 정체 상태에 있고 앞으로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경제 기반 구조 자체가 다각화돼 있지 못하고 농업 생산 중심으로만 편중돼 있는 상태에서 농업이 어렵다 보니 한마디로 농촌은 ‘먹고 살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2008년 3~4월에 걸쳐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예비 노인 세대인 45~64세의 전국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노후에 관한 전화 조사를 실시했는데, 특이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전체 응답자의 52.2%가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공적 연금·사적 연금·저축 등의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농림어업 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의 응답자들보다 유의하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노후를 별로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할 필요성이 없다는 반응을 유의하게 많이 보였다고 한다.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45~64세의 예비 노인들은 노후에 대한 정보와 관심의 부족 등으로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농어촌 보건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정책은 과연 있는 것인가?

4대 보험의 ‘사각지대’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4대 보험이 구축돼 전 국민의 사회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우리 농촌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국민연금의 경우 실제 수급을 받고 있는 금액이 적어서 농촌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농촌의 건강보험도 도시 지역의 건강보험 가입자들에 비해서 효과와 만족도가 작다.

의료기관의 수도 적거니와 응급의학 전문의나 노인들의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재활의학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시·군이 각각 44%와 28.2%나 된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조사 결과는 농촌 의료의 열악함을 말해 준다.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 조치가 있지만 의료 시설의 열악함으로 농업인들에게는 이러한 제도가 그리 고마운 것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고용보험의 경우 가입한 농업인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며(2005년 11월 기준, 33,704명에 불과), 또한 농업이란 것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역시 농업인에게는 딴 나라 얘기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의 경우, 농림어업인은 법인에 속한 경우만 근로자로 인정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이 소농 또는 소작농이 대부분인 농업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농촌지역 건강증진 ‘다학제 접근’ 필요

농촌 지역 주민에 대한 보건복지 사회 안전망의 부족은 농촌 지역이 결국 노후 생활을 행복하게 보낼 수 없는 지역이 되고 평생 골병이 들어가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건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농민의 질병에는 농약 중독, 농부증, 비닐하우스병, 농업 환경과 관련된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감염병(기생충 감염, 탄저병·신증후성 출혈열·공수병·야토병 등의 인수 공통 전염병, 식중독 등), 피부 질환(세균성 질환, 바이러스성 질환, 진균성 질환, 기생충 질환), 사교상(蛇咬傷, 독사 등에 의한 교상) 및 자상,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 담뱃잎농부병, 생강굴 질식사, 일사 광선에 의한 일사병과 한랭에 의한 한랭 손상 등 매우 다양하다.

즉, 농업으로 인한 질환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만성질환보다 오히려 더 많고 이러한 것들이 주민들이 훨씬 체감하고 있는 건강 상태다.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관련 직업병 또는 업무 관련성 질환이 발생되면 상대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산업 환경의 개선을 꾀하면서, 왜 농촌 지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가?

농업인들의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접근인 금연, 운동, 절주, 영양, 그리고 적절한 질병 관리 등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즉, 농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어려움을 해결해야만 농업인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이 될 것이다.

국가에서는 농촌이 국가와 국민에게 소중한 지역이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 지역 개발이, 누구든 농업인으로서 일하고, 쉴 수 있고, 삶을 보낼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지역사회 개발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농업인들의 건강을 유지, 증진하여야 할 것이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농촌 지역의 건강증진 사업은 보건학적인 접근보다 다학제의 접근이 필요하고 결국 농업 발전이란 큰 틀에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기수(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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