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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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 김현덕
  • 승인 2010.03.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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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보건 기획 칼럼_23

 

- 우리나라 국민의 구강건강실태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난하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OECD 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삶의 질을 말하고, 이를 위하여 치아건강도 중요시 여기는 나라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구강건강실태는 OECD 국가에 비하여 열악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평균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70세 노인의 평균 치아는 아직 20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서 이를 빼는 대표적 원인 질환은 충치라고 불리우는 치아우식증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가 행하는 치아건강을 위한 구강보건사업이 바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다.

- 수불사업이란?

수불사업은 수돗물에 들어 있는 불소의 농도를 0.7-1.2 ppm으로 하여 전신 건강 및 미용에 부작용이 없이 치아우식증을 최대로 예방하는 사업이다. 사실 이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사업이 아니다. 이 사업은 1945년 미국국립보건원 구강보건담당관이던 딘 박사에 의하여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발하여 시작하여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20세기의 대표적인 공중보건사업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 사업을 치아건강을 위하여 세계인이 사용해야 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추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이 사업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 사업의 비용 때문이 아니라 공중 수돗물 망을 광범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의 전 국민이 공중 수돗물의 수혜자인 우리나라에서 이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을 시행하기는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사업의 비용은 백만 명의 주민이 있는 도시에서 일년에 약 1억원 정도다. 공중수돗물 망을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쉽고 안전하게 치아건강을 증진시키는 사업이므로 미국 캐나다 및 아일랜드 등 서구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 수불사업이 감소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불사업의 역사는 짧지만은 않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1년 진해 시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82년 청주 시에서 정부가 이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1994년 과천 시에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 사업이 실시되었다. 그 후 1997년 보건복지부에 구강보건과가 만들어지고, 이 사업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여 2002년도에 29개 지방 자치 단체에서 37개 정수장에서 실시하여 전 국민의 약 15%인 6백 3십만 명이 이 사업의 수혜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와 이에 따른 지방의회에서의 사업수행예산삭감 등으로 2007년 현재 수불사업은 25개 정수장에서만 실시되어 그 수혜자 수도 약 3백 8십만 명으로 줄고 말았다.

- 건강은 악화되고 돈은 더 들고

만일 이 사업이 계속 이러한 추세로 진행된다면, 국민의료비 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지난 해인 2006년 치과병의원 건강보험 요양급여비는 1조 723억원이었고, 비보험 진료비용을 포함하면 3~4조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중 치아우식증은 요양급여비만도 약 6,633백억이 소요되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 의한 치아우식증 예방율이 30-50%인 점을 감안하면, 약 5년 후 치아우식증은 최소 30-40% 증가될 것이다. 구강병으로 인한 진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최소 약 1조 4천억으로 추산되고, 전체적으로 약 4-5조로 추산할 수 있다. 결국, 수돗물불소농도사업 감소 때문에 증가될 구강병으로 인해 막대한 국민의료비지출이 예상된다.

- 돈이 드는 개별적 예방처치가 대안인가?

수불사업만이 이를 썩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 사업 외에 다른 방법이 많이 있다. 치과에서 썩기 쉬운 치아에 실런트를 넣어 골을 메우는 방법이 있고, 아주 고농도의 불소를 치아에 발라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치들은 각 개인을 대상으로 하고 아직 의료보험요양급여에 포함되지 않아서 그 비용을 모두 각 개인이 전부 부담하여야 하므로 상당히 많은 경비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상당한 여유가 있고, 예방에 관한 관심이 아주 높은 사람만이 이러한 처치를 스스로 돈을 내고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과연 나는 일이십 만원을 들여서 아직 썩지 않은 치아를 계속 썩지 않도록 예방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면 안전할까?

치아우식증은 세균에 의해서 생기는 일종의 전염성 질환이어서, 엄마의 세균이 아이와 가족에게 옮아가는 병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문제시되고 있는 요즈음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계속 이가 썩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에서 이를 썩게 하는 세균은 힘이 점점 강해지고 조만간 전 국민에게 옮아가 전 국민의 치아를 썩게 할 것이다.

치아우식증은 나와 내 가족만이 건강하면 되는 그런 병이 아니다. 그래서 전 국민에서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기 위한 광범위한 보호막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수불사업이나 식염불화사업 등의 기본 예방사업을 시행하여서 우선 세균의 힘을 약화시키고, 실런트 등 다른 예방법을 병행하여 보다 치아를 단단히 보호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모두가 건강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상생의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수불사업을 확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치아는 빠른 속도로 썩어갈 것이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수불사업과 같은 불소의 광범한 사용은 전 국민에서 이를 썩게 하는 세균을 막아내고 약화시키는 일종의 예방주사와 같은 것이다.

예방주사는 일회 내지 수회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지만,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 기본 원리에서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 현명한 선택을 지키려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수불사업을 확산시켜 우리나라 국민의 치아를 건강하게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권력을 위임받은 의원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수불사업이 정확히 진행되고 있는지 국정 감사를 통하여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수불사업을 방해하여 우리의 치아건강을 망가뜨리는 의원들에게 선거를 통하여 처벌받게 될 것을 경고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수불을 통하여 치아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함께 뭉쳐야 한다. 강력한 시민건강단체를 조직하여야 한다.

정부가 수불사업을 확산시키지 못하여 우리의 치아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치아건강을 위하여 수불사업을 지켜야 한다.

수불사업을 추진할 중심축인 보건복지부내 구강보건 전담부서를 없애버린 현 정부에게 우리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선택은 그 빛을 잃고 우리의 치아는 급속히 썩어 갈 것이다. 수불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수불사업에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자. 정부와 의원들이 잘못된 위협에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의 작은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다.

김현덕 교수(서울대학교 치과대학)

* 이 글은 구강보건사업지원단(http://oralhealth.hp.go.kr/)에서 발행하는 웹진 '건강 길라잡이' 에 게재된 칼럼의 전문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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