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료비 2015년 OECD ‘평균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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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료비 2015년 OECD ‘평균 추월’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04.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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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대비 10.2%…2024년엔 16.1%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쏟아부어야

2009년 건강보험 총 급여비용으로 전년대비 12.8%가 증가한 39조3,390억 원이 지출됐다. 여기에 비급여로 환자가 부담한 부분을 더하면 총 의료비 지출액은 60조원을 넘는다.

매년 평균 2% 정도의 수가인상율 외에 10% 이상은 의료공급자들이 진료총량을 늘인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의료비 증가 요인은 ▲병상수의 과잉 공급 ▲불합리한 진료비 지불체계 ▲외래진료 늘리기 등 과잉진료 ▲과도한 약제비 비중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지출에 대한 관리수단 없이,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와 고가의료기술 등과 결합해 폭발적인 증가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험재정 위기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의료비 지출구조 등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단계에 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건강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고 의료계는 지금의 의료시스템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정부, 국회, 가입자, 의료계, 보험자가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수’ OECD 최저…‘진료 총량’ 최고

2007년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7명으로 터어키 1.5명에 이어 최하위이며, OECD 국가평균 3.1명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래진료 건수는 OECD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로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감기환자 진료 회수 늘이기 등이 만연해도 관리수단이 없는 실정인 것이다.(표1)

이러한 현상은 입원도 다르지 않다. OECD국가들은 인구 1천명당 급성기병상 규모가 2002년 평균 4.0병상에서 2007년 3.8병상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1.4개나 늘어난 7.1개로 OECD국가 중 2위다.

‘연평균 입원일수’도 OECD국가들은 7.2일이지만 우리나라는 13.6일로 OECD국가 중 2위다<표2>.

건강연대 관계자는 “선진 외국이 엄격하게 병원 증설을 제한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전혀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이렇듯 의사 수는 가장 낮으면서도 전체 진료총량은 가장 높은 기형적인 현실은 의료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민의료비! 2024년 16.08%로 ‘세계 최고’

2007년 우리나라 국민의료비는 GDP대비 6.8%로 1990년의 OECD 국가평균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부터 최근 10년간 GDP대비 국민의료비의 증가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평균 5.2%였고, OECD국가는 평균 1.55% 였다. 이를 적용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민의료비는 9.21%로 2007년 8.9%인 OECD국가 평균수준을 넘게 된다.

이에 대해 건강연대 관계자는 “OECD 국가들이 도달하는데 18년이 소요된 국민의료비 수준이 우리나라는 6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율 속도가 3배 이상이나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 국민의료비는 2015년 10.20%로 OECD 국가 평균인 10.05%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또한 2024년엔 16.08%로 OECD국가평균인 11.54%보다 4.54포인트 높아져 국민 1인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를 지출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건강연대는 “이대로 간다면 보장성은 60%대 초반을 못 벗어나면서도 OECD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의료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과도한 국민의료비 때문에 국가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미국의 사례가 바로 우리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불합리한 진료비 지불체계 ‘폐해 심각’

이렇듯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에 대한 대책을 위해 현행 진료비 지불제도에 대한 손질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행위별수가제인 현 병원지불제도는 진료행위를 늘리면 진료비도 그만큼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진비,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고가의료장비 비급여를 추가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특히 병원의 행위별수가제로 동일질환의 수술비는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위암 수술비는 500만원까지, 같은 골절 수술도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한 조처로 정부는 1997년부터 편도선수술, 맹장염수술 등 7개 상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진료권 침해’라는 의사들 저항에 부딪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주요 국가 중에서 병원에 대한 진료비지불이 행위별수가제인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의료의 질 향상 위해 ‘총합계약제 도입 절실’

의료비 증가에 대해 우리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던 유럽 각국들이 1980년대부터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해 온 것에 비하면 우리는 코앞에 다가온 재정위기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시피 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독일은 1989년에 참조가격제를 실시하고, 2004년부터는 모든 병원에 대해 전면적으로 포괄수가제를 도입했고, ‘연방의료의 질 평가기구’를 통해 진료수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총액계약제’ 역시 선진유럽 국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 의료비 관리제도인데, 독일은 1996년 병원부문에 총액계약제를 실시했다.

이웃 대만 역시 1998년부터 부문별로 총액계약제를 실시한 후 2002년부터 병원으로 확대했는데, 보험자로 파견된 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을 포함한 평가기구는 병원의 진료서비스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건강연대는 “대만 국민의 건강보험 만족도는 80%이상이며, 수술 등 중증질환자의 만족도는 90%가 넘는다”면서 “의협이 주장하는 총액계약제로 인한 의료의 질 하락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총액계약제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수단과 장치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주치의제도’로 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건강연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동네의원인 1차 의료기관으로서 주치의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주치의의 소견서 없이는 응급이 아니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 국가에서 비교적 늦은 편인 2005년에 주치의제도를 도입해 현재는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자신의 주치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치의는 환자의 질병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관찰하고 있어 불필요한 병원진료를 막고, 만성질환자에 대한 효과적 관리와 예방진료가 가능해 결과적으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건강연대는 “의협은 동네의원들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환자를 대형병원 등에 빼앗기는 현실을 호소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치의제도는 지금처럼 의원들이 고가장비를 들여오고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과잉투자에 대한 부담도 반감시킨다”고 말했다.

약가거품 ‘쌍벌제’ 없이는 못 빼

2009년 3/4분기 약제비 비중이 전체 보험급여비의 29.64%를 차지함에 따라 2009년 약제비 보험급여비는 11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29.4%인 10조3천억 원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약제비 비중인 17.6%의 1.7배이며, 건강보험 지출에서 2003년~2008년 증가율은 13.6%로 OECD국가 평균의 2배가 넘는다.(표 참조)

▲ 연도별 건강보험 총급여비 중 약제비 비중(단위:원,%)
보건복지부는 2조~3조 원으로 추산되는 리베이트 등 소위 ‘약가 거품’을 빼기 위해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은 시범사업인 고지혈증 치료제도 1년 이상이나 지난 2008년 말에야 발표했고 고혈압 치료제 등에 대한 사업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2011년까지 약제비 비중을 24%로 낮추겠다는 약속이행은 찾아볼 수 없으며, 약제비 증가율은 매년 더욱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으로 저가구매인센티브를 발표했지만 쌍벌제 없이는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범사회적 논의 틀 마련 시급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 중인 미국은 OECD 국가평균의 2배에 달하는 GDP대비 16%의 국민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5천4백만 명의 무보험자, 최하위의 국민건강지표, 천문학적 규모로 증가하는 의료비 비중으로 국가경쟁력마저 위태로웠다.

건강연대는 “자유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미국도 의료 영역은 강력한 국가의 통제가 있어야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은 민간 위주의 의료보험체계의 폐해가 초래한 국가적 재앙을 피하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 유일하게 외국에서조차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리병원 허용, 민간금융의 보험역할 확대 등을 통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현 정권에 들어 보장성은 64.6%에서 62.2%로 후퇴했으며, 보장성 강화에 대한 그 어떤 거시적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미지급 누적액은 4조2천억 원을 넘었고,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에 떠넘겨 2년간 6천2백억 원의 보험재정이 지출됐다. 후퇴한 보장성은 민간의료보험을 더욱 확장시키며 의료민영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건강연대는 “정부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보험재정 위기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격적인 대책수립에 나서야 한다”면서 “의료계는 폭등하는 의료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하고, 정부와 국회, 가입자, 의료계, 보험자 등이 모인 논의의 틀을 통해 법제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강연대는 “우리는 발등의 불이 되어버린 진료비 지출구조 개선을 위한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고, 보험재정의 파탄으로 인한 엄청난 국민적 부담을 막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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