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대응‧어정쩡 태도 ‘치협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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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 대응‧어정쩡 태도 ‘치협 달라질까’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0.05.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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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분원특위, 7일 간담회 열고 중재 나서…김세영 위원장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

 

단국대치과병원의 죽전분원, 서울대치과병원의 관악분원 설립 추진으로 해당지역 개원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치과병원 분원설립에 대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세영 이하 분원특위)가 본격 중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치협은 올 상반기 두 개 치대병원의 분원설립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지난달 24일 열린 대의원총회에 “무분별한 대학 분원 설립에 치협은 대책을 마련하라”는 안건이 상정·통과되는 등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분원특위 간사인 박영섭 치무이사가 “단국대치과병원도 치협 회원으로, 우리는 한 식구다”라고 발언,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치협 분원특위는 지난 7일 서울역 부근의 한 중식당에서 이해당사자인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치),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치), 단국대치과병원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는 위원장인 김세영 부회장과 간사인 박영섭 치무이사, 기태석 위원, 전영찬 위원을 비롯한 분원특위 위원들과 서치 김소현 치무이사, 경치 김욱 치무이사가 참석해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단국대치과병원 죽전분원 설립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용인시치과의사회 이일성 회장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으나 단국대 측에서는 조인호 부총장이 끝내 참석치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치협 보다 ‘적극적 태도’ 보여야…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치협의 늦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뤄졌다.

전영찬 위원은 “치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게 특위를 구성하는 등 늦장 대응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1년에 2회 이상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쏟아지는 정보에 귀 기울여 미래에 대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분원특위 김세영 위원장
이에 김세영 위원장은 “치협이 결코 분원설립 등의 문제에 무관심 한 것이 아니다”며 “다방면의 치과계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사실상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없어 스스로도 항상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난날 원광대 대전, 산본 분원 건으로도 논란이 많았으나 때마다 늦장 대응으로 미진한 결과를 낳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죽전분원 설립 건에도 그런 감이 없진 않지만, 치협이 두 발 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분명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치협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용인시치과의쇠 이일성 회장은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회원이 일반 개원의들이고, 개원의 없는 치협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며 “대전, 산본 분원에 이어 똑같은 상황을 세 번째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식구라 중재하겠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치 김소현 치무이사도 “지금 이 시점에 치협의 한 식구 발언은 개원가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섣부른 발언을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영섭 간사는 “지난번 회의에서 ‘단국대 치과도 우리 치협의 회원이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나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협회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상호 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경치 김욱 치무이사는 “치협이 중재자의 역할을 하면서 개원가의 입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진다면 고맙겠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에는 치협이 유감 표명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세영 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있어 치협이 공식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전혀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어 양측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고, 당사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중재 역할을 해 상호 협력적인 윈윈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분원설립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이날 간담회에서는 치과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분원설립을 막기 위해 윤리적 의미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과 함께, 특히 가이드라인 미준수 시 분원설립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소현 위원은 “설립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무작정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대학이 교육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세영 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비록 법적 효력을 발휘하진 못하겠지만 윤리적 의미의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치협이 선언적 의미를 담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해도 역으로 그 조건만 취합하면 우우죽순으로 분원 설립 건이 이어질 수 있다”며 “비록 윤리적 의미의 가이드라인 일지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섭 간사도 “모든 권한이 주어지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치협에 징계 등의 권한이 없다”며 “가이드라인 형성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하나 이러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그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박 간사는 “가이드라인을 분원특위가 만드는 것보다는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에서 영역을 두고, 외국 사례 등을 충분히 살펴본 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했다.

▲ 용인분회 이일성 회장
용인분회 이일성 회장도 “지난 2008년 김세영 위원장이 ‘분원설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분원만을 허용하겠다’는 의사 밝힌 바 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며 “가이드라인이 생성돼도 대학 측에서는 이번 집행부가 넘어가기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치협은 대학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시 분원 설립을 억압하는 등 강력한 가제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위원도 “치협의 권한으로 이를 다스릴 수 없다 할지라도 집단적으로 의견을 모아내는데 그 가치가 있다”며 “치협은 가이드라인 생성 후 대학이 이를 준수하는지도 끝까지 감시‧추적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박 간사는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의료법 자체에도 그 기준이 없다”며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순 없겠지만 선언적 의미이든 윤리적 의미이든 간에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목록을 연구해 다음 토의 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죽전분원! 치협 시급히 ‘단국대 만나라’

이날 간담회에 단국대 측이 불참한 것과 관련 김욱 위원은 “이러한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단국대 측의 태도는 소통을 거부하는 처사”라며 “설립이 끝난 상황에 완연한 저지를 할 수 없는 이상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일성 회장도 “이러한 상황에 치협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치협이 계속해서 만남을 회피하기만 하는 단국대 측과 1:1 대화를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세영 위원장은 “단국대 측에 정식으로 협조 공문을 발송해 빠른 시일 내에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이날 분원특위는 “설립이 끝난 상황에서 완전한 뒤엎기는 어차피 불가하다”며 “충분한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에 맞는 지역 치과와 대학 간의 유대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는게 합당한 방안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용인분회와 경치는 오늘(10일) 날짜로 단국대 측에 2차 간담회를 요청해둔 상황이며, 진전된 논의 결과를 위해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김욱 위원은 “2차 간담회에는 기자 참석 시 불참 의사를 밝힌 단국대 측의 뜻에 따라 진전있는 대화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배려에도 단국대 측이 이번 간담회 참석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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