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짜기 암자에 스님과 어린 동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린 동자는 스님이 마을에 갔을 때 부모를 잃고 헤매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려온 소년이었다.
강원지방은 겨울이 일찍 찿아온다. 그래서 가을 추수도 다른 곳보다 훨씬 빠르다.
동짓달 무렵, 겨울 채비가 덜 된 것을 걱정한 스님은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어린 동자를 암자에 홀로 남겨두고 마을로 내려갔다. 단숨에 마을에 갔다 온다고 동자에게 이르고 나섰지만 험한 산간 지역이라 몇 십리를 가야 겨우 인가를 볼 수 있었다.스님은 동자가 있는 암자로 빨리 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지만 겨울 하루 해는 너무 짧기만 했다.
그러나 암자의 어린 동자는 너무나 어렸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려 스님이 못 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린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마을로 내려간 스님이 이제나저제나 돌아오기만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렇게 동자는 며칠을 스님이 내려간 언덕만 바라보다 마침내 앉은 채로 얼어 죽고 말았다.
드디어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했을 무렵 스님은 서둘러 암자를 향해 길을 떠났다. 암자에 도착한 스님은 마당 끝 언덕에 오뚝하게 앉아서 죽은 동자를 발견하였다. 너무나 큰 슬픔과 절망이 몰려왔으나 스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죽은 동자를 바로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다.
그 이듬해 봄이 되자 동자의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으며, 한 여름이 되니 꼭 동자의 얼굴같은 붉은 빛의 꽃들이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죽은 동자를 생각해 이꽃을 '동자꽃'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조그만 정원에 나무와 풀을 심으면서 두 아이에게 이것은 너의 나무, 저것은 너의 꽃으로 해 주었다. 야생화을 취급하는 꽃집에서 동자꽃을 구해 심으면서 작은 아이의 꽃으로 정해 주었다. 하지만 동자꽃에 대한 전설을 알고는 슬그머니 취소해 버렸다. 너무나 슬픈 사연이 담겨있는 꽃이기에 아내는 마음이 영 찝찝한 모양이다.
야생상태의 동자꽃을 볼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비교적 깊은 산속에 가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화시기도 잘 맞추어야 꽃을 볼 수 있다. 7월의 어느날, 자생지 정보를 대충 설명만 듣고 달려갔다. 이미 개화시기가 조금 지나 싱싱한 꽃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피어있는 마지막 꽃을 담아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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