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묵은 ‘지도치과의사제’ 폐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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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묵은 ‘지도치과의사제’ 폐지되나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06.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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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이수구 집행부 ‘3자 합의’·개원가 반응 주목…복지부, 양승조 의원 법안 통과 시 추진

지난 1967년 도입된 치과기공소 설립 시 반드시 지도치과의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지도치과의사제도’(이하 지도치의제)가 조만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수구 이하 치협), 대한치과기공사협회(회장 송준관 이하 치기협) 3자가 최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기사법)에 불법기공물 관련 제재조항을 담는 대신 이와 같이 지도치의제를 폐지키로 합의한 것이다.

본지가 복지부와 치협, 치기협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도치의제를 폐지키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승조 의원의 발의안은 “치과기공사는 치과의사가 발행하는 ‘치과기공물 제작의뢰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면허취소 및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불법기공물 차단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치과기공사가 치과기공소 2개 이상 개설 금지 ▲적합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개설등록 ▲치과기공소 허위·과대광고 금지 ▲특정 치과기공소 고객 알선·소개 및 유인행위 금지 등 치과기공사의 개설등록 및 운영과 관련 7개의 규제사항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불법 기공물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없애면, 지도치의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에 (치협과 치기협이) 합의했다”면서 “지도치의제 폐지는 이미 행정안전부와 규제개혁위원회도 ‘전근대적 제도’라며 폐지를 권고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3자는 지도치의제 폐지를 위해 불법기공물 근절을 위한 의료기사법 개정안 마련을 준비해 왔으나, 양승조 의원과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법안은 양승조 의원이 별개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양 의원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적절하다고 판단, 별도의 법안은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양승조 의원의 발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체적 시행을 위한 시행령·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 기간 시행규칙에 있는 지도치의제 조항 삭제도 추진, 양 사안이 병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도치의제가 이렇듯 불법기공물 처벌의 법 명시만을 전제로 폐지되는 것에 대해 개원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도치의제가 43년을 끌어온 치협과 치기협간 오랜 갈등사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치협이 회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합의를 해줬다는 절차상의 문제제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치협은 지도치의제 폐지를 치기협, 복지부와 합의했다는 사실을 기관지인 치의신보를 통해서조차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경기도의 M 원장은 “지도치의제가 평등해야 할 치과와 치과기공소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절차상 문제를 떠나 유명무실한 지도치의제 폐지라는 대의에 치협이 동참한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또 한편으론, 양승조 의원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불법기공물 차단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검증이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공형찬 공동대표는 “아직까지 기공물 의뢰서 없이 기공물을 의뢰한 적이 없고, 아마 대부분의 치과가 안쓰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공물 제작의뢰서가 없을 때 제재를 가한다는 조항이 모법에 포함돼도 사실상 단속권한이 있는 곳에서 손놓고 있으면 불법기공물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치과의사들은 가질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공 대표는 “지도치의제는 파트너쉽을 가지고 가야할 치과와 기공소간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규정짓고 있기 때문에 폐지에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지도치의제가 부정기공물을 기공소에서 제작하는 지를 감시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단속을 해야 하는 지자체가 지금까지는 지도치의제 등으로 소극적이었지만 폐지되면 달라질 것이고, 개정안에도 치과의사가 치과기공소 불법기공물 제작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 의원 발의 개정안 제11조의3 ③항에는 “치과기공물제작등 업무를 의뢰한 치과의사는 실제 기공물 제작 등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치과기공소 개설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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