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앞둔 기등재약 목록정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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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궤도 앞둔 기등재약 목록정비 포기?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0.07.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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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6일 건정심서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실상 포기 선언…기등재약 20% 일괄인하 제안

 

보건복지부(장관 전재희 이하 복지부)가 지난 16일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안건으로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사실상 중단하는 안건을 긴급 상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 상정된 안건에는 복지부가 기등재약 목록정비 대상인 46개 약효군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2011년까지 진행한 뒤 유용성 없는 성분은 목록에서 삭제하고 동일성분내 최고가를 기준으로 80%수준으로 '일괄 인하'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 언급된 기등재약 목록정비 '일괄인하'는 그동안 복지부가 강조했던 기등재약 목록정비의 방침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으로 "이에 대한 배경과 충분한 근거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기등재약 목록정비 포기선언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실상 포기…약값 정상화 기대 '산통'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보장상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복지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약값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좌절시키는 복지부의 제안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는 2006년 실시된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일환으로 정부는 그동안 해당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지난 고지혈증 시범평가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을 때는 품목정비를 포함해서 본 평가는 엄정하게 실시할 것임을 건정심에서 합의한 바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임명희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와 원칙을 단숨에 허물면서 이에 대한 근거와 배경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아울러 경제성 평가 작업이 어려운데다 이를 수행할 전문가가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정부의 의지가 없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도입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의약품 목록수가 너무 많아 과당경쟁이 일어나므로 바람직한 제약 산업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대비 효과적인 약제만을 보험으로 인정하고 기존에 등재된 약제는 일정기간 동안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적인 약제만을 보험약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임명희 사무국장은 "이미 현재 기등재약 약 15,000품목 중 약 30%(고혈압치료제 약 1,220품목, 기타 약 3,000품목~4,200품목)가 연구 완료 또는 진행 중"이라며 "특히 고혈압약 목록정비는 2010년 하반기에 고시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중단선언은 건 지난 3년 반 동안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또한 복지부가 제안한 가격의 '일괄인하'에도 문제가 있다. 복지부에 의하면 동일성분내 최고가를 기준으로 80%까지만 가격을 내리기 때문에 최고가 기준 80%이하인 품목들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범국본은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특허 의약품, 동일성분내 가격수준이 하위 33%인 저가제품들과 퇴장방지 의약품, 제너릭 등재로 가격이 이미 20% 내린 제품들은 가격인하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하고 "과연 가격을 인하하는 기준이 80%인 것은 어떤 근거인지 명확히 발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부인…약제비 정상화 노력에 '찬물'

 범국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백분 이해해서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포기한다고 하면 과연 다른 약값 정상화 방안은 정상적으로 추진될까 의문이 된다"며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약제비 정상화를 위한 계속적인 보완책과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의지를 꺾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기대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범국본 조경애 위원장은 "복지부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어떠한 절차적 정당성마저 훼손하는 밀실행정의 구태스러운 모습으로 만약 평가과정에 어려움이 정말 있다면 상황을 드러내놓고 소통을 하는게 먼저"라며 "약값정상화와 약제비 제도 개혁에 의지가 있다면 이제라도 이번 제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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