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TV와 신문을 안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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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TV와 신문을 안 보는 이유
  • 김광수
  • 승인 2010.08.16 17:55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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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광수 논설위원

 

나는 요즘 신문을 별로 안 본다. 그래서 세상 일에 대해서 별로 잘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뭐 잘 살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의료 민영화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고, 진수희 같은 사람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고, 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도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민주당도 이런 식으로 은평 을구에서 장상 따위나 후보자로 내세워서 다시 한번 국민에게 배반감을 안겨주는 그런 한심한 작태를 보여서는 정말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소위 8년제 치대가 이제라도 바로잡아짐을 대단히 다행으로 생각하며, 과거에 8년제를 그토록 주장을 했던 사람은 (치의신보 과년호에 다 나와있다. 누군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제라도 당당히 나와서 사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론 나는 이제라도 fissure sealing 이 건강보험에 요양급여 됨을 만시지탄이나마 대단히 환영하며, 스케일링과, 잇솔질교습(전문가 치면세균막 관리)에도 하루빨리 요양급여가 되어야 한다고도 믿고 있다. 이번 복지부 구강보건과장은 또 몇 개월이나 있다가 갈런지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라도 좀 잘해주지도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민간의료 도입이나. 혹은 건강보험 민영화반대 이런 전선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싸우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어렵더라도 수불사업이나 구강보건 교육을 여전히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죄스럽고, 비교적 양심적이고 민주적이고자 노력하다가 불의에 가신 대통령을 추모하거나, 통일의 열망을 다지는 여러분들의 치열함을 본다면 내가 그분들 반열에서 무슨 논설위원이라고 무슨 글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송구스럽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문과 TV를 안 본다는 것에도 이러저러한 이익이 있다.

우선 나는 내가 세상 일을 모르고 지내도 밥벌어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개업 생활을 계속한다면 아무래도 그러기는 좀 힘들 것이다.

둘째로 나는 내가 평소에 얘기했던 대로,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아주 더 중요하다는 그 신조를 내 생업에서 실천하고 구현해 가고 있는 것이 가능한 현재의 생활에도 감사한다. 예방으로 내가 밥벌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준 행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생활비를 아낀다. 적은 월급에라도 살아가려면 말이다. 물론 연구와 교육을 하려고 해도 세상 일을 알기는 알아야 하지만. 그래도 신문 보는 일보다 책 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 다음으로, 신문 TV를 안보면 시간도, 마음도 훨씬 여유가 생기는데, 그래서 옛날에 사두었던 책들, 보려고 했지만 못 보았던 것을 볼 수도 있다. 고등학교때 외웠던 두보나 유치환의 시를 다시 떠들어볼 여유마저도 생긴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텅빈 고등학교 교정에 찾아가서 멍청히 시간을 보내기도 하거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신문이나 TV를 보면 무언가에 쫒기는 강박감을 계속 받게 되는데,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니 좋다.

자본주의 대량 소비시대에서 기업이나 자본은 언론과 광고를 통해서 시장을 지배한다, 즉 계속 뭔가를 사야만 하도록 만든다. 비단 상품 선전만이 아니더라도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도 보는 사람에게 계속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고 무슨 주장이든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그 주장이란 과연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본이나, 정권이나, 특정 집단(패거리)이나, 교파들(그나마 언론을 지배하는 자들)의 이익을 위한 주장이 아닌가 말이다.

한 때 나는 ‘인간을 죽이는 가장 주된 독소는 자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자본이 사회를, 시장을 지배하는 중요한 지배수단은 언론이다, 신문, TV다’라고 생각했다(건치신문은 그 반대임).

즉, 우리가 자본에 맞서는 길은, 우리가 자본을 죽이는 길은, 민중이 자본을 이기는 길은 신문, TV, 언론의 지배라는 마수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온국민 TV 파괴운동을 벌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영웅이 되기에는 나는 너무 유약했기에 그런 일을 생각으로만 그쳤지만. 그럼에도 그 교의는 여전의 유의미하다.

꼭 자본주의의 대항마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인간에게 가치있고 창조적인 일은 여유에서 생긴다고 한다. 텅빈 공간이 있어야 무언가 가치가 그곳에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작업의 의미도 생각하고, 존재의 의미도 생각하고, 행위의 의미도 생각하고, 살고 숨쉬는 맛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여유는 더큰 창조를 위한 것이고, 더 큰 저항을 위한 것이기에 실천을 담보로 하는 “의미”이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므로, 이러한 여유, 금전적 여유, 시간의 여유, 일의 여유, 관심의 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덜어내야 한다. TV도 끄고, 핸드폰도 끄고, 만남도 웬만하면 안 가고, 진료시간도 좀 줄이고. . . .

치열하게 현장에서 투쟁하는 분들에게, 때 아니게 한가나 여유 따위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미안하고, 변명삼아 한마디 한다는 게 이렇게 되었다.

함께 열심히 사는 하루하루가 됩시다. 지화자!

김광수(본지 논설위원, 한양여자대학 치위생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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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phia 2011-06-18 09:53:37
I'm out of league here. Too much brain power on dsilapy!

송필경 2010-08-21 06:30:20
날마다 보고 듣는 ‘새로운 것들’이 희망을 보여주지 않고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를 저도 벌써 버렸습니다. 형님다운 고뇌를 잘 읽었습니다.

송필경 2010-08-21 06:30:08
날마다 보고 듣는 ‘새로운 것들’이 희망을 보여주지 않고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를 저도 벌써 버렸습니다. 형님다운 고뇌를 잘 읽었습니다.

김의동 2010-08-20 09:33:09
글로라도 선생님을 뵐 수 있어서 좋네요...저도 요즘은 TV는 거의 안보다시피 하는데, 신문은 아직 끊을 수가 없네요. 저도 과연 신문을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건강하세요...

김의동 2010-08-20 09:32:55
글로라도 선생님을 뵐 수 있어서 좋네요...저도 요즘은 TV는 거의 안보다시피 하는데, 신문은 아직 끊을 수가 없네요. 저도 과연 신문을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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