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22]희극과 비극의 파노라마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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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22]희극과 비극의 파노라마 '형제'
  • 전민용
  • 승인 2010.11.01 13: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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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1,2,3 위화 휴머니스트

 

이 소설은 시대적으로 30 여년 전의 문화대혁명과 최근의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시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 위화는 문화대혁명 당시 중학생이었고, 나중에 치과의사를 5년 쯤 하다가 소설가로 전업했다.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설인데 글이 대단히 유머스럽고 인물들과 사연들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문화대혁명의 반인간적인 면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생생하게 풀어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소설 ‘형제’의 형제는 이광두와 송강이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너무도 다른 둘은 친형제가 아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데리고 결혼하면서 형제가 된 사이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이광두는 못생기고 엉뚱하고 다혈질이고 막무가내이지만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형이다. 송강은 건장하고 반듯하고 희생적이지만 고지식하고 비관적인 형이다. 둘은 일찍 부모를 잃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류진 제일의 미녀 임홍을 이광두가 짝사랑하고 임홍과 송강이 서로 사랑하게 되면서 형제 관계는 끝장나고 만다.

이야기는 어린 이광두가 재래식 변소에 고개를 처박고 다른 칸에서 볼일을 보는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 딱 걸려 류진 시내를 돌아 경찰서로 끌려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광두의 아버지도 변소에서 같은 일을 하다가 똥통에 거꾸로 처박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똥통 속에 직접 들어가 시신을 끌어내어 집에까지 옮겨 준 사람이 송범평이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훗날 건장하고 잘 생기고 류진에서 농구를 제일 잘하는 송범평과 이광두의 어머니 이란은 결혼한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이광두의 집은 박살이 난다. 송범평의 아버지가 지금은 입에 풀칠을 하기도 어렵게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지난 날 지주였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지주의 아들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성 강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던 송범평은 갖은 고초를 겪다가 결국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이렇듯 문화대혁명 기간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참혹한 대우와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진다.

이광두는 변소에서 본 여자 엉덩이 목격담을 팔아먹을 정도로 장사 수완이 뛰어난 아이였다. 그는 어른이 된 후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 들어 엄청난 부를 모은다. 부를 모으는 방법이 너무도 풍자적이다.

예를 들면 그는 전국처녀미인대회를 개최하여 큰 돈을 번다. 여기에 참가하는 미인들은 자기가 처녀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육탄공세로 심사위원들을 매수한다. 이 와중에 인공처녀막을 팔아 돈을 챙기는 사람도 등장한다.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고 인간의 성과 몸이 한낮 상품으로 팔리는 중국식 시장경제의 문제들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시장경제는 결국 모든 사람들을 휩쓸어 간다. 반듯했던 송강마저 직장을 잃은 후 몸은 망가지고 결국 가짜 약을 팔아 돈을 벌게 된다. 심지어 가슴 커지는 크림을 팔기 위해  남자인 그가 가슴 확대 수술을 받기도 한다. 성형 수술은 한국식이 제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송강은 아내 임홍을 자신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임홍은 남편을 잃고 여자를 파는 포주가 되어 큰 돈을 번다. 송강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광두는 사업체를 모두 넘겨주고 고독과 회한 만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이 소설에는 감정이입을 할 만한 인물이 없다. 하나같이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다. 그럴듯한 인물은 일찍 죽거나 다른 인물로 변신한다. 많은 인물들이 자기 이름도 없이 별명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역사적 현실적 간극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지만 작가가 가진 중국에 대한 절망의 표현 이자 전체주의 사회가 인간과 관계를 어떻게 망가뜨리는 가를 고발하는 내용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허삼관 매혈기(위화, 푸른숲)를 번역한 최용만이 ‘형제’도 아주 맛깔스럽게 잘 번역했다. 피를 팔아 가족의 어려운 일을 해결해 가는 허삼관 매혈기도 한 번 읽어 볼만하다.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실제로 중국에는 매혈을 해서 살아가는 마을 까지 있다고 한다. ‘형제’는 1,2,3권으로 되어 있고, 모 인터넷 서점에서 반값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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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0-11-02 17:10:55
인물이나 사건이 아주 재미 있죠. 중국문학 특유의 적당한 과장과 풍자도 재미있고요. 예를들면 어린 이광두가 시도때도 없이 고추를 비비고 다니고 커서는 변강쇠가 되는 설정같은 것 말이죠. 한편 사회비판이 진하게 들어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해서, 다른 말로 하면 많이 팔리는 것을 고려해서 문학적 완성도는 허삼관매혈기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김샘도 책 많이 보시네요. 한잔 합시다^^

김기현 2010-11-02 11:19:51
아주 작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사회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허삼관 매혈기에서 보여줬던 그런 일상을 통한 풍자, 비판이 형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위화의 작품은 꼭 한번 접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저는 개인적으로 대표작인 허삼관 매혈기부터 시작해서 ㄱ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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