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20문항 법규교육! 학점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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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20문항 법규교육! 학점조차 없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11.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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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치대 교육과정 천차만별…출제범위에 검역법은 있고 구강보건법은 없고

 

치과의사가 되려면 검역법, 전염병방지법 등은 꼭 공부해야 하지만 구강보건법이나 치과계 최대화두인 전문의제도 등은 몰라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과의사 국가고시 340점 중 법규관련 문항이 20점이나 차지함에도, 학점조차 배정돼 있지 않은 치과대학이 있었으며, 대부분 대학들이 충분한 교육시간을 배정하지 않는 등 치의학 법규교육이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법규교육이 예비 치과의사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치과의료윤리를 심어주는 계기가 아니라, 국시 직전인 마지막 학기 20점을 획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의시간을 배정하는 하찮은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1개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대)에는 올바른 가치관과 의료윤리를 갖춘 치과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습득시킬 전문인력조차 없으며, 현재 예방치과나 구강내과 교수들이 업무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당 교수들도 강의시간과 학점을 제대로 배정해 주지 않는 등 학교측의 비협조로 열악한 환경에서 법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치대마다 ▲교육시간 ▲학점 ▲시기 ▲범위 ▲내용 ▲방법이 모두 천차만별로 달라 국가시험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출제위원으로 어느 치대 교수가 들어가냐에 따라 매번 국시 문항 스타일이 바뀌기 때문이다. 즉, ▲‘치의학 법규교육의 표준화’와 ▲제대로 된 교육체계 마련 ▲국시 출제범위의 현실적 개선 등이 절실한 것이다.

치의학 법규교육 ‘표준화 스타트’

이에 전국 11개 치대 법규교육 담당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경희 치대 교수회의실에서 ‘한국 치대 및 치전원 법규교육 교수협의회’(이하 법규교수협)가 창립총회를 가진 것이다.

각 치대 법규교육 교수들은 올 중반기부터 ‘교재의 통합’과 ‘협의회 출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지난달 초에는 11개 치대 16명 중 14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이날 공식 창립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발기인 중 8명의 교수와 양승욱 변호사,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수구 회장이 참가했으며, 이수구 회장의 축사와 한국치과대학교육협의회 최재갑 회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치과의사시험위원회 최순철 위원장이 격려사가 이어졌다.

최재갑 회장은 격려사에서 “오늘날 치의학 교육은 과거 생물·기술 중심적 교육으로부터 생물·정신·사회 중심적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 치과의사는 단순한 질병치료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도적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최 회장은 “그러나 아직도 치의학계에서는 인문사회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위기가 잔존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이번 시점에서 법규교수협의 출범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우리나라 치의학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왼쪽부터 박덕영, 서봉직 공동회장
법규교수협은 이날 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강릉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박덕영 교수와 전북 치대 구강내과학교실 서봉직 교수를 공동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어 경희 치대 박용덕 교수의 ‘치의학에서 보건의료관련 법규교육에서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 및 참가자들의 ‘각 치대 법규교육 현황’ 발표와 종합토의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은 현재 치의학 법규교재가 2개로 나뉘어 있는 것은 문제라는 공감대와 함께 ‘통합교재’를 마련키로 합의하고, 통합교재 발간을 위한 구체적 실무를 논의했다.

통합교재 발간 통해 ‘법규교육 질 제고’

한편, 이날 종합토의 시간에는 각 대학 담당교수들의 어려움 성토가 이어졌다.

부산 치대 구강내과 안용우 교수는 “정규수업시간이 배정되지 않아 4학년 2학기 때 정규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별도의 특강을 진행하는 실정”이라며 “수업을 하는 나 조차도 관련 법규가 이런 게 있다는 것을 먼저 읽고, ‘~하더라’ 하는 수준의 강연밖에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북 치대 구강내과 서봉직 교수도 “제대로 된 교재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해당법이 생기게 된 취지 등까지 본질적인 교육이 돼야 하는데 강연하는 나조차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호소했고, 서울 치대 구강내과 박희경 교수는 “4학년 2학기 때 2시간 정도 간신히 하는데, 부족해서 별도로 특강을 하고 있다. 매년 ‘이런 식은 아니다.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이어가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조선 치대 예방치과 김동기 교수는 “내가 법규 강연을 한 게 벌써 20년째고 국시에서도 20문항이나 출제되는데, 강연 시간도 학점도 안준다고 하소연했더니 5년전부터 겨우 1학점도 아닌 0.5학점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법규교수협이 ‘법규교육의 표준화와 교육체계 마련’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통합교재 공동 집필을 통해 최소한 어디까지는 교육이 진행돼야 하고, 최대한 어느 범위까지 다뤄져야 하는지 ‘학습목표’를 설정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국가시험 출제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으며, 현행 국시에서 다뤄지는 11개 법규 외에도 구강보건법과 의료기사법, 전문의제도 등도 출제범위에 포함되도록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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