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25]성공하는 ‘1만 시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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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25]성공하는 ‘1만 시간의 법칙’
  • 전민용
  • 승인 2010.12.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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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미국 펜실베니아의 로제토는 이탈리아 포자 지방의 로제토 발포르토레 마을 사람들이 1882년 이래 수십년에 걸쳐 이주해 오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그런데 1950년 대 후반에 미국에서 65세 이하 남성 사망원인의 1위를 달리는 심장마비가 이 마을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로제토에서는 55세 이하에서는 심장질환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65세 이상도 심장마비 사망률이 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모든 사망원인을 종합한 사망률도 30-35%가 낮았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자도 없고 자살율과 범죄율도 아주 낮은 로제토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가 실시되었다.

음식, 운동, 유전, 지역 환경, 흡연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조사했지만 답은 엉뚱한 데서 나왔다. 평등주의적이고 끈끈한 마을공동체가 건강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의료계는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과 문화, 가치관 같은 것들이 건강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인정했고, 건강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사례처럼 말콤 글레드웰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공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주는 이 책을 집필했다.

▲ 아웃 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캐나다 하키계를 지배하는 철의 법칙. 유명 하키선수팀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1월-6월에 태어난 선수들이 압도적이다. 캐나다에서 보통 코치들은 아홉 살이나 열 살 무렵의 소년들을 대상으로 유력팀의 선수들을 짜는데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라 몇 개월의 차이로도 상대적으로 체격이 더 크고 더 잘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애들이 일단 선발되고 나면 차별화된 지도와 훈련 덕에 정말로 뛰어난 선수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 생일이 빠른 아이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온다. 세월이 갈수록 희석되기는 하지만 대학에서 조차 10% 정도의 효과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IQ. 1921년 캘리포니아 초등생 25만명을 대상으로 IQ검사를 실시해 최고 중의 최고인 140이 넘고 200에 다다르는 1470명의 아이들을 추려냈다. 이들을 평생에 걸쳐 추적 조사했다. 결론은 거의 대부분 평범한 인생을 살아갔다는 것이다. 노벨상수상자는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IQ검사에서 탈락한 아이들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IQ가 너무 떨어져도 학업성취도가 낮은 것은 맞지만 높으면 높을수록 비례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대략 115 정도를 넘어서면 지능지수는 성격이나 인격, 가정환경 같은 다른 요인에 비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801편 추락의 비밀. 1997년 8월 괌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보잉 747 비행기 추락 사건이 일어났다. 254명의 탑승객 중 228명이 사망했다. 비행기 사고는 대개 사소한 고장과 장애가 여러 건이 겹치고  상당수의 실수가 겹치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난다. 이 날도 사소한 잔 고장, 나쁜 날씨, 피곤함이 모두 겹쳤고, 더 결정적인 것은 기장의 실수나 판단 착오를 부기장이 명확하게 지적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 지를 나타낸다. 즉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써야 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그 의견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라별 PDI지수와 비행기 사고 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통계로 입증되었다. 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조사해 본 결과 브라질이 1위, 한국이 2위 였다. 우리의 장유유서 문화가 위기 상황에서는 큰 위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2002년 히딩크가 우리나라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 선후배 위계 질서가 엄격한 모습을 보고 밥 먹을 때나 훈련 할 때 선후배를 막론하고 반말을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 감독의 파격적인 지시에 잠시 정적이 흐르던 찰나, 대표팀 막내인 김남일의 “명보야, 밥먹자!”는 한마디에 식당은 웃음바다로 변했고, 대한민국호는 승승장구했다. 참으로 현명한 히딩크이다.

진료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위계 질서를 좋아하는 엄격한 원장이나 의사는 옆에서 돕고 있는 의료인들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의료사고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오랜 세월동안 한국, 중국, 일본에서 유학을 왔거나 그 나라 이민자의 자손들은 수학에서 서구 아이들 보다 더 높은 성취를 올려왔다. 왜일까?  중국에서는 보통 네 살만 되어도 40까지 센다. 하지만 미국의 네 살은 15까지 밖에 세지 못한다. 숫자체계의 규칙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시아 아이들은 먼저 수학에 눈뜨고 규칙적 체계에 익숙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쌀농사 문화권이라는 것을 든다. 쌀농사는 노동집약적, 기술집약적이다. 노력과 끈기와 자율성을 최대한 요구하는 문화이고 이것은 수학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취 공식은 ‘재능 더하기 연습’이다. 그런데 재능 있는 이들의 경력을 관찰하면 할수록 타고난 재능의 역할은 줄어들고 연습의 역할이 커진다.

재능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음악, 그 중에 바이올린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심리학자들이 조사 연구 했다.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학생들을 연주 실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해 보면 대략 다섯 살 전후에 연주를 시작하고 초기 몇 년 간은 일주일에 두세 시간 씩 비슷하게 연습했다. 여덟 살 무렵부터 변화가 시작되는데 갈수록 연습시간의 차이가 커진다. 결과적으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최상의 실력자들은 1만 시간, 그 다음은 8천 시간, 그 아래는 4천 시간을 연습한다. 노력하지 않고 재능만으로 정상에 올라간 연주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어느 연주자가 최고 수준의 음악학교에 들어갈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실력 차이는 오로지 노력의 차이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만 시간의 법칙.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어느 분야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등 어떤 분야든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이면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 간 연습한 것과 같다. 어느 분야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신동이라고 부르는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여섯 살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걸작으로 평가받는 진정한 협주곡은 스물 한 살 때부터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밴드인 비틀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1만 시간 법칙의 예외가 아니다. 

“특별한 성취는 개인적 재능이 아닌 노력과 환경과 기회에 의해 좌우된다.”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가정과 사회의 환경도 중요하고, 집단적인 문화적 유산이나 시대적이고 우연적인 사회적 기회 역시 중요하다. 개인의 성공이나 성취의 열매가 왜 일정정도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들이기도 하다.   

물론 성공이나 성취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성공에는 집중력이 중요하고 행복은 자존감이나 자기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행복이나 바람직한 삶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성취나 성공에 대해 보다 사실에 접근하는 이해를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오는 저자의 가까운 직계 조상인 자메이카 흑인 노예들의 가족사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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