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 신문에서 “진료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부탁받았다.
“진료실”.........
규모가 큰 치과라면 몰라도 나처럼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에게는 “진료실”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그냥 “치과”다...........
그렇다면 나에겐 “치과 이야기”가 되겠다.
치과 이야기라,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개원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지라 이제 “일상”일 뿐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여기에서 환자를 보고 돈을 버는 곳, 그 와중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는 곳. 그 일들조차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일들.
이 정도인가 ?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을 해 보니 치과 -> 일상 -> “무의미”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왜 일까 ?
아마도 “폐쇄”되어 있어서 일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 하고 사람과 부대끼지 못 해서
일 것이다. “사람”을 치료하지 못 하고 “이”만 치료하기 때문에, 치과는 단순히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 하는 것이다.
멀쩡한 강을 바닥부터 뒤집어 놓아도, 굶는 아이들 급식비를 없애도, 똑같이 일하고도 같은 대접을 받지 못 해 싸우던 사람이 죽어가도 분노하지 못 하기 때문일 거다.
뇌와 소통하지 못 한 채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손발처럼 그냥 움직이기만 할 뿐.......
이제 성탄절도 지나가 버렸고, 내년 성탄절엔 “뇌”를 선물 받았으면 좋겠다. 20년 전처럼 살아 움직이던 뇌를...
그렇게 되면 그 땐 정말 “진료실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