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세계화시대, 이제 win-win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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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세계화시대, 이제 win-win의 시대로!
  • 조순자
  • 승인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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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그룹 보고서 [경쟁의 한계]를 읽고

우리가 사는 오늘, 먼 옛날 우리선조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이 무수히 펼쳐지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이미 국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문화 전파와 확산도 용이해져 지구촌의 모습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전지구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각 나라의 정치, 경제 상황을 알 수가 있다.

▲ 리스본 그룹(The Group of Lisbon)지음, 채수완 옮김, 바다출판사, 2000
세계화는 이미 몇십년 전부터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세계화가 내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화의 추세에 대한 정보는 있었으나 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고, 그와 같은 거시적인 문제가 내 삶의 미세한 부분까지 변화시키라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세계화의 흐름이 나의 관심영역 밖이었다는 것은 나의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기인할 것이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어쩌면 그동안은 가시적으로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경제침제로 인해 이 시대 최고의 화두는 ‘경쟁력’으로 보인다. 치열한 적자생존의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대의 무기는 바로 ‘경쟁력’이며, 경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듯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경쟁력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책 [경쟁의 한계]에서는 경쟁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원래 ‘경쟁’이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은 최선의 결론을 얻기 위해 ‘함께 추구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화의 흐름으로 인해 각 나라에서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권력구조가 강화되면서 더욱 경쟁의 파급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원래 어원의 뜻과는 무관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상생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얻기 위해 함께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밟고 올라선 강한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경쟁논리가 판을 치고있다.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전세계를 지배하고 놀라운 정도로 세계를 잠식해가면서 ‘경쟁력’은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력 강화’라는 말 앞에서는 사회의 민주적 절차와 합의도, 지속가능한 자원개발도, 환경보호라는 구호도 무색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곡된 경쟁논리를 합리화하는 세계화 확산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책을 발간한 리스본그룹에서는 세계화 확산의 원동력을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정리하였다. 이에 따르면 세계화의 3대 원동력은 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등이다.

첫 번째 원동력은 시장개방을 통한 자유화추세이다. 국내시장을 개방해 상품, 서비스, 인력, 자본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민영화의 확산이다. 민간부문의 투자나 기금조성을 통해 시장의 수급여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해 수익구조를 변화시키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규제완화이다. 지구화 추세가 심화될수록 개별정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의 독점권 행사나 시장개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관계법령이나 기준마저도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최근 우리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제정하려는 ‘기업도시특별법’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렇게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세계화의 급속한 전개이후 많은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기초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복지제도들이 무너지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1993년 독일은 ‘새로운 10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복지체제의 전면적인 해체를 단행했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행정규제 완화,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혜택을 부여하고 임금 신축성을 높혔다. 그리고 더 나아가 통신수단을 사유화하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환경규제를 완화하였다.

이후 1960년대 말에 시작된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세계공황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자 다른 나라들도 복지축소를 선택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형태로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지출의 최소화와 공공복지 정책의 축소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복지재정을 줄이고 임금 신축성을 높힌다는 것은 바로 서민층, 빈민층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 해결에 있어 대안 없는 무조적인 비판은 합리적인 합의도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계화가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한 인류공동의 번영의 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 책에서 지적한 '경쟁'의 어원처럼 최선의 결론을 얻기 위해 함께 추구하는 노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을 인정하면서, 이제 인류가 직면한 생태학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재앙등 세계적 재앙들을 방지하기 위해 지구촌 차원의 새로운 공동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새로운 공동규범에 합의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승자와 패자를 양분하는 경쟁 이데올로기의 구조 win-lose 구조를 깨고, 모두가 생존하는 새로운 계약 이데올로기인 win-win 구조로 전환될 때 인류공생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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