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치우친 보장성 '예방'으로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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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 치우친 보장성 '예방'으로 돌려야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1.01.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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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진료 급여화 시 장기적인 재정 절감 효과…노인틀니 보험화 도입 정부 의지 보여야

 

암, 심장질환 등 고액 중증질환에 치우쳐 있는 건강보험 분야를 치과 예방 분야로 더욱 확대하고 건강한 피보험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치과 보장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박용덕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할 때 본인 부담의 크기나 위급성 등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치과분야는 보장성 분야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중증 질환의 보장도 중요하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건강하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험자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들의 저항도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박용덕 교수
박용덕 교수는 오늘(7일) 오전 7시 30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치과 보장성 현황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위와 같은 예방치료에 대한 보장성 확대방안과 재정확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예방이라는 것이 당장은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후 발생 가능한 의료비를 상당부문 세이브 해줄 수 있으며 국민들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며 "불소도포나 치아홈메우기 등 예방치료의 경우 타 질병보다 적은 재정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아직까지 예방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지 않은 것은 정부와 치과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중증 질환이나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장성이 강화되길 바라고 있다"며 "이런 국민들에게 예방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치과분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증진기금 및 일반회계 확대 등 국고지원이 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덕 교수는 "건강증진기금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비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기업의 건강보험율을 60% 이상으로 인상하고 보험료 책정을 현재 연 소득 개념에서 재산보유와 소득대비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박 교수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보건의료의 시장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기관을 영리화 하는 것은 취약한 공공의료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노인틀니에 대해 언급하고 "노인틀니와 같은 고비용 치과보장성보험을 우선 도입했을 때 후순위 보장성 항목의 급여화에 부담이 갈 수 있다"며 "보다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아홈메우기, 치석제거, 불소도포 등 예방적 요소들이 노인틀니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철신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박용덕 교수는 "하지만 노인틀니 급여화의 경우 사회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다소 높게 하더라도 재정이 허락한다면 예정대로 실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제 후에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철신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과 대한치과보험학회 양정강 회장,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오주환 교수가 토론을 전개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철신 회장은 정부가 2012년 도입 예정인 노인틀니 급여화에 대해 언급하고 "2012년에 노인틀니 급여화를 추진하려면 지금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야 한다"며 "정부가 도입한다고만 하고 아직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과연 실제 도입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철신 회장은 "이미 노인틀니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만 모아도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고 학계에서도 재정추계 등 꾸준히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에도 노인틀니 도입이 아직도 불투명한 것은 직접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갈 주무부서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더욱이 치과 보장성 확대를 논의할 때 지나치게 과도한 재정추계를 하는 것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직접 정책을 다룰 실무자들이 치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더욱 높이고 학계, 시민사회단체, 국회 등과 다양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인틀니 문제에 대해 보험학회 양정강 회장은 "노인틀니에 대한 국민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하지만 노인틀니는 보청기나 안경 등과는 다른 문제인 만큼 방법적인 면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정강 회장은 "현재 보건의료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치과의사의 참여도가 낮고 정부 내 구강보건 전담부서도 없다보니 치과 보장성 확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치과계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부에서도 치과계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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