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적으로 '변화' 선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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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적으로 '변화' 선도하겠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5.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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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정필훈 신임 학장

지난달 13일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회의에서 치뤄진 제26대 학장 선거.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보직 한번 맡아본 경험이 없는 40대의 젊은 평교수의 당선이었다. 그 주인공은 구강악안면외과 정필훈 교수.

"'최연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받아줄 사람을 원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대 연건캠퍼스의 전반적인 흐름은 '변화'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자연대 학장이 2년이나 젊어졌고, 의대나 공대도 젊은 학장들로 교체됐다. 정필훈 신임학장에 따르면, 변화가 느리다는 치과계에서 정 교수가 학장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총장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보직'을 맡은 경험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40대인 나를 학장을 뽑았다는 것은 '변화'를 선도해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최근 의료계의 변화는 그 속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생명과학 관련 대학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나타났고, 의료시장 개방 등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변화속에 치과계는 어떠한가? 현 치과계에 대한 정 학장의 진단은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연구비 기획정책에 참여하지 못함으로 인해 치의학 분야의 연구가 심각하게 위축되었고, 올해 복지부 내에 치의학코드가 없어졌습니다. 또한 치의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함에도 이를 치과계 발전에 이용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조차 부족한 상태입니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는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야지 쫓아가서야 되겠는가"라는 정 학장은 "나를 뽑아준 것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라는 의미"라면서 '비전 2015:World Top'을 제안한다.

정 학장에 따르면, '비전 2015:World Top'는 효율적인 기초-임상 연계교육 전문대학원 과정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선도적 치과의사를 양성하고, 의료과학기술계의 미래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학술대학원 과정을 개설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약의 원동력은 '연구'의 활성화라는 신념 하에 2004년도 44억에 불과한 연구비 규모를 2006년도에는 100억, 2010년에는 150억, 2015년에는 200억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 학장은 "연구비가 많을수록 연구가 활성화되고 논문 편수가 증가하게 된다"(표 참조)면서, "외부적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는 SCI 논문 수를 현재 49편에서 임기 내에 150편 이상, 2010년에는 연 300편을 달성하고 2015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그의 이런 포부가 달성되기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사실 의과쪽도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무수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과정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치과계에 쉽게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정 학장도 잘 알고 있다.

"치과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합심해야 합니다."

그가 말한 '리더'다 함은 '치협'이다. 그는 치협에서 치과계 위상 강화와 연구비 확보 등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연구비 유치 및 탁월한 업적을 달성하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수 사이의 '단합'이다.

"지금까지는 수직적인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야 내적인 화합이 이룩되고, 이를 바탕으로 외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치과대학'의 명칭 변경도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명칭'이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농과대가 농생명과학대에서 생명환경과학대학으로 명칭을 바꾸어 좋은 인재들을 많이 끌여들였습니다. 의과 쪽도 5년 전부터 연구해서 엑스레이과가 영상의학과로, 마취과가 마취통증학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의과쪽에 비해 5년이나 뒤쳐진 것입니다."

때문에 그는 교수회의에서 끊임없이 '명칭 문제'를 제기했고, 마침내 이를 위한 TF팀도 구성됐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비단 명칭 문제 뿐 아니라, 평교수 시절 치과계와 서울 치대 발전을 위한 정 학장의 열정은 26대 신임학장 당선이라는 결과로도 인정된 셈이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학장이 되고 싶다"는 정필훈 학장.

그가 이끄는 서울 치대가 올해 2015년 세계 최고의 치과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길을 가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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