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사는이야기
새로운 베트남 평화운동을 위하여[투고] 11기 베트남진료단 출정을 앞두고…
송필경 | 승인 2011.03.12 21:59

 

어릴 때 우리 시골 같은 풍경과 느낌과 냄새를 담은 끝없이 빛나는 초록의 산과 들, 이런 친근한 베트남에 해마다 찾아가는 것은 어느 듯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닭국물이 오묘한 쌀국수, 비밀스런 맛을 내는 생선 액젓 느억 맘, 농익은 열대과일, 얼음을 넣은 새카만 커피 액에서 풍기는 진한 향을 생각하면 미각이 즐겁습니다.

‘논 라(Non la; 나뭇잎을 말려 만든 삿갓 모자)’ 를 쓰고 ‘가인 항(Ganh Hang; 단단한 대나무 장대 양쪽에 바구니를 달고 장대 중간을 어깨에 올려놓는 운반 도구)’에 열대 과일을 가득 넣고 다니는 아낙네, 순결하고 아름다운 옷 ‘아오 자이'의 자태를 뽐내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참으로 정겹습니다.

하늘을 뒤덮고 군무하는 새떼처럼 거리를 꽉 메운 오토바이 물결에서 뿜는 메께한 가솔린 냄새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평연)‘을 따라 베트남을 10년 동안 찾아간 덕분입니다.

차갑고 어두운 모습도 있습니다. 비옥한 나라인 이곳에서 사람이 많은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냥하는 남루한 어린이들, 고엽제 후유증인 듯한 심한 장애인들, 그리고 전쟁으로 몸이 몹시 망가진 부상자들의 모습은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몸과 마음이 마구 찢어진 이들의 흔적은 베트남전쟁에서 가해자로서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대가로 경제 성장을 누리고 있는 우리를 반성하게 합니다.

일본의 가혹한 침탈로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가 베트남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하다는 반성 말입니다.

저는 2001년 3월 평연의 전신인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의 제2기 일원으로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전쟁과 학살의 현장을 담은 미 라이 기념관을 관람하면서 인간의 야만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모진 일부 한국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희생자들을 만나고서는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인류역사상 최강의 제국인 미국과 30년에 걸친 전쟁에서 베트남 인민의 승리는 저에게 무한한 감동이었습니다.

지도자 호찌민과 그의 인민은 물질적 폭력이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민족의 독립과 자주’라는 인간의 정당한 신념을 꺾지 못한다는 것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보듯 지금까지 우리는 한 핏줄 형제가 지구상에서 벌써 사라진 냉전 이데올로기로 어느 누구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서로 증오하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역사의 질곡을 겪었지만, 베트남 인민은 미국의 간섭과 침략에 맞서 자신의 손으로 독립을 기어코 쟁취하였습니다.

2001년 베트남에서 일주일간 진료와 역사 답사를 통해 저는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역사에 의무를 다한 베트남의 국민시인 탄타오의 2001년에 우리에게 강연하시며 당부하신 마지막 말씀이 아직 생생합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사이에 증오의 흔적이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아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이제 당신과 나의 몫이 아닌가?” 저는 베트남에 매번 갈 때 마다 이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지난 10년, 건치 사업인 평연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참으로 소중한 울림이었습니다. 진료가 가장 직접적인 사랑의 실천임을 확인했고, 무더위를 아랑곳없이 땀으로 범벅을 이룬 동료들의 헌신을 보고 인간의 양심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평연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진정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평연이 조직을 더 활성화하고 더욱 구체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사단법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단기적인 지금 활동보다 재정을 확보하여 모태를 만들어 장기적인 사업을 이끌려고 합니다. 이번 2011년 3월 19일에서 27일 까지 베트남 진료와 답사를 통해 평연의 사단법인에 대한 비전을 담아 오겠습니다.

이제까지 평연에 애정과 보살핌을 주신 건치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단법인 평연’에 변함없는 애정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겪은 위험 때문에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한 말을 베트남 인민에게 바치겠습니다.

“베트남이 겪은 고통 때문에 베트남을 사랑합니다.”

송필경 (사)베트남평화의료연대 이사장

송필경  spk55@hanmail.net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필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전민용 2011-03-15 11:33:36

    정겹고 푸근했던 베트남을 잊지 못합니다. 또 가고 싶은데~~~ 한-베가 한 배를 타는 그 날까지 아자아자!!!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명: (주)건치신문사  |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4길 21, 제1호 3층  |  대표전화 : 02)588-6946  |  팩스 : 02)588-6943
    대표자: 전민용  |  청소년관리책임자: 윤은미  |  정보관리책임자 : 김철신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4634  |  발행인 : 전민용  |  편집인 : 김철신
    Copyright © 2019 건치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