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국민연금과 해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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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국민연금과 해외투자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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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었던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법 개정으로 각 기금관리주체들은 투자자산별 배분, 의결권 행사지침, 투자윤리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자산운용지침을 의무적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도 그 동안 미루어 왔던 전략적 자산배분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 말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작성된 기금운용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해외투자는 2014년까지 25%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 여섯 가지 이유에서 해외투자비중을 25%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민연금기금의 규모에 비해 국내시장이 너무 협소하다. 국내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기금의 일부를 원화자산에도 투자해야 하겠지만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2015년에는 500조, 2025년에는 1000조를 돌파할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수급구조가 그대로 가면 2030년경부터 지출이 수입을 상회하여 국민연금기금은 보유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만약 유동성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자산시장에만 집중 투자했다면 보유자산 처분을 예측한 시장참여자들은 2030년 이전부터 국내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할 것이고 국내자산시장은 급속하게 붕괴할 것이다.


둘째, 국내 상장기업에 집중 투자하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은 그 규모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지배주주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을 통한 국가의 민간기업 지배로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를 야기 시킨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은 개별기업 발행주식의 일정 지분 (예컨대 5%) 이상 투자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경우 불가피하게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국부를 분산시킨다는 차원에서도 해외투자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본인의 부를 국내자산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기금이 해외자산에 집중 투자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는 분산 투자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삼성전자라는 일개 기업이 시가총액의 20%를 자치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미국과는 달리 국가차원에서 위험이 분산되지 못하기 때문에 국부의 해외분산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넷째, 국내투자는 해외투자와는 달리 항상 정치적 입김을 받기 마련이다. 국내경기 부양차원에서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민연금기금이 사회간접자본에 대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산투자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어느 정도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자해야 하겠지만 정부 입김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다섯째,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는 최근의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 해외자산을 취득하려면 필히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는 외환당국의 외환시장개입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그 동안 외환당국은 달러화 매입재원 확보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원화채권을 발행해 왔고 지금까지 매년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왔다.


여섯째,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곧 달러화 자산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자산을 헐값에 사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온 것이다. 구체적인 매입시점은 달러화가치가 어느 정도 더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이 해외투자의 적기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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