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고 재조망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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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재조망해야 할 때
  • 박덕영
  • 승인 2011.08.16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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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박덕영 논설위원

 

연일 치과계 신문에 고소와 고발의 기사가 넘쳐나고 있어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꼬리를 무는 고소고발과, 치과계의 의사소통망 속에서 증오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전시상황에서 냉정해지자는 말은 탁상공론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고소고발의 당사자로서 증오와 흥분의 심정에 빠지는 것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전투에서는 이기더라도 전쟁에서 진다면 이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고소고발전은 전투일까 전쟁일까?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전쟁의 당사자는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듯이, 현재의 싸움이 치과계에 일정수준 이상의 상처를 입히리란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상처를 입더라도 싸워야 하는 싸움이라면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싸워야 할 대상과 범위 등 전선(戰線)을 현명하게 형성하지 않는다면, 비록 전투에서는 이기더라도 전쟁에서 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라면 사령부가 냉철할 때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쉽게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면 조직 구성원 하나하나가 명징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현명하기를 조직대표에게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불법’에 있는가 ‘불법을 저지른 대상’에 있는가?  불법을 저지른 대상을 제압하는 것은 전투에 이기는 것이겠으나, 단지 ‘불법을 저지른 특정 대상’만을 이긴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작은 전투일 뿐이다. 전투의 승리가 모여 전쟁의 승리를 가져온다 누군가 말할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승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네트워크 한 곳을 이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큰 공룡인 영리의료법인의 등장이 달궈진 대지가 가을바람에 식기도 전에 칼을 벼르고 코앞에 다가서 있다. 집 앞의 둑이 터지는 것을 막는 것은 급한 일일 것이나, 거대한 태풍이 들이닥침에 대응할 준비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둑은 막았어도 집이 떠내려 갈 것이다. 작은 승리를 위한 노력에만 매몰되지 말고 큰 승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난국을 극복할 내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현재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조직의 대표진 차원의 정치적 정책적 노력과 함께 다음과 같은 치과계 저변의 변화 운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한다.
 
첫 번째는 적법진료의 정착운동이다. 특정 소수를 대상화하여 그를 퇴치할 부정적 에너지만을 쏟는 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모든 불법적 탈법적 요소를 치과계에서 제거하기 위한 긍정적 캠페인을 펼치고 자정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법을 준수하는 것이 현실에 적절치 않다면 법령개정에 힘써야 하며, 법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탈법적 불법적 진료를 하지 않고 법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로 내달리기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적법진료선언 운동 등 긍정적 방향의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세련되고 전문적인 집단이 택할 방향이다. 

두 번째는 영리우선 탈피운동이다. 치과병의원 운영과 관련하여 전문가정신 및 환자위주의 사고로 운영철학을 세우는 운동이 부흥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죄악은 아니지만, 영리가 전문가윤리나 환자이익보다 앞선다면 밀려오는 영리의료법인자본의 물살에 떠밀려 국민이든 의료인이든 절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영리를 우선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영리의료법인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내부의 영리우선 행태요소를 돌아보고 그에 대한 반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증오와 징벌에만 집중된 노력이 아니라,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지금까지의 부지불식의 관행에 문제점이 없는지 자성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자정노력이 아닐까. 말단의 환부를 도려내는 것보다 전신의 체질이 튼튼해지는 것이 더 힘든 길이지만, 진정한 승리는 더 힘든 그 길을 가야만 얻을 수 있다. 가장 늦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바뀔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회라는 것은 진리이다. 쓰리고 아린 환부 끝에만 집중하지 말고, 고칠 수 있는 훨씬 많은 부분이 건전하고 튼튼해질 기회를 조속히 부여잡는 긍정적 연대(連帶)의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올곧고 긍정적 에너지가 충만하다면, 서로 어깨 걸어 해결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미움보다 소망을 더 크게 이야기할 때이다.

박덕영(본지 논설위원,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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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ssa 2011-09-06 12:06:01
Ppl like you get all the brains. I just get to say thanks for he anwe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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