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유디에 '면죄부 날개' 단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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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유디에 '면죄부 날개' 단 격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1.10.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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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지난 5일 보건연합 주최 토론회서 치과상업화 대안 제시…주치의제·노인틀니 보험화 등 보장성 강화 강조

 

피라미드형 네트워크 치과가 활개를 치면서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치과분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만이 유일한 장기적 대안으로 지목돼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김형성 사업국장은 지난 5일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피라미드 네트워크 치과로 보는 치과상업화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토론회는 ‘현장에서 본 의료상업화와 기업화, 그리고 그 극복방안’을 대주제로 개최됐으며, 치과계를 비롯한 의학계·한의학계·약학계까지 분야별 쟁점이 집중 논의됐다.

▲ 5일 보건연합 토론회
김형성 사업국장은 “의료민영화 관련 법안들은 피라미드 네트워크치과의 불법추정행위들에 대한 면죄부는 물론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환자유인알선행위, MSO 시스템, 의료채권법, 보험업법, 건강관리 서비스법 등에서 다뤄진 상업화 전략들은 이미 현재 법체계 내에서도 그 상업적 성과들을 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네트워크형 의료기관 등으로 이미 충분히 상업화 돼 있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실상에서 영리병원마저 합법화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김 국장을 비롯한 현 치과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김 국장은 “불법적 행태를 근절할 수 있는 의료상업화 규제 법안 마련을 시작으로 국민구강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의료인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들은 의료공공성 확보의 중요성, 시장화 상업화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국민의 편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디 흥행 비결 'MSO'…영리병원 축소판

▲ 김형성 사업국장
먼저 김 국장은 전국 119개의 지점을 1인이 소유하고 있는 유디네트워크치과그룹(이하 유디)을 치과계의 가장 대표적인 피라미드 네트워크로 소개하고, “연 매출 4천억 원으로 치과계 전체 매출 4조 6천억 원의 10%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러한 매출 상승세에 유디는 최근 2년간 70여개소의 지점을 추가 개원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국장은 이러한 유디의 성공 요인에 대해 ▲1인 소유지배형태의 MSO 시스템 ▲‘기본급+비급여 진료 항목 인센티브제’로 영리추구 동기부여 ▲적극적인 저가공략 및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손꼽았다.

특히 한 번 고용된 근로자는 중도계약해지 시 수령 소득 30%의 위약금을 물고, 업무상 정보누설의 경우 50배의 위약금을 배상해야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불합리한 고용계약으로 진료에 있어 ‘영리성’을 우선시 하는 구조적 특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김 국장은 “유디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축소판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며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유디의 지점 분포도만 봐도 의료민영화 추진 시 의료기관이 수도권에 몰릴 것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뚜기 판 ‘1인 100개소’…눈 가리고 아웅

김 국장은 “앞으로도 기업형 네트워크 활성화가 지속될 경우 과잉진료는 치과계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도 유디 이후에 유사한 경영방식의 1인 소유형 소규모 네트워크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1인 1개소 개설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명의대여·이면계약 등을 통한 실질적 다수의료기관 개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해당 의료기관의 경영에만 참여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실상은 이와 차이가 있다.

유디의 경우 사실상 의료기관의 운영, 진료스텝의 채용, 진료 시스템에 대한 결정권까지 모두 김 대표의 지시에 따르고 있어 경영이 아닌 의료행위와 직결되는 모든 사항을 고용주가 직접 관장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논란의 핵심인 것.

김 국장은 “이런 구조에서는 개설명의자의 판단이 아닌 고용주의 직접적 영향력 하에 있는 일명 ‘메뚜기 의사’의 순환진료가 이뤄진다”면서 “개설명의자는 단순한 노동자 또는 의료기술자 수준으로 치부되고 있어 의료의 질적 보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도 한 번(?)…‘뱀파이어 효과’도 심각

유디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동일한 영업방식을 추구하는 유사 치과그룹들이 우후죽순으로 증가하고, 주변 개원가에서도 경영악화로 인해 ‘과잉진료 따라하기’에 나서는 등 일명 ‘뱀파이어 효과’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김형성 사업국장은 “이는 비단 유디 등 일정 네트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리병원의 폐해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런 현상으로 1차 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치과는 붕괴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아동청소년 치과 주치의제도 등도 시행이 어려워 진다”고 우려했다.

의료민영화로 유디 등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비보험 진료가 늘어나면서 의료이용의 양극화 현상이 초래되고, 민간치과보험이 활성화돼 건강보험 보장성은 약화될 것이라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동네치과다운 ‘주치의’ 역할 보장돼야…

이러한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의료법 개정 등을 통한 영리행위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형성 사업국장은 “불법·편법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조사·고발할 수 있는 법률장치가 마련돼야한다”면서 “1인 1개소 원칙과 환자유인·알선 행위 금지 법안이 보다 세부적으로 강화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도의 도입과 노인틀니 및 스케일링 보험화의 실시 등 치과분야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이 필수과제로 제시됐다.

치과진료에서 만연한 비급여 항목이 방치되고 있어 의료시장화 및 의료기관 경쟁이 격화됨으로써 현재의 왜곡된 의료기관과 의료행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는 단지 비급여의 급여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1차 의료기관의 의료행태를 바꿔 동네치과, 치과주치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이번 치과계 논란으로 의료상업화 및 영리병원의 폐단에 대한 직능단체와 회원들의 정치적 인식이 급격히 높아졌다”면서 “계급적 이해와 요구를 넘어 의료인 내부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전문가적 성찰만큼은 위기 속에 찾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한미 FTA 역시 의료시장을 개방해 과잉경쟁으로 치닫게 할 것이 자명하다”며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의료인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나서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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