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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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 전양호
  • 승인 2012.0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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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을 뽑는 ‘퍼블릭 아이 어워드’(the Public Eye Awards)에서 삼성이 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아마존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 원주민 4만명을 강제 이주시키고도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은 브라질의 기업이 1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조처를 무시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일본 기업이 2위를 차지했다. 정말 세상에는 상상 그 이상의 나쁜 짓을 하는 인간들이 널려 있긴 한가 보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단체들은 삼성이 나쁜 기업으로 선정 된 주된 이유로 백혈병 문제를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금지된 독성물질을 사용해 140여 명이 암을 앓고 그중 50여 명이 숨졌는데도 관련성과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1년 8개월간 삼성에서 근무한 후 백혈병이 발병해 2007년 23세의 나이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만들어졌고, 자신의 그리고 가족의 억울한 죽음과 납득되지 않는 질병의 원인들을 규명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삼성과 반도체라는 우리 사회의 불문율들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가씨들은 기꺼이 아니 삼성에 취직했다는 자부심까지 가지고 반도체 공장에 들어간다. 알 수 없는 화학물질과 의심스러운 냄새들, 사람보다는 제품이 먼저인 최악의 작업환경과 살인적인 노동시간이 자신들을 갉아먹었지만 그들은 그냥 잠깐이라고 생각했다. 몸에 이상 신호가 왔지만 자신과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기숙사와 공장을 오가며 쉼 없이 일을 했다.

발병한 이후에도 그리고 죽음에 이른 후에도 그들은 삼성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 채 삼성의 작은 친절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주변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개인이 아닌 부도덕한 기업에 의한 것임을 차츰 알게되면서 이 문제를 사회와 국가에 호소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회유와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삼성의 사과와 산재인정이다.
피해자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제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은 꿈쩍하지 않고 있고, 정부의 조사는 형식적이며, 법원의 판결은 기업에 편향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피해자들과 가족, 반올림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 2011년 6월 23일 같은 공간에서 2인1조로 일했던 황유미씨와 이숙영씨의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함께 소송을 진행한 황민웅, 김옥이, 송창호 3명은 기각되었고,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결정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과의 아니 보조참가인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재판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과의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황유미씨는 투병생활로 인해 말라버린 20kg의 몸으로 아버지의 택시 뒷좌석에서 죽어갔다.
피해자들의 부모들은 가난 때문에 공부 못 시킨 것을 한스러워했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자식들을 돈벌이에 내 몬 것 같아 가슴 아파했고, 삼성이라는 이름에 짓눌려 자식들을 빼내오지 못한 것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동자들을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고, 부모들의 가슴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는 삼성. 그러면서도 염치 없이 무재해 기업이라며 매년 140억 이상의 산재보험 감면 혜택을 또박또박 받아가는 삼성. 이것이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진면목이다.

3월 6일은 황유미씨의 기일이다.
부디 고인이 세상을 용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용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반올림이 기획하고 희정이 쓴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제목이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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