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을 따져보는 '노장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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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을 따져보는 '노장의 노하우'
  • 문세기
  • 승인 2012.03.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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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 문세기 편집위원

 

책을 한 권 소개한다.

'교정용 브라켓 선택의 기본 가이드(John C.Bennett 저, 정민호,백철호 역)'.저자인 Bennett은 유명한 MBT브라켓의 그 분이고. 참고로 다른 분들은 많이 아시고 계시듯 McLaughlin과 Trevisi이다.

뭐, 교정과 수련을 받았거나, 임상에서 교정환자를 보고 있는 많은 치과의사들 중에 이분들 이름을 모르거나 이분들이 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거나, 이분들이 개발한 브라켓 시스템을 써보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교정학의 발전에 미친 Bennett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자는 얘기가 아니라, 2010년에 나왔지만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얄팍한 책 한권을 우연히 보고서 받은 충격으로, 교정을 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은 관심도 없을 분과 그분의 책 얘기를 꺼내본다.

책의 영문명은 Fundamentals of Orthodontic Bracket Selection, A User Guide로 노장(老將)께서 새삼스럽게 브라켓 선택법을 논하시는가 했지만,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기초'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자가결찰 브라켓'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자가결찰 브라켓은 업체의 설명으로는 마찰력 없이 빠른 치아이동을 통해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선전되어 왔고, 일부 임상가들까지 이에 동조하면서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상당히 많은 병원에서 선택되어지고, 환자들에게 추천되는 기술이 되었다.

그러나 Bennett은 이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강내에서의 마찰력의 차이는 실험실 환경과는 차이가 있고, 브라켓의 형태로 인해 치아에 올바른 토크나 앵귤레이션을 부여하기 힘들어지는 측면도 존재하며, 치료기간 단축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업체의 이익만 늘려주고,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주장만이 모두 옳다고, 책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치열한 검증과 비판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깊은 학술적인 부분은 당연히 학회나 여러 석학들의 몫이긴 하겠지만, 업체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 바쁜 언론의 책임은 없는가 생각해 본다. 거기에는 편집국 능력의 한계라기 보다 이런 정보들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은지.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치료 기간 단축은 확신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것이니 좋을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와, 비싼 재료지만 그만큼 치료비를 올려 받으면 된다는 안일함으로 신기술을 대했으니 말이다. 섬뜩하게 베어오는 노장의 솜씨에 다시 한번 경탄하며, 녹슬고 있는 내 칼을 반성해 본다.

문세기(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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