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논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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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논의의 한계
  • 양승욱 논설위원
  • 승인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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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공급자 및 공단의 합의구조를 강화하자

기획예산처는 이미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을 기금으로 운영하자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예산처의 최초 제안에서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의 통합을 전제로 기금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요컨대 정부 예산당국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재정지원을 근거로 통제권한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의약분업 실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재정적자에 긴급히 대처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건전화특별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이 법은 2006. 12. 까지 운용되는 한시법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구조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재정의 흑자가 발생하고 국고지원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이 법의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하간 정부와 국회의 예산당국은 국고지원을 근거로 자신들이 건강보험재정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건강보험재정이 기금화될 경우 재정운용에 관한 사항이 기금관리기본법에 의하여 조율될 것인바, 기금운용계획단계에서부터 결산에 이르기까지 정부 및 국회의 통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는 기금관리주체인 행정부처를 일상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으며, 국회는 재정운용 관련 주요사항에 관한 중요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가 가지게 될 경우, 건강보험재정운용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하여 법률개정을 통해 건강보험의 기능을 조절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건강보험의 보장기능 강화를 위하여 노력해야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상황으로 보기도 어려우며,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력과 일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회 등에서 건강보험재정을 통제하는 입법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건강보험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과 우리의 건강보험의 맥락이 같을 수는 없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우리 건강보험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확장, 안정되어야 한다.

단순히 재정적 상황 변화와 국고지원 부담으로 인하여 국가가 사회보험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건강보험의 보장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적절하다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친 국가의 사회에 대한 우위에서 나온 것으로 국가, 사회 간 권력통제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입자, 공급자 및 공단의 합의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승욱(변호사, 양승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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