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진료 표준화 노력에 북측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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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진료 표준화 노력에 북측도 감동"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2.07.31 1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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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 간사 치협 최치원 대외협력이사

 

“남북관계 악화로 대북지원사업이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남구협 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 치협 최치원 대외협력이사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이하 남구협) 간사를 맡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최치원 대외협력이사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 하에서도 새로운 대북지원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협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치과기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 치과계 5개 단체가 대북지원 사업을 위해 협력한 단체로, 그동안 북한 조선적십자병원 현대화사업 등 다양한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새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사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 놓였었다.

더욱이 개성공단 북한근로자 대상 구강보건사업을 위해 남구협이 약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이동치과차량은 대북사업 중단으로 원래 목적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남측에서 각종 진료봉사에 활용 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구협은 지난해 말 경기도의료원과 MOU를 체결하고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정기적인 개성공단 남측근로자 진료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최치원 이사는 “물론 국내 진료봉사도 의미가 있지만 이동치과차량이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노후화 되는 것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며 “때마침 개성공단 남측근로자 진료봉사 지원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고 향후 북측 근로자 진료봉사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진료사업의 경우 경기의료원과 MOU를 통해 공동 사업 형태로 시작했지만 얼마 안지나 경기의료원이 사정에 의해 사업에서 하차하면서 현재는 남구협 단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우선은 올해까지 정기적인 진료가 이어질 예정이다.

최치원 이사는 “임기를 맡은 후 남구협 단독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타 기관과의 협의나 편승이 아닌 남구협 단독행사로 5회에 걸쳐 진료단이 방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료 표준화 작업으로 북측 관계자 신뢰회복에 기여

그는 개성공단 남측근로자 진료사업을 진행하면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의 유대가 생긴 점, 북측관계자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진정성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는 점들이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였다고 자평했다.

최치원 이사는 “남구협이 개성공단 내 남측 주재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무위원회를 통해 진료매뉴얼 표준화작업 및 팀웍 훈련을 충분히 한 덕분”이라며 “그동안 대북 구강보건사업의 큰 장애요인으로 진료인의 비연속성과 재료와 기구의 상이성 등이 언급됐는데 남구협의 진료 표준화 노력이 개성공단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료사업이 거듭될수록 남측근로자들의 진료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근로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치원 이사는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다 주말에만 남측으로 건너가기 때문에 치과를 갈 시간이 없다보니 구강관리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며 “비록 한 달에 한번 진료가 이뤄지지만 나름대로 치료 계획을 세워 꾸준히 진료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26일 5번째로 진행된 개성공단 진료사업에 참여한 진료단 모습
최 이사는 개성 방문 시 지역관계자 외에는 남측근로자만 만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엄연히 북한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측 체제에 벗어나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그는 북측 사람들이 쵸코파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선물로 가져갔다가 포장지에 성조기 그림이 있다는 이유로 전부 뺏긴 적도 있고, 북측 관계자에게 아무 생각 없이 갖고 있는 뱃지와 치협 뱃지를 교환하자고 말했다가 일장 연설을 들은 적도 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남구협 취지에 맞는 북측근로자 진료 사업 재개 추진

하지만 최치원 이사는 앞으로 남구협의 취지에 맞게 개성공단 북측근로자들에게 인도적인 차원의 진료를 제공하고 남측과 동일한 진료여건을 제공해 이들이 구강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북측근로자 진료를 위한 MOU가 체결 추진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직까지는 북측 근로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은 기술이전이나 치의학 교류 등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개성공단 내 고정된 진료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현재 북측근로자가 55,0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근로자들이 구강병의 고통에서 벗어난다면 개성공단의 생산성 역시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남구협도 대북사업의 대표기구로서 위상을 다시 확인하고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치원 이사는 “남구협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사업 계획이 필요하며 특히 인맥관리와 사업의 연속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대북사업이 여러 루트로 진행되다보면 오히려 북측의 요구가 커져 관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북사업이 좀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최치원 이사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빠른 시일 안에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그동안 단절된 대북지원사업이 재개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구협이 산발적으로 진행해온 대북구강보건사업을 공동 사업으로 일원화하고,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북한구강보건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남측, 북측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는 소통 창구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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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2-08-01 09:55:03
25,26일 진료에 같이 갔더랬습니다...의외(?)로 빡빡한 일정에 피곤했지만 좋은 기분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와중에 정기적으로 개성공단 진료를 수행할 수 있었던 건 남구협의 노력 덕분입니다...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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