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진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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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진료 참가 후기
  • 김명선
  • 승인 2012.10.0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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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서울 단아치과 김명선 원장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민둥산이 눈에 들어왔다. 참 이상하였다. 나무가 왜 없는 걸까? 왜소한 체격의 인민군들이 우리가 탄 남구협 이동치과병원 차량을 세웠다. 북측으로 들어간 모든 남측차량은 운전석 옆의 창문에 붉은 깃발을 꼿아야한다고 지적하자 운전기사분이 얼른 사과를 하고 깃발을 꼿았다.

가만히 보니 남측차량 모두 손바닥 만한 삼각형 붉은 깃발을 달고 있다.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처럼 보인다. 이렇게 북측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분단 이후 60여년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모든 것을 반으로 갈라 놓은 선.
한 가족의 부모와 자식을 남편과 아내를 생살을 찢듯이 갈라놓은 선.
그리고 우리들의 머릿속 생각체계를 갈라 놓은 선.  

그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측 초소에서 북측 초소까지 걸어서 10분도 안 걸릴 그 거리가 60년이 넘도록 커다란 괴물이 되어 우리를 막고 있구나!

“ 엠피삼을 남쪽에서는 뭐라고 합네까? ”
  네? ,,,,,,,,,,,아!  엠피쓰리라고 합니다. ”

검색대에서 둥그런 얼굴의 북측 직원이 내 가방에서 작은 녹음기를 뒤져 찾아내더니 물어보았다. 평상시 항상 가지고 다니던 녹음기라 빼놓고 들어가야하는 것을 깜빡했다. 생긴 것이 MP3처럼 보였나보다. 다행히 그냥 갖고 가라고 허락했다. 휴!

10만평이나 된다는 개성공단은 잘 계획된 남측의 신도시 같았다. 가로 세로로 널찍하게 정비된 도로, 교통 신호체계, 큰 도로 옆에 반듯하게 지어진 큰 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 지어질 계획인지 비어있는 터도 가끔 보였다.  

개성공단엔는 북측 근로자들이 오만 천여명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삼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월 평균 10만원 조금 않되는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이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체가 특혜가 아닐까 싶다.  

속옷, 양말, 옷, 주물, 병뚜껑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BYC, LH, FILA, 로만손시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장도 많다.  북측 근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장은 ‘식당’이라고 한다. 매스컴을 통해서 가끔 나오는 대로 북측의 식량난은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9시 조금 넘어 진료를 시작했다. 이번 5월 진료도 예약된 환자들을 중심으로 진료를 했다. 지난달에 광명성 발사로 4월 진료가 무산되어서였는지 이번 달엔 환자가 많았다. 치과의사 2명, 치과 위생사 4명, 기자재 관리 1명, 행정담당 간사 1명, 차량운전기사 1명 어느 한분도 소중하지 않은 분들이 없는 훌륭한 팀이었다.  

치료를 받으실 분들은 개성지구 남측 근로자들이다. 그 분들은 집에 자주 가는 것이 아니기에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시고 응급상황일 경우는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현재는 남측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지만 앞으로는 북측 근로자와 북측 관계자 진료를 통해 인도적인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고 북측 치과의사들과의 임상적 학술적인 교류의 활성화도 기대하며 일을 하고있다.
 
많은 근로자분들이 치주질환으로 통증을 호소 하셨다. 이번 달부터는 이동치과병원차의 유닛트 체어 두 대말고 스케일링 전용 이동 진료장비를 준비하여 스케일링과 구강보건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동치과병원차에는 디지털 X-ray필림 등 많은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어 진료의 불편함은 모르게 진료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관리위원회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건물 15층에 초대받았다. 개성공단에서 가장 높은 15층 건물이라 공단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보니 다시 민둥산이 눈에 들어 왔다. 북측 주민들이 땔감으로 산의 나무를 베어간다고. 아! 그런 이유였구나! 산에 나무가 없으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왜 모르겠는가? 그 위험보다는 한 겨울을 넘기는 것이 더 화급하기에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구나! 

이 곳은 통일을 향한 우리의 열망을 담은 장소이다. 지금은 비록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이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교류가 단절되어 있지만 머지않은 날에 다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통일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되길 기도했다. 개성에서 유명한 박연폭포가 있다던데 그 곳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후진료도 예약된 환자들을 중심으로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하루의 진료를 마치자 관리위원회에서 준비한 저녁초대가 있었다. 평양식당. 개성의 독특한 음식과 술을 맛 볼수 있었다. “요거이 김대중 대통령이 오셨을 때 드셨던 들쭉술 입네다.” 식당 안내원의 자상한 설명과 흥겨운 공연에 우리는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나와 진료실로 가는 중 공단의 아침 출근시간 인 듯 버스정류장에 많은 북측 근로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대체로 검은 색의 옷들을 입고 표정이 없는 듯한 얼굴로 보인다. 갑자기 나도 그들 속에 서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인사라도 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듣고 아주 사소한 일상사들을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다. 시간이 된다면 물 한잔이라도 마시며...  

갑자기 문익환 목사님의  ‘ 울려내 주소서 ’가 생각이 났다.

울려내 주소서 그 푸른 마음을 / 이 작은 가슴 아프게 때리며 / 하늘과 바다 메아리 치며 / 큰 울을 터뜨리도록 // 울려내 주소서 그 푸른 마음을 / 이 작은 가슴 아프게 때리며 /백두와 한라가 큰 울음 쏟으며 큰 울음 터뜨리도록 //  울려내 주소서 그 푸른 마음을 / 이 작은 가슴 아프게 때리며 / 갈라진 상처에 입을 맞추고 / 큰 울음 터뜨리도록 // 울려내 주소서 그 푸른 마음을 / 이 아픈 가슴 아프게 때리며 / 목마른 평화 한 아름 안고 큰 울음 터뜨리도록/  

혼자서 흥얼거리며 진료실로 향했다.

진료실에 와보니 벌써 예약환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한참 정신없이 진료 하다가 밖을 보니 하늘이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리고 잠시후 비가 퍼부었다. “ 저런. 비가 오네” 한 여름의 소나기같은 굵은 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다 하늘을 보았다. 하늘 저쪽 한편에 밝은 빛이 조금 보였다.
비가 계속 오지는 않겠구나! 비가 온 뒤의 하늘은 참 상쾌하다. 

점심시간에 걸어서 공단 끝까지 걸어 보았다. 담 바깥으로는 작은 초소가 있었고 건너편으로는 민둥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일자형 집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문 앞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 뒤로는 채소를 심은듯한 밭이 있었고 산은 계단식으로 되어 뭔가를 심은 것 같았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남자, 어린아이도 보이고 집 앞의 툇마루에 다리를 뻣고 앉아있는 노인네... 모두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드렸다.
 
다시 오후진료를 잘 끝내고 정리하고 나니 3시 반

어! 아파트형 공장에 잠깐 들리기로 했고 면세점에 들려 선물을 사야하고 4시 반에는 출경을 해야 하는데... 

결국 일정대로 했으며 면세점에서 4분간의 시간으로 선물을 구입하고 4시 반에 출경수속을 했다. 첩보 대작전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하하하........

이글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소식지(통권 36호)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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