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건치 담쟁이] 소통-환자들의 입장에서
상태바
[전북건치 담쟁이] 소통-환자들의 입장에서
  • 이우성
  • 승인 2012.10.05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행복나눔치과 이우성 원장

 

“나중에 치과의사가 되면 환자에게 설명을 자세히,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다른 사람들보다 뒤늦게 치의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예전 은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그 은사님께서 제게 해 주셨던 당부였습니다.
평소엔 온화하고 밝은 모습으로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분인데, 치과이야기를 하시면서는 목소리가 올라가고 얼굴이 굳어지셨던 것이, 아마도 치과치료를 받으시면서 상당히 불만이 많으셨던가 봅니다.

치과 치료의 대부분이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서 하는 것이기에 자세한 설명이라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치료 시간은 많이 걸리고, 또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현실에서는 많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최대한 설명을 잘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환자들의 치료방법에 대한 긍금증을 해소해드리기 위해, 또 치료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설명을 먼저 해야 하겠지만, 일단 한 번 꾸욱 참고, 먼저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치과치료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한 환자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환자에게 말을 먼저 하게 하고, 때로는 치료내용 이외의 내용을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술자와 환자간의 신뢰감형성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것을 느낍니다.

저희 병원에 단골로 내원하시는 분 중에, 치과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20대 후반의 젊은 환자 분이 있습니다. 처음 치료 시작할 당시에 상악 소구치 하나가 우식이 심해 통증이 심한 상태로 신경치료를 해야 했고, 다른 다수의 치아에 대한 우식치료를 병행하였던 환자입니다. 신경치료를 하면서 중간 중간에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드렸고, 또 분명히 치료받으면서 그다지 심하지 않은 통증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무서워하는 반응을 종종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은 항상 오전 늦은 시간에 모자를 눌러쓰고 잠을 설친 피곤한 모습으로 내원하셨지요. 시내에서 주로 밤 늦게까지 의류판매를 하시고 오전을 쉬시는 분이였습니다. 밤낮이 바뀌는 생활이라 힘드셨을 것 같아서, “밤늦게까지 근무하시느라 힘드시겠어요” 라는 한마디를 시작으로 이런 저런 대화를 했고, 치료 시작하기 전이나 술식의 단계 단계에서 미리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몇 번의 내원을 통해 어느덧 치료과정이 모두 끝나갈 무렵, 치료를 받으시다가 “치과치료가 원래 이렇게 아프지 않은 건가요?”라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속으로좀 의아했습니다. 치료 중간 중간 분명히 아프다고도 하셨던 분인데 말입니다. 제가 특별히 더 안아프게 하거나 그런게 아닐텐데 아마도 통증이 예견되는 치료 전에 먼저 고지해 드린 것도 있지만, 중간 중간의 치료이외의 다른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이 완화되었던 것이 치료에 대한 공포심이나 통증보다 더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항상 성공적인 소통을 이루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토요일 마감이 다되어가는 시간에 다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어머니와의 일입니다. 먼저 어머니께서 검진을 받으셨습니다.

그다지 심하지 않은 치경부 마모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렇게 심하진 않은 것 같아 치료를 적극 권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드셨던걸까요? 아이를 접수하셨습니다. 상악 유구치에 인접면 우식이 발견되었습니다. 신경치료 가능성도 설명을 드리고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의 협조도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옆에서 엄마가 좀 안절 부절 못하셔서 아이가 더욱 불안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식 제거만 하고 진정처치겸 임시충전을 하고 그날 치료를 마무리하며, 다음 주에 나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어머니의 태도가 달라지셨습니다. 왜 오늘치료가 다 안 되는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도 치료를 많이 힘들어한 것 같았다 고 울상이셨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치료가 안 되는 것인 걸 알았다면 치료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평을 하셨습니다. 제가 마감시간에 마음이 바빠서 치료가 며칠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성향이나 원하는 바를 좀 더 확실하게 간파하지 못하기도 했구요. 결과적으로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 되었습니다. 그 모자는 다음에 내원하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 항상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항상 자세한 설명만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몇 마디 안되는 말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귀찮고 시간없으니 그냥 알아서 빨리 해달라고 하는 분에게는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고 말씀드리고 하는 것이 잔소리만으로 들리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눈빛만 보면 난 알 수가 있어~’ 하는 대중가요의 한 소절처럼, 그런 분에게는 눈빛의 교환으로만 증상과 치료계획에 대해 소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바쁘고 혼란한 세상에서 올바른 소통은 더욱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복잡한 세상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 좁은 치과치료실에서 그보다 더 좁은 입속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이 또 하나의 불편한 짐이 되지 않고, 오히려 치통을 해결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 질 수 있는 그런 행복의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치과의사들의 작은 바람이지 아닐까요.

부족한 후배에게 처음 임상의 길을 열어주신 선배님께서 항상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양심적인 진료를 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다양한 환자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