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건치 담쟁이]우리들의 일상- 나의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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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건치 담쟁이]우리들의 일상- 나의취미
  • 정연호
  • 승인 2012.10.2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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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치과 정연호 원장

 

오늘도 바쁜 하루가 끝났다. 벌떼처럼 몰려드는 환자들을 모두 무찌르고 기진맥진해서 원장실 의자에 앉는다. 종일 아말감, 레진, 골드 가루 등에 공격당한 눈을 지그시 감고 내 몸의 에너지를 되찾기 위해 릴랙스한다.

그렇다고 뭐 돈을 많이 번 건 아니다. 몸은 겁나 힘든데 번 것이 시원찮으면 이게 뭔 짓이냐하는 허탈감에 술이 땅기는 날도 잦다. 더욱 허탈한 건 땅기는 술을 참고 집에 들어가야 되는날일 때.... 술을 먹고 싶을 때 못먹고 시간 되어 주사 맞듯이 요일에 맞춰 알콜을 섭취한다는것은 안 맞는 신발 신은 듯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어쩌랴. 내 인생이 그런 것을.... (그래도신발 없는 것보단 낫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내 취미가 술인가보다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술을 취미로 삼았다간 간이 열두개라도 모자랄 판이니 애저녁에 그런 취미는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은 그저 유쾌한 대화를 하기 위한 도구정도로 써야하지 않을까 싶고....ㅋ 옛날에 비해 생각이 좀 변했다....

다시 원장실로 돌아와,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릴랙스되면 내가 하는 습관이 있다. 스트레칭!! 한쪽 팔을 쭉 펴고 가슴에 갖다대어 다른 팔로 꽉 누르는 것부터(이해되리라 믿고) 시작해서 간단한 동작 몇 개를 한다. 몇 년전만 해도 전혀 없던 습관이다. 근데 지금은 습관이라 말할 수있을 정도로 당연해졌다.

이제 서서히 나의 취미에 대해 밝히자면 이 스트레칭 없이는 큰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스포츠, 바로 야구다!

야구를 하게 된지는 몇 년 안되지만 취미라는 것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 , ‘인간이 금전적 목적이 아닌 기쁨을 얻는 활동’ 이라는 걸 참고해 보면 나의 취미는 당연 야구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 나의 취미 변천사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야구 이전에는 만인의 취미 활동 ‘독서’가 나의 임팩트 없는 취미였다. (물론 독서를 수준 있게 하면 강한임팩트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내가 독서를 취미에서 배제한 건 아니다.

야구와는 또 다르게 독서는 나에게 잔잔한 기쁨과 감동을 가져다 준다. 요즘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은 정말이지 목마른 자에게 나타난 샘물마냥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잠깐 여담으로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 얘기해보면, 1937년생 일본 여자로서 필생의 역작 ‘로마인 이야기’ 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39권의 책을 냈고 최근엔 ‘십자군 이야기’ 라는 시리즈물을 집필중이라고 한다.

내가 읽은 그녀의 책은 ‘로마인 이야기’ 여섯권,‘남자들에게’ 이렇게 일곱 권 밖에 안 되지만 작가의 명석함과 깊이를 느끼기엔 충분하였다.

특히‘남자들에게’ 는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로마인 이야기도 꼭 읽어야 할 목록이지만....(특히 율리시스 카이사르 편 두 권은 꼭!!) 그래서 나는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시오노 나나미가 쓴 모든 책을다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절판된 책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매일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밤에 자기 전에 조금씩 읽는 터라 엄청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푸짐하게 차려진 만찬을 음미하듯 조금씩 읽어볼 참이다.

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남자들에게’ 에 나오는 멋진 문구를 소개하며 시오노 얘기는 마칠까 한다.

‘매력있는 남자란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무슨 무슨 주의주장에 파묻히지 않고 유연한 사람. 그러니 더욱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바로 그런 자이다.’

얼마 전, 정확히 말하면 작년 8월 13일에 나는 야구 경기 도중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좌중간을 가르는 큰 타구를 열심히 쫓아가 잡았는데 불행히도 좌익수를 보던 임병호(정다운 치과) 원장님과 충돌하고 말았다. 병호형도 공만 보고 쫓아오다가 나랑 부딪힌 것이다.

병호형은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헤롱헤롱한 상태고 난 다리가 순식간에 퉁퉁 부어 절뚝거리
는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은 내가 잡은 공이 글러브에서 빠져 나오질 않아 아웃 처리 됐다는 것....ㅠㅠ

당시만 해도 병호형이 크게 다치고 난 가벼운 타박상으로 여겼으나 왠걸 병호형은 조금 이따부터 괜찮아지는 반면에 난 허벅지만큼 붓는 종아리를 보며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 날이 마침 장모님 생신이라 가족모임이 있어 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어찌어찌 운전해서 차를 몰고 간 음식점.... 내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와이프의 눈길을 피해 조신히 저녁을 먹고....

그리고 그 날 이후로 7개월간 달리기를 한 적이 없다....
 

월요일에 간 정형외과에서 사진이랑 찍어 보더니 오른쪽 종아리 근육 파열 이란다. 엥? 근육 파열! 예전에 효원이형이 다쳤던 그 근육파열!! 난 그래도 심한 편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깁스 좀하고 일주일 정도 쉬라고 한다.

에이~ 그럴 수가 있나.... 치과는 어떡하고.... 그날부터 압박 밴드 하나 차고 절뚝거리며 죽을똥 살똥 환자 보는 신세가 되니 환자들 보기도 영 거시기하고 참 어려운 시간이 계속 되었다.

설상가상 목발은 안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을 주면 더디 낫는다는 말에 목발도 했다. 이렇게 완벽한 부상병이 되어 눈물겨운 치과 사수전이 두 달여 지속된다.

다칠 때만해도 2,3주 지나면 다시 뛸 수 있을 줄 알고 리그 끝나기 전에 빨리 좋아져라 하고 지냈었다. 안 그래도 타율이 1할 대라(믿기지 않았지만) 막판 분발로 ‘어찌 2할이라도’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허 참 근육파열이 뭔지 모르고 나 혼자 상상했던 신기루였던 것이다.

여하튼 매일 터질 듯한 종아리와 부황 뜨느라 쪼아댄 발등의 바늘 자국을 보며 이게 뭔꼴이다냐 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어느 날 부황뜨고 있는데 한의원 원장님이 “정원장님! 앞으로 야구 또 할거예요” 하길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 해야죠~!!” 하고 대답했다. 사실 부상의 위험으로 따지면 안위험한 운동이 어딨나?? 약간은 감수하면서 즐기는 것이지....

우리 팀 초대골절의 주인공 기탁이나 안와골절상의 병호형, 근육파열의 효원이형 등 부상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좋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들이 많다. 나도 야구를 직접 안했으면 얼마나 더 다칠라고 또 한다냐 하며 안타까워 했을 수도 있다.

허나 치고 받고 던지고의 이 단순한 듯 하면서도 고도의 멘탈이 요구되는 야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한텐 가벼운 감기쯤이리라....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야구가 엄청 위험해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아까 얘기한 스트레칭과 기본기, 집중력만 있어도 별로 안다치는 운동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과욕은 금물이고....

이제 3월이 되어 새로운 리그가 시작되었다. 7개월동안 쉬었던 야구를 다시 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부상 후 처음 나선 첫 경기부터 2루타를 두 개나 작렬시켰다...(2루타 깔때기)

이 타격감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느낌은 좋다!!

언제고 홈런이라도 날리는 날엔 건치 번개도 준비할 것이다 ㅋㅋ

지금 야구에 대한 나의 욕심은 간간히 안타도 치고 살살 즐기며 몸 관리하다 환갑 무렵 쯤 은퇴하는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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