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소외된 장애인들 구강건강 돌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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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소외된 장애인들 구강건강 돌보고파”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2.10.25 18: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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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 환자 자유롭게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황지영 치과의사

 

서울시에 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하 병원)이 들어선지도 어느덧 7주년. 개원 당시부터 초창기 멤버로 진료에 임해온 황지영 선생을 만나 장애인 치과진료 환경의 실태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 졸업 후 줄곧 장애인치과에서만 근무해 왔다는 황지영 선생은 병원을 택한 이유를 묻자 “정말로 좋아서 남아있다”고 한 마디로 답했다.

“진료를 그다지 좋아하는 치과의사는 아니었다”는 그는 “내원환자 대부분이 우리병원이 아니면 안되는 만큼 이곳에서는 내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장애인치과에 근무하면서 다른 걱정 없이 환자를 환자로만 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게도 고충이 있다면 찾아오는 모든 환자를 치료해 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는 일. 황지영 선생은 “내원하는 환자 개개인의 사연을 들어보면 누구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없다”면서 “형편이 어려워 도중에 진료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환자를 지켜보는 일이 아직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하고, 기관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내원조차 힘들다는 것.

2004년 기준 서울시 전체 장애인 수 42만 명 중 지금까지 이 병원을 내원한 환자는 단 1만 3천명 수준. 이처럼 서울만 해도 아직은 터무니없는 수치인데다, 그나마 거점병원 조차 없는 지방에서는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황 선생은 “장애인환자들이 가까운 개원가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면 좋겠지만 우선 제도가 미흡하다”면서 “장애인 구강보건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내 환자만을 위할 수 있다는 것…“진료가 행복한 이유”

치과의사 8명, 치과위생사 15명을 포함해 전직원 41명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는 요즘 하루 내원환자만 평균 100명을 찍고 있다.

2007년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을 맡은 뒤로 안정을 찾은 병원은 이제 대기환자가 두어 달씩 밀리는 일도 없고, 초진의 경우 당일 내원도 가능토록 시스템이 개선돼 환자들의 접근이 더욱 용이해졌다.

병원이 이만큼 자리 잡기까지는 진료진들의 정착도 한몫했다. 황 선생은 “처음 개원했을 때는 진료진이 2명에서 4명 사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 진료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며 “대기환자만 6개월이 밀려있는데 진료진이 없어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8명 진료진이 채워지고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 황 선생은 “서울대에서 수탁을 맡고 진료진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안정된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근원이었다”면서 “개원 당시만 해도 동기들에게 입사를 권하면 선입견을 갖고 꺼려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커진 게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원이 전무한 일반 치과들과 달리 이곳(병원)에서는 정책적으로도 자유롭기 때문에 진료 보는 일이 행복하다”며 “개인병원이 아닌 특성화된 공공병원인 만큼 내 환자를 내의지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애인치과에 근무하는 가장 큰 장점이자 자부심”이라고 피력했다.

서울시로부터 받는 운영보조비와 환자 진료비용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환자 부담이 큰 비보험 진료의 경우 일반장애인은 20%, 기초생활수급자에는 50%의 수가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병원이 진행중인 보철치료비 지원, 틀니 제작 등 무료진료사업들도 활발한데, 특히 이동치과진료사업은 매주 3회씩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성과가 크다는 평이다.

황지영 선생은 “정작 중증장애인의 경우 내원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다 장애학교 등은 보건소 등에서 혜택을 받지만 기관의 경우가 가장 열악하다”면서 “진정한 사각지대에까지 이동치과진료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금은 한 대뿐인 이동치과진료 차량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치과계 인식 변화 “오픈마인드로 이어지길”

황 선생은 장애인들의 열악한 구강보건 실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10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치주질환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은 82.2%로 일반인 66.3%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우식경험 영구치 수도 평균 8.6개로 일반인보다 2개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개 이상의 충치 보유율도 일반인은 33.5%인 것에 반해 장애인은 65.1%로 나타나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이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영 선생은 “질환을 키워오는 경우가 많아 똑같은 충치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정신병원 같은 열악한 기관은 여전히 지원에서 소외돼 있어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황 선생은 “내원환자의 10%가 덴처치료를 받을 만큼 무치악 환자들도 꽤 있다”면서 “보호자와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태가 이 정돈데 기관에 방치된 환자들은 오죽하겠냐”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는 데는 실력보단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그는 일반 개원가에서도 장애인 환자에 대한 문턱을 조금 더 낮춰주길 당부했다.

그는 “내원하는 장애인 환자 중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비율은 5%미만 수준”이라며 “물론 뇌성마비 등 중증장애인 환자들은 내원이 힘들기 때문도 있겠지만 실제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검진이나 예방치료에도 협조를 잘해준다”고 말했다.

황 선생은 “물론 정책적인 뒷받침이 우선이겠지만 개원가에서도 장애인 환자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시간을 할애해 줬으면 한다”면서 “더 나아가 장애인 환자 진료에 대해 공부하고 경험하는 노력들이 쌓인다면 더 좋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치과계에서도 인식이 달라지고 장애인 진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만큼 학회를 통해 장애인전문가양성교육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외부뿐 아니라 치과계 내부적으로도 아직 홍보가 부족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원가에서 치료가 어려운 신규 환자들은 당일 내원도 가능하니 언제든지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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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 2012-10-26 15:43:10
지영이 화이팅!

김용진 2012-10-26 10:06:14
황지영 샘과 같이 공공치과병원에서 애쓰시는 모든 치과의사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공공치과병원이 더 많이 늘게 하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양호 2012-10-26 09:32:32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충분히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이뻐진 거 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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