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밀린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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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밀린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꿈’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3.04.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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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오늘 새벽 대한문 앞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천막 철거…약 1년을 끌어온 농성장 단 10분만에 철거 후 화단 조성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이 설치 약 1년만에 강제 철거됐다.

서울 중구청은 오늘 4일 오전 5시 50분께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천막을 철거했다.

중구청은 이날 직원 약 50여 명을 동원해 기습철거에 나서 10여분만에 철거를 마친 후 화단을 조성했다.

민주당 김진욱 부대변인은 ‘중구청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천막 기습 철거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통해 “지금은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천막을 강제적으로 기습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할 때가 아니라,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통해 희망의 나무를 심어야 할 때”라며 “새누리당은 즉각 민주당의 쌍용차 국정조사 개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용차 범국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도 기자회견을 가지고 “대한문 분향소는 쌍용차 희생자와 정리해고로 고통 받는 이 땅 모든 이들의 마음의 공간”이라며 “불법을 진두지휘한 중구청장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전적으로 이 사태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진보신당도 ‘스물 네분의 쌍차 희생자에게 강제철거, 막가파 연행으로 화답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문 분향소는 더 이상 갈곳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우리 사회가 내어 줄 수 있는 마지막 공간 이었다”며 “고작 화단을 설치하자고, 그들을 뽑아내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녹색당도 오늘 성명을 통해 “지금 평택 쌍용차 앞에서 노동자들이 136일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외면하고 짓밟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중구청의 기습철거를 규탄하며, 쌍차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화재 이후 재설치된 천막이 강제철거 계고장 대상인지에 대한 법적 공방이 있었는데 기습철거를 당했다”면서 “이런 법적 부분을 포함해 천막 재설치 등 모든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뒤늦게 철거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은 범대위 측 해고조합원 20여명과 시민들은 중구청의 철거 작업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 천막을 지키고 있던 쌍용차 해고 조합원 고모(39)씨와 범대위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7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제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충돌이 우려돼 새벽에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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