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항쟁을 공격하는 세균들
상태바
5·18 항쟁을 공격하는 세균들
  • 송필경
  • 승인 2013.05.20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송필경 전 공동대표

 

...30년도 훨씬 지난 적에 배운 미생물학 수업의 기억에 따르면 박테리아 그러니까 세균은, 사람의 성격이 사람 수 만큼 다양하듯이 그 종류가 많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몸에 이로운 세균도 있고 해로운 세균도 있다. 이런 다양한 세균들이 인간의 장기 마다 자연스럽게 공생하는 생태를 정상세균총(normal flora)이라 한다.

정상세균총은 우리 피부나 몸 속 여러 장기와 밀접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해로운 세균(병균)의 침입이나 발현을 막는다. 어떠한 원인에 따라 정상세균총의 균형이 깨어져 해로운 세균이 득세하거나 병원성 세균이 침입한 상태를 병이라 한다.

외상을 심하게 입어 항생제를 과다하게 복용하여 정상세균총의 이로운 세균을 파괴한다면 해로운 세균이 득세하여 새로운 질병이 생겨난다. 치료 방사선을 오래 쬐면 입안의 정상세균총이 파괴되어 곰팡이균이 득세하여 입안 점막에 캔디다증이 유발한다.

또한 우리 몸이 피로 누적이나 영양 부족으로 쇠약하면, 즉 몸의 면역력 상실이 정상세균총의 균형을 깨트린다.
내우외환, 다시 말해 면역력의 저하(내우)나 외상(외환)을 받을 때 우리 몸은 병든다.

사회도 우리 몸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회가 선한 사람만 있는 살고 있지 않다. 숱한 이기적인 사람들이 널려 있다.
그래서 토마스 홉스는 ‘사람은 사람에게 있어서 늑대이다’라고 했다. 힘센 사람일수록 허영, 시기, 불신, 경쟁이라는 욕망이 가득하여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악성 욕망이 있다.

진보의 역사는 이런 악성 폭력에 대항하여 이성적 윤리와 정의의 무기로 투쟁했다.
인간 사회의 정상세균총이란 윤리적 이성이 악성 폭력을 제어한 상태를 의미한다.

1980년 5·18 투쟁은 군사 쿠데타에 저항한 정의로운 이성의 외침이었다. 그 정신은 전두환의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1987년 6·10 대항쟁으로 이어져 제도적 군정 정치를 마감한 기폭제였다.

그 이전까지 민주주의란 장미꽃을 피울 수 없는 쓰레기통 같다고 서구인에게 비웃음을 당하던 남한이 5·18을 통해서 이룩한 민주화는 정말 ‘경이롭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 이후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일상화한  일은 우리 사회가 이룩한 놀라운 민주화 역량임은 분명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 대하여 보수 세력이 저주에 가까운 극언과 욕설을 해도 군부 독재 시절과 달리 정치 보복에 시달리지 않았다. 아시아 모든 나라에서 우리만큼 민주주의 제도를 발전시킨 나라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발전은 전두환 쿠데타에 대한 5·18 항쟁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지금 우리가 이만큼 누리는 민주적 언론과 정치 자유는 5·18 항쟁에 대해 정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이처럼 5·18은 해로운 세균을 걷어내고 우리 사회에 정상세균총 같은 시스템을 최초로 만든 고귀한 역사의 주춧돌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수구 언론 특히 종편이 앞장서 5·18 항쟁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활동을 개시하자 이 정부도 은근히 동조하고 있다. 이는 정상세균총에서 악성 세균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악성 세균의 발현의 요인은 외환과 내우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외환이란 천박한 욕망이 가득했던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지 못하자 수구적 태도를 더 확고하게 다진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말한다.
내우란 진보 진영의 근원적 분열과 제1 야당과 시민사회의 무기력으로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질병인 암도 정신의 힘으로 이겨낸 사람이 많다. 역사에서 궁극적 승리자를 보면 어떤 외부 요인이 있더라도 내부 저항력이 강했던 자들이다. 반대로 패배자들은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내부 저항력이 없었던 자들이다. 실제 외환보다 더 무서운 게 내우다.

진보의 분열에 더하여 무기력한 야당과 시민 사회 세력이 앞으로 5·18 정신을 제대로 지켜내려나?
정상세균총의 균형을 깨는 수구 세력의 발현에 대해 내부 저항력을 키우기 위한 묘안은 있는가?
이번 연휴 내내 대구에서 고민해 봐도, 서울에서 고민해 봐도, 경주에서 고민해 봐도 해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혹시 해답을 아는 분 어디 계십니까?

 

송필경(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 공동대표, 범어연세치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