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암부터 무상의료를 촉구하며...
상태바
[시론] 암부터 무상의료를 촉구하며...
  • 박한종 논설위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보험의 암 보장은 완전보장이 핵심이다.

작년에 발생된 건강보험의 흑자분 1조 5천억은 건강보험의 운영자측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의약분업파동이후 보험재정의 부실을 막기 위한 피나는 노력은 일차적으로 가입자들의 어깨위에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1조5천억의 흑자분은 가입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려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복지부에서는 흑자 발생이후 반년이 거의 다 돼 가는 데도 MRI의 보험 적용을 제외한 1조 3천억의 용처를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나 보건의료단체, 그리고 정치권의 일각에서 이 부분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암의 완전보장에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 국민의 사망율을 보면, 그중 4분의 1이 암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치병이었던 암이 의학의 발달로 이제 급속히 치료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치료비를 댈 형편이 못돼 죽음으로 내몰리는 환자와 가계의 파탄으로 붕괴되는 가정 등등, 언론을 통해서 때대로 접하는 비참한 소식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암에 의한 사망자중 많은 수가 아직도 경제적 이유로 충분한 치료를 못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가입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이 반드시 필요할 때 건강보험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 이유로 가계의 파탄과 가족의 생명을 저울질하는 가입자의 불행으로부터 건강보험은 자유롭지 않다. 건강보험은 생명에 필요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에 일차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암의 완전보장에 소요되는 비용은 8천억원 정도라 한다. 비록 큰 돈이기는 하나, 기존 흑자분으로 충분히 부담하고도 남는 액수이다. 더군다나 암의 보장을 위해 국민 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민간보험의 경우 평균 월 2-3만원의 비용이 지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의 완전보장이 가져올 사회적 지출의 절감은 그에 따른 비용에 비할 때 훨신 효율적일 것이다.

다행이 복지부에서 이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한 것인지 암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보도를 보면, 암뿐만 아니라 기타 중대 상병으로 그 폭을 확대하는 대신 완전보장이 아니라 일부 급여를 확대하는 정도로 그치려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암의 완전보장(물론 선택진료문제나 1인실 병실 사용 등의 몇몇 고려점이 있겠으나)이지 현행 몇몇 질환에 치료내용중 비급여 일부를 보험 급여로 바꾸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물론 암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등 많은 질병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혜택의 폭이 넓어질지는 모르나,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못받은 완전 보장이 가장 필요한 많은 저소득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국민들이 더 넒은 혜택을 누리릴 수 있게 하려면, 본인부담 상한액을 줄여야만 가능할 것이고, 당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의 질병이라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타 질병은 차후 서둘러 다시 다루어야만 할 것이다.

재경부는 올해부터 실손형 민간보험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민간생명보험의 규모가 벌써 10조가 넘었고, 그중 암을 포함한 질병보험 역시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료보험은 그 원리에서 건강보험과는 판이한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 상태를 유지하면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한다면, 건강보험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민간 보험을 통한 위험의 분산 역시 사회보험의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계층적 분단을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다.

암에 대한 완전보장은 아마도 다국적 보험 자본과 거대 보험사들이 가장 강력한 반발을 할 것으로 보이나,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이 보험사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있는 것임을 다시한번 각성하여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에 의한 암의 완전보장만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을 지켜내고,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으로 인해 국민과 의료를 두개로 분단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한종(서울 박한종치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