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81]소문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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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81]소문의 여자
  • 전민용
  • 승인 2013.06.29 1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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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오후세시

 

역시 오쿠다 히데오 작품답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특유의 유쾌, 상쾌한 표현과 상황이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나 일탈의 모습도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드러낸다. 노골적이지 않게 슬쩍슬쩍 보여주는 섹시 코드도 즐겁다. 야한 여자와 관심을 보이는 여자에게 사족을 못 쓰는 사내들의 속마음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독특하고 재미있다. ‘소문의 여자’인 이토이 미유키를 중심으로 각각 독립적인 10편의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줄기를 이루며 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다양한 직업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토이 미유키와 엮이며 에피소드를 만든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전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베일 속의 실체를 짐작할 뿐이다.

이 소설을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소설로만 볼 수도 없다. 독자에게 경계를 묻는 진지한 면이 있다. 부동산 회사, 토건 회사, 공무원, 정치인 등 대부분의 일본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부정과 부패들이 등장한다. 이런 거짓이나 부정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매섭지 않다. 작가는 적당한 부정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속에는 정도가 지나쳐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악들도 등장한다. 적당히 용인된 작은 부정들이 결국 엄청난 부정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허용할 수 있는 경계가 어디일지 생각해 볼 일이다.

주인공 이토이 미유키에 대한 정서적 공감도 쉽지 않다. 때로는 소문으로 때로는 사실로 드러나는 미유키의 행동은 점점 이해의 경계를 뛰어 넘기 시작한다. 룸살롱 아가씨에서 정부, 사기, 매춘, 살인까지.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는 소문이지만 여러분이라면 어느 선까지 이성적 감성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묻고 싶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에게 좋은 것이면 됐지 객관적으로 선악을 가르는 윤리적인 기준 따위는 없으면 어떤가 묻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법적인 책임이야 각자가 져야겠지만 말이다. 더구나 남성 지배사회라는 면에서 본다면 성의 무기화나 여성의 남성에 대한 범죄는 정상참작 되어야 하고, 심지어 살인이라도 정당방위로 볼 수도 있다는 급진적 여성주의를 주장한다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공중 그네’, ‘면장 선거’, ‘마돈나’, ‘남쪽으로 튀어’, ‘한밤중의 행진’ 등 전작들도 유쾌하면서도 인간이나 사회를 가볍게 통찰하는 면이 있어 즐겨 읽었다. 특히 ‘공중 그네’와 ‘면장 선거’는 만화도 아닌데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던 책들이다. 이번 작품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더 좋았고, 많은 생각거리도 던져주고 있어 즐겁고 의미 있는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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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2013-07-01 13:44:51
남쪽으로 튀어가 너무 잼 있어서 몇개 찾아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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