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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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 전양호
  • 승인 2013.07.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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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얼마 전 치과계 정책토론회에 간 적이 있다. 현재 치과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건강보험의 확대를 제시하는 자리였고, 치과계에서 경영과 건강보험 분야에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 발제자와 패널로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각론과 방법론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중요성과 확대에 동의하고, 향후 치과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중 10대 이하의 연령층에게 예방치료의 급여화를 주장하셨던 한 패널분의 발제문에는 그 동안 건치에서 주장해왔던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제의 급여범위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고민을 담고 있으셔서 내심 놀라웠다. 아무튼 최근 치과계의 대세가 건강보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2004년인가 2005년인가. 내가 속해있던 구강보건정책연구회는 치석제거와 노인틀니 급여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치과건강보험 비중이 4% 정도에 불과해 몇몇 인사들이야 걱정를 하고 있었지만, 급여확대는 일부 예방치료를 제외하고는 치과계에서 거의 금기에 가까웠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화제로 올랐다가 얼굴을 붉힌적도 여러번이었다.

건강보험공단 연구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치석제거와 노인틀니 급여화 방안을 설명하다가 현실 불가능하다며 외면을 받은 적도 있었고, 가까운 보건의료전문가들조차도 이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어느덧 불가능하지 않을까 했던 것들이 이미 현실이 되었고(아직 급여화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이런 식의 급여확대에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그리고 치과계는 치과진료비는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치과의사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건강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를 열심히 해서 나름대로 경영의 위기를 돌파한 치과의사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거의 대부분 환자들과의 신뢰 회복을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효과로 꼽고 있다. 건강보험은 필수적인 치료, 당장에 아픈 것을 해결해주고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며 최소한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치료를 보장해준다.

그리고 환자들은 크지 않은 경제적 대가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치료에 헌신적인 치과의사에게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치과는 비싸다’ ‘치과는 믿을 수 없다’ 는 오래된 선입관을 바꾸는 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있을까?

최근 건강보험에 대한 치과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보험청구에 대한 강의와 교육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고, 혹시 내가 빼먹고 있는 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문제를 단지 청구의 기술에 대한 문제로 오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작 50%의 보장률과 선거를 위해 급조된 급여화 따위의 것들이 아니라 건강보험이 건강보험다워지도록 만드는 것.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인들의 삶이 보장되도록 만드는 것. 주어진 현실안에서 최선의 진료를 통해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지켜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들과의 신뢰를 회복해가는 것. 이것이 건강보험의 핵심이다.

다음달부터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저소득층에게 중증질환진료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언론에 따르면 민간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고 한다.

불안해서 하지만 국가는 외면하고 있어서 없는 돈에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배제하겠다는 정부. 이 논리를 반대로 확장하면 민간보험에 가입한 고소득자들의 건강보험 탈퇴를 인정해야 한다.이게 우리나라 정부의 수준이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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