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의 수는 많고 경제력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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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의 수는 많고 경제력은 낮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3.10.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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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과계는 위기인가] ① 원인 진단-인력수급, 경제적 지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김세영 회장은 출마 당시 현재의 치과계를 ‘위기’라고 규정하고, 동네치과 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회장은 후보 당시 치과계 위기의 최대 원인을 불법네트워크치과로 규정했고, ‘동네치과 살리기’라는 목표 실현의 첫 번째 당면과제로 ‘불법네트워크치과 척결’을 제시했으며, 지난 2년간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 1인1개소 강화법안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치과계 위기의 두 번째 원인으로 ‘과도한 치과의사 인력수급’을 뽑았고, ‘치대 정원 감축’을 두 번째 당면과제로 설정했다. 이 밖에도 동네치과 살리기를 위한 기타 당면과제로 ▲일자리 창출 및 파이 확대 ▲치과전문의제도 올바른 정착 ▲수가 현실화 및 치과보장성 확대 ▲보험청구교육 강화 ▲경영 노하우 공유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수급’과 관련해서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지는 못한 채 임기 2년이 지난 2013년 8월에서야 ‘치과의사 인력수급 적정화를 위한 TF' 초도회의를 열었으며, ’해외 치대 졸업자 국내 치과의사 자격 취득‘과 ’정원 외 입학‘ 대응 수준의 활동에만 머무르고 있다.

‘치대 정원 감축’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는 공감대와 함께 정부당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부터 ‘치과의사 수가 적정한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연내 공청회를 열자는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과의사 수 정말 많은가?

치협의 대응 상황에서 알 수 있듯, 치과계가 1차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치과의사 수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객관적 데이터를 보고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OECD 평균 및 한국 현황을 살펴보자.

일단 한국 치과의료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치과의사 면허자는 21,410명이다. 2007년에는 19,092명, 2009년은 20,415이었으며, 2013년 현재 실제 활동치과의사 수는 1만7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1년 치과의원은 15,058개로 2007년 13.339개에서 4년만에 12.9%인 1,700여 개가 늘어놨으며, 치과병원은 2007년 153개에서 4년만에 무려 30%인 46개가 늘어났다.

▲ 우리나라 의료인력 현황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행한 'OECD Health Data 2012'를 살펴보면, 의사의 경우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0명으로 2005년 1.6명에 비해 증가했으나, OECD 평균 3.1명보다는 적다. 치과의사 수 역시 0.39명으로 OECD 평균인 0.62명 보다 적으나, 의사보다는 평균에 더 접근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국민 대비 치과의사 증감율이다. 2006년 인구 1천명당 활동 치과의사 수는 0.4명으로 OECD 평균 0.6명의 2/3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0.45명으로 OECD 평균에 많이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증가속도가 빠르며, OECD 평균을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010년 수행한 ‘보건의료인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과의사 인력은 2010년 이미 303명 과잉 공급됐으며, 2015년에는 2,229명, 2020년에는 3,575명, 2025년에는 4,364명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보사연의 2009년 ‘OECD 국가들의 GDP 2만불 시점 의료이용률과 수요대비 치과의사 인력’ 비교 연구결과(표 참조)에 따르면, 한국의 치과의사 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한 국가들의 GDP 2만불이 된 시점 치과의사 수는, 프랑스의 경우 2008년 40,968명이었는데, 인구 수는 6천4백여 만명이었다.

이태리는 2007년 국민 수가 6천만여 명이었는데, 치과의사 수는 4만8천여 명이었으며, 스페인은 2008년 4천5백여 명의 인구에 2만4천여 명의 치과의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치과의사 인력수급을 국민 대비 치과의사 수, 각 국가별 단순 비교 등을 통해 살펴보면 ‘과잉’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GDP 2만불 시점 나라별 치과인력 비교
다만, ‘국민 인구수 대비’라는 단순 비교로 ‘과잉’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인력수급 문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 및 환경, 국민 구강건강 수준 및 치과의료 이용량, 치과의사의 평균 진료시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다 따져보고 풀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치과계로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급·수요체계 도출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잉경쟁 치열 등 개원환경 악화의 원인이 ‘치과의사의 과잉 공급’ 때문이라고 지금으로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다른 측면에서 치과계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지위! 만족 못할 수준인가?

최근 한 일간지에서 ‘사 자의 몰락’ 시리즈로 치과의사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치과를 하느니 차라리 치킨집 운영하는 게 낫다는 취지였다. 물론 그 기사를 본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불법네트워크치과 등 치과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다른 문제들에 대한 진단에 넘어가기 앞서, 치과의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 할 정도로 낮아졌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풀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치과의사가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데이터는 없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가 여부는 일부 공공기관에서 발표하는 소득 순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0~2011년 직업군별 연봉순위는 치과의사가 8,224만원으로 8위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위는 CEO(10988), 2위 국회의원(10600), 3위 도선사(10500), 4위 성형외과(9278), 5위 항공기 조종사(9183), 6위 변호사(8860) 7위 외과의사(8268), 8위 치과의사(8224), 9위 대학총장 및 학장(8040), 10위 행정부 고위공무원(7403) 였다.

또한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2003년 치과의사 평균소득은 월 489만원, 연 586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상으로만 보면, 치과의사 소득은 2003년에 비해 2천4백만원 가량 올랐다. 국내 타 직업군과 비교할 때 여전히 상위에 링크돼 있는 것이다.

해외 국가들의 치과의사 소득은 어떨까?

NHS 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 영국의 치과의사 평균 연봉은 £89,600였으며, 2009년에는 £84,900로 전년에 비해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치과의사들의 연봉이 점차 감소하고는 있지만, 한화로 평균 1억2천~3천만원 정도를 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치과의사 평균 연봉이 10만 달러(1억2천여 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같은 해 치과의사 평균 연봉은 11만3500달러(9,776만원)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2013년 치과의사들의 평균 월 소득이 3천유로(43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이 치과의사 소득도 여전히 국내 모든 직업군 중 상위에 링크돼 있고, 해외 주요국가와도 각 국의 물가수준이나 여러 경제적 요인까지 감안해야 하지만 단순 비교하면 결코 적다고 하기 힘들다.

그런데 왜 위기라고 말할까? 1년 평균 300개의 치과가 도산하고, 막대한 개원비용에 따른 채무 이자로 시름하고, 개원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려해도 자리가 없는 등의 대한민국 치과계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회에서 다른 측면에서 그 원인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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