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 양성이 고려대라는 명문사학 이름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 아니에요? 한마디로 쪽팔리다는 거죠. 의료기사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저평가가 낳은 결과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치과기공학의 산실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 치기공학과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고대 치기공학과는 1971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치과기공사 양성 학과이며, 지난 42년간 1,200여 명의 우수한 치과기공사를 배출, 대한민국 치과기공계를 선도해 왔다.
또한 지난 2006년에는 전국 24개 치과기공과 중 최초로 4년제 치과기공학과로 거듭났으며, 김미진 교우가 올해 세계 최초로 치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키도 했다. 현재도 우리나라에서는 4년제 치기공학과는 고대와 카톨릭대 두 곳 뿐이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본부는 지난달 5일 ‘교육조직혁신특별위원회규정’을 제정, 보건과학대학 학과 개편에 나섰다.
고대 보건과학대학 내에는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과, 물리치료학과, 치기공학과 4개의 의료기사 양성학과를 비롯 생체의공, 환경보건, 식품영양학과 총 7개의 학과가 있다. 그 중 4개 의료기사 양성학과를 폐지하겠다는 게 학과 개편의 골자다.
이렇듯 학과 폐지가 추진되자 4개 학과 교우회가 즉각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오늘(23일)은 임상병리회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해당학과 교수, 학생, 교우들 뿐 아니라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손영석 회장 등 4개 의료기사 유관단체장까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순히 학과 폐지 여부를 둘러싼 고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기사 집단과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기자는 지난 22일 저녁 시내 모식당에서 고려대학교 치과기공학과 교우회장인 평화기공소 한명희 소장을 만나 향후 대응 등을 들었다.
또한 한 소장은 “전세계적으로도 보건복지 분야는 강화되고 있는데, 의료기술 관련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교육 백년 지 대계‘를 간과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고대가 여러 의료원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의료인 양성 뿐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양성까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한 소장은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보건과학 기술의 요람으로서 우수한 보건과학 전문 인력을 양성해, 국내외에서 공인하는 보건과학 분야의 국내 최고 학과로 자리매김 해왔다”며 “충분히 고려대라는 명문사학의 이름에 걸맞게 만들어갈 수 있는데, 왜 굳이 폐지하려는지 모르겠다. 여러 의료원을 갖고 있는 고대로서는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런데 왜 폐지하려고 하는 것같으냐는 질문에 한 소장은 “고대라는 명문사학의 울타리 속에서 의료기사 배출이 쪽팔리다는 거 아니겠느냐”며 “이건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기사 전체에 대한 무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소장은 “전세계적으로도 4년제 치기공학과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대 치기공학과는)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갈 발판이자, 대한민국 치과기공학 발전의 근간이라 볼 수 있다. 그 근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교우 및 치과기공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