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Window와 정책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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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Window와 정책선거
  • 전양호
  • 승인 2013.11.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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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Policy Window와 정책선거

J.W.Kingdond은 ‘흐름창 또는 정책창(Policy Window)’모형(1984)에서 ‘정책창’은 ‘정책주창자들이 그들의 관심대상인 정책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그들이 선호하는 대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열려지는 기회’로 정의한 바 있다. 정책창은 예측이 가능하도록 정해진 일정에 의해 열기기도 하지만(예산심의나 국정감사),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사회적 사건에 의해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과 주민투표 당시를 돌아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무상급식 문제는 교육감 선거라는 정해진 일정에 의해 의제화되었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반발로 급작스럽게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뜻하지 않은 주민투표를 통해 오히려 그 제도적 기반이 공고해진 경우다.

앞에서 예를 든 예산심의나 국정감사 외에 선거 역시 정책창이 활짝 열리는 시기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통령 선거는 사회 각 분야의 이슈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패배의 대가가 너무 가혹해서인지 한 없이 그리고 대책 없이 열어놔서 문제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동안 숨죽여 지내던 국민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열리는 시기인 건 분명하다.

이 겨울이 지나면 3년만에 치협 협회장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이전과는 다르게 200명 남짓한 대의원들만이 아닌 1000명 이상의 일반 회원들도 투표권을 가지게 될 것이 확실하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 선거공영제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눈치 봐야 할 치과의사 대중이 많아질테니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도 있다.

이번 협회장 선거는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치과계의 합의가 있다. 그리고 선거권의 확대에 따라 조금은 넓어질 Policy window로 인해 정책선거의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년 출마를 선언한 모 후보는 정책포럼을 조직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고, 또 다른 한 후보는 직선제와 온라인 보수교육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선거를 공언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차별성이다. 사실 치과계 정책이야 다 그게 그거다라는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유사한 이익단체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누군가와 다른 정책을 계발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 정책을 상대방이 받아들였을 때 상대방이 받을 불이익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인 통로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것저것 좋은 얘기들만 모아놓은 대동소이한 정책자료집과 자기 확신과 다짐으로 가득한 정견발표만으로는 학연과 지연에 의지했던 이전의 악습을 극복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서로가 논쟁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정책토론회를 강제하는 것은 선관위의 의무다. IT강국 한국에서 혹시나 실무적인 어려움 등을 핑계로 대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나머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열려진 Policy Window를 통과하기 위해 다양한 치과계의 구성원들이 이슈들을 제시하고 서로 갑론을박하면서 현명한 길과 그에 걸맞는 현명한 후보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 유권자의 몫이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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