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는 건강검진, 과연 건강에 도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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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하는 건강검진, 과연 건강에 도움 될까?
  • 이상윤
  • 승인 2014.01.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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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최근 암에 의한 사망이 많아지면서 암의 조기 발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암을 완치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 그래서 암에 대한 관리 방법은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건강검진을 아무리 충실히 잘 받아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암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까지 정기적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하여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혀진 암은 위암, 간암, 대장암, 여성의 자궁경부암, 여성의 유방암 정도이다.

그런데 여성의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유방 촬영 효과에 대해서는 최근 논란이 있고, 폐암의 조기 발견 방법으로 저선량 폐 CT의 활용에 대한 긍정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아무리 비싼 검사를 한다 해도, 아무리 검사를 자주 한다고 해도 조기 발견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100만원 이상 돈을 들여서 매달 갖가지 검사를 하면 몸에서 암세포가 조금이라도 자라나는 것을 빨리 발견할 것 같은 게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우리 몸의 암세포는 어느 정도 그 수가 많아져 커지지 않는 이상 검사에서는 발견되기 힘들고 다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알다시피 암 세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다르다. 암 세포는 우리 몸의 일부가 변형되어 자라나는 속도가 빨라져 병이 된 세포다. 그러므로 그 수가 많아져 커지기 전까지는 검사상 이상으로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암이 검사상 이상으로 밝혀지면 이미 다른 곳에 전이되어 있거나, 그 침범 부위가 너무 넓어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검사를 자주 해서 암은 발견했지만, 이미 그 암이 온몸에 펴져 있는 경우라면 검사를 자주 해서 얻은 이득이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검사를 자주 많이 하면 암세포를 발견할 확률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 역시 비례하여 증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검사는 그 위험도가 작냐 크냐의 정도만 다를 뿐 모두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소변이나 대변 검사 정도만 자주 해도 부작용이 없을 뿐, 혈액 검사, 내시경 검사, 방사선 촬영 검사 등은 검사 종류에 따라 부작용의 빈도와 심각성만 다를 뿐 최소한의 부작용을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췌장암 등 내장 깊숙이 있는 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을 1년에 한번씩 하는 것은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대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등의 증상이 없는데도 1년에 한번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것도 이익에 비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는 선택이다. 왜 그럴까?

컴퓨터단층촬영은 검사의 원리가 매우 많은 방사선을 몸에 쬐어 사진을 얻어내는 것이다. 부위와 방식에 따라 방사선 양은 차이가 있지만 보통 CT 촬영 한번에 적어도 가슴 사진 한번 찍을 때 받는 방사선 양의 10배 이상을 받게 된다. 방사선을 몸에 많이 쬐게 되면 당장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누적되면 오히려 암 발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방사선은 많이 쬐면 많이 쬘수록 암 발생의 위험이 비례하여 높아진다. 그러므로 평생 한번 CT를 찍은 사람과 평생 다섯 번 CT를 찍은 사람이 있다면 다섯 번 찍은 사람이 5배나 더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암 발생 물질을 몸에 쬐는 것이나 다름 없다. 돈이 펑펑 남아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CT 촬영의 높은 비용에 비해 그것을 촬영한다고 해도 암을 조기 발견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 또한 문제다.

대장 내시경을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대장 내시경을 하려면 대장을 비우기 위해 설사약을 많이 먹고 설사를 수도 없이 한 다음 검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위 내시경에 비해 대장 내시경은 내시경 시술 중에 장 천공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높다. 실제로 1년에 적지 않은 수가 대장 내시경 준비를 하다 장이나 식도에 문제가 생기고, 대장 내시경을 하다 사고가 생기고 있다. 아이러니다. 그러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 증상이 있거나 대변 검사상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 백 번 양보해도 1년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할 필요는 없다. 3-4년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와 같은 부작용 외에 검사상 위양성(False positive)에 따른 부담도 있고 경제적 부담도 있다. 모든 검사는 위양성의 가능성이 있다. 100% 정확한 검사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 암이 없는데 암이 있다고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필요한 검사를 해서 암이 없는데도 암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이런저런 추가 검사를 받거나 확진될 때까지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다. 비용 대비 효과가 없어 경제적으로 돈만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검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필요도 없고 비싸기만 한 검사를 이것저것 끼워 10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하고 있는 병원이 늘어가고 있다. 이는 비의학적일 뿐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효과 없고 위험하기까지 한 건강검진, 이제 줄여야 한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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