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위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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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위험, 정치
  • 박한종 논설위원
  • 승인 2014.05.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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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한종 논설위원

 

세월호 참사도 한 달이 지나간다. 유례 없이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채 290명 정도가 주검으로 건져졌고, 아직 10여명이 넘는 실종자가 바다에 잠겨있다. 사고 발생이 한 달이 대통령은 너무 늦은 사과와 너무 섣부르다 싶은 대책을 뜬금없는 눈물과 함께 섞어 놓은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면 우리의 속내는 어느 순간 헛하다가 화가 나고, 화가 나다간 우울해지며 우리 일상이 수시로 멈칫멈칫했다. 때로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 방송을 접기도 했다. 그러나 삶이란 어떤 주기 같은 것이고, 생존이란 또한 무거운 것이기에 조금씩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잇따른 선거라는 시기가 또한 일상에서는 어쩌면 축제같은 것(물론 이번에야 세월호가 가져온 참극으로 축제라 하기엔 열광이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기는 하니 일상의 복귀는 당분간 예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다면, 일상은 오히려 또 다시 그 꿈쩍없는 복원력을 발휘할는지도 모른다. 몇 일전 유가족들이“가장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일”이란 발언에서 걱정하는 바 역시 이것이었을 것이다.

두말 할 것 없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대통령 담화나 개각 등이 그나마 국민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반영하는 것조차 선거라는 공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많이 지적되기는 하나 그에 더해 그런 시스템에서 보이는 시스템 운영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참담한 수준이다.

그러니 그렇게도 무능하고, 거기에 더해 국민을 무시하고 분노케 하는 파렴치한 부류를 핵심에 배치하는 권력에는 경종을 울려야만 한다. 거기서 부터가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일상의 위험을 거둬들이는 것의 시작일 것이다. 그러니 이 시기 우리는 선거를 통해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우리는 유가족을 뒤로 두고 일상으로 돌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것만이 아니라, 당연하면서 또한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한 측면에는 역사 속에서 구현되지만, 다른 한편 일상속에서 구성되어진다. 일상이 없다면 역사도 변화도 기댈 데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되돌아가되 세월호를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세월호를 잊고 일상에 주어진 것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일상이 가리는 위험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위험을 드러내는 것은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영역이 될 것이다. 구체적 삶의 모습을 바꾸는 생활 정치는 가치 있는 불편함을 찾아 내는 것을 필요로 한다 하겠다. 사실 편함을 지향하는 것들이라면 그것이 비록 생활 정치의 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생활 정치의 주체 역량이 커짐으로써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정치의 영역이라기보다 정책의 영역일 것이다.

이런 영역에 우리 시민운동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는 어쩌면 생활 정치의 주체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 정치가 바로 다른 어떤 것(정책) 보다 필요한 고유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일상의 편안함 속에 가려진 위험을 드러내어 불편을 감수하는 것,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추구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그만큼 서로서로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한다.

물론 우리의 위험은 일상에 숨어 있지만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사회 구조가 만들고, 강제하는 일상 자체가 위험이 되는 경우조차 있다. 그러기에 정치를 생활에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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