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대 협회장 선거 ‘변화 가능성’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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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대 협회장 선거 ‘변화 가능성’ 남겼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05.24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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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1차 기획좌담회] 동창회선거 등 구태 탈피 성과 일부 인정…직선제 대비 ‘정책 차별화‧네거티브 지양‧공정 보도’ 등은 향후 과제

 

대한치과의사협회 29대 협회장 선거가 62년 만에 개선된 선거인단제로 치러지는 과정에서 네거티브 혈전과 바닥민심, 배려의 부재 등 치과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면, 대의원 선거제도가 막을 내리면서 동창회선거의 한계점을 찍고 정책선거로의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괄목한 성과가 인정되기도 했다.

특히 일명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불리한 투표 환경 속에서도 66%라는 기대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직선제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선거 결과를 놓고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가운데,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 선거가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것.

이에 본지는 지난 16일 이번 선거 결과를 평가하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된 ‘직선제’로 나아가기 위한 치과계 구성원들의 역할을 되짚어보는 기획 좌담회를 마련했다.

『29대 협회장 선거 ‘치과계에 무얼 남겼나?’』를 주제로 한 이날 좌담회에서는 본지 전민용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았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 박영채 홍보이사, 이상훈캠프 윤지영 전 선거대책본부장, 성남시치과의사회 전성현 회장, 덴탈포커스 서양권 편집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건치신문 11차 기획좌담회>

29대 협회장 선거 ‘치과계에 무얼 남겼나?’

■일시 : 2014년 5월 16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토즈’ 강남점

■사회 : 건치신문 전민용 대표이사
■패널
- 대한치과의사협회 박영채 홍보이사
- 이상훈캠프 윤지영 전 선거대책본부장
- 성남시치과의사회 전성현 회장
- 덴탈포커스 서양권 편집국장

■정리:윤은미 기자, 강민홍 기자(사진)

▲ 16일 건치신문사 제11차 기획좌담회
전민용(이하 용) : 세월호 사고 이후로 우리사회가 제도적, 가치적 측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치과계도 이번 선거가 선거인단제로 바뀌면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불러온 것 같은데요. 오늘 자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치과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전적인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각자 소개를 짧게 듣고 가겠습니다.

윤지영(이하 윤) :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개원의다. 이상훈캠프에서 일하게 된 것 역시 치과의사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됐고,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전성현(이하 전) : 치대를 졸업하고 좋은치과네트워크에서 GD들과 함께 14년쯤 일 해왔다. 매번 경선이 치열한 성남분회에서 단독출마로 회장이 됐는데, 막상 회원들을 가까이서 만나보니 엄청난 갈증을 갖고 있더라.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좀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협회 일을 해 본 사람으로서 전임자들의 노력도 알고는 있다. 다만, 한 가지는 회원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권(이하 서) : 덴탈포커스 발행인 겸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제도가 바뀌면서 저뿐만 아니라 선거취재를 했던 많은 매체들에게 가장 힘든 선거였다고 본다. 다만, 과정에서 아쉬움은 있었다. 이걸 평가하고 향후 반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했는데, 오늘 자리가 마련돼 감사하다.

박영채(이하 박) : 선거기간동안 최남섭캠프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의도에서 셋이 공동개원을 하고 있고, 선거는 이번까지 포함해서 총 네 번 정도 지켜봤다. 이번선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었고,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기회가 됐다. 이제 우리가 새로이 개척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야 할 때다. 오늘 자리를 마련해준 건치신문에 감사하다. 회원들에게 쉽게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캠프‧언론 초주검 된 패러다임의 전환 “성과는 있었다”

용 :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씀하셨는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변화가 크게 느껴지셨나요?

박 : 흔히 선거 전략에서는 ‘구도와 바람’을 많이 이야기 한다. 바람은 화제를 이끌고 가는 동력이고, 구도는 대의원선거제도에서의 201명 내지 204명의 대의원일 것이다. 구도에서의 선거는 여러 사람과 관계를 잘 풀어가고 정치 특성 상 관계되는 서로가 니즈를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이런 구도에 익숙해져 있던 차에 이번 선거에서는 바람을 만난 것이다. 언론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펼쳤고, 그를 통해 또 회원 관심이 높아졌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폐쇄적인 선거문화가 개방적으로 바뀌었다는 거고, 이점을 높이 평가한다.

용 : 선거인단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윤지영 선생님이 오늘 자리에 나오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훈 후보도 엄두를 못 냈을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이상훈캠프가 제도의 변화를 잘 타고 나온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이상훈캠프 윤지영 전 선거대책본부장
윤 : 맞다. 선거에 임하면서 저한테는 처음인 일이 너무나 많았다. 학창시절 반장선거 외엔 접해보질 못했던 나였다. 캠프 역시 선거가 전략과 대응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집단이었다. 우리에게는 오직 치과계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있었다. 선거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물론 당초 우리가 원하는 제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다만 이번 선거가 폐쇄에서 개방으로 나아갔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회비 완납자에게만 주어진 선거권, 대의원의 당연직 선거인단 등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구도 속에서 과연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지 우려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선거를 우리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연결과정으로 보기로 했다. 이번에 목소리를 내야 다음에 또 참여할 수 있으리라 보고 뛰어들었다. 야구로 치면 아마추어와 프로가 맞붙은 느낌이었다. 주변에서는 어르신들 틈에서 위축될 거란 우려를 보내왔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주는 이들이 더 많았다. 저희에겐 큰 기회였고, 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 단계 발돋움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윤지영 선생님은 캠프에서 홍보를 맡으셨나요? 역할이 정확히 뭐였죠?

윤 : 우리는 홍보를 따로 두지 않았다. 개인이 A부터 Z까지 다 해야 했던 선거였다. 굉장히 힘들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도 있었다. 선거가 한창이던 3월초 건강검진에서 감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받고 나흘간 입원하면서 단독개원인 병원을 쉬었는데, 그 후로 3월 한 달간 병원을 접다시피 하고 선거운동에 매달렸다. 다들 미쳤다고 했고, 가족들은 저에게 거의 진이 빠진 느낌이라고 했다. 스스로도 재부팅은 안 되고, 모든 게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용 : 언론에선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셨나요?

서 :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단제 안에서 벌어진 삼자구도는 상당히 재밌었다. 정재규 집행부부터 김세영 집행부까지 12년간의 선거를 지켜봤지만, 주로 집행부 내부 부회장끼리의 경쟁구도가 많았다. 대의원제도의 대표적인 폐해였다. 이번 선거는 야권후보와 집행부후보,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후보도 나왔다. 선거인단제였기에 가능했다.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용 : 이번 선거인단제가 기자들에게 가장 힘든 선거가 됐다고 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고충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죠.

▲ 덴탈포커스 서양권 편집국장
서 : 기자들이 힘들었던 점은 후보 자질의 문제라기 보단, 후보들이 유권자의 수준을 다소 낮게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같이 많은 보도자료와 성명서가 쏟아진 선거는 없었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니 이게 검증이 필요한 것들이더라. 치과계에서 18년을 보내고 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행간을 읽게 된다. 내 생각엔 그 안에 무리수가 많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는 기사화를 하지 않았지만, 일부 매체는 이걸 보도했다가 특정캠프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건전한 경쟁 속에서 쏟아진 보도자료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용 : 캠프들의 수준이 좀 낮았다고 보시는건가요?.

서 : 안 가본 길을 지나온 거라 생각한다. 선거인단제는 사실 예측이 어려웠다. 막연하게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질 수도 없었다. 유리한 캠프조차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변수가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역적이고 선거인단을 수준을 낮게 겨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공약이 많았다는 거다. 물론 그 안에 네거티브도 있었고,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부족한 공약도 보였다.

‘선거인단제’ 직선제로 가는 탄탄한 징검다리 됐다

전 : 경기지부는 여전히 대의원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난맥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선거에서 경기지부도 대치의 연장선상에 있게 되는데 실제로 타 캠프 후보들이 영향력을 행사했고, 앞서서 판이 나눠졌다. 내가 정치색이 없더라도 소속에 따라 낙인이 찍히게 되더라.

▲ 성남시치과의사회 전성현 회장
여기서 정작 중요한 회원은 빠지게 되는데, 최소한 집행부가 선거에 관한 사항을 선거인단뿐 아니라 전 회원에게 문자메세지만이라도 보내고 알리는 것이 맞지 않는가 했었다. 이런 구태가 이번에 선거인단제로 바뀌면서 달라졌단 거다. 후보들이 가진 정책공약을 설득하기 위해 저 개인에게까지 찾아오더란 말이다. 우선 각 후보마다 좋은 공약들이 많이 나왔다는 게 좋았고, 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우리가 바로 직선제로 갔을 때 더 나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중간에 선거인단제를 거친 것이 좋은 성과를 남겼다고 본다.

용 : 선거인단제가 직선제로 넘어가는 긍정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말씀해주셨습니다. 박영채 선생님도 직선제에 동의하시죠?

박 : 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의 지지가 협회의 입장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럽다.(웃음)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세 후보 모두가 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했고, 노력한다는 입장이었지 않나. 이제부터 큰 무리 없이 회원의 의사를 껴안고 그 내용을 공유하면서 공약사항을 실천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용 : 직선제로 간다면 기자들에겐 더 힘든 선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서 : 나는 우선 기본적으로 직선제에 동의한다. 세 후보가 직선제를 1순위 공약으로 발표했다. 집행부의 공약이라면 앞으로 굳이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에만 맡겨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3년후 어떤 식으로도 또 다시 집행부 후보가 출마할 것이다. 거기서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직선제 공약’이다.

예상 웃돈 투표율 66%…회원 갈증‧여야 구도 ‘한 몫’

용 : 이제 투표율 이야기를 좀 해보죠. 투표 방식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요. 아시다시피 66%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패널 분들의 예상은 어느정도 였는지, 실제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엔 박영채 선생님부터 들어보죠.

▲ 박영채 홍보이사
박 : 캠프에서 투표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언론이나 단체들이 토론할 때 일반적으로 55~60% 사이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직역 선거로써는 아쉽지만 첫 시행에 어느정도 성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윤 : 우리 캠프에선 소수의 인원이 열심히 뛰었던 선거였다. 회장단 후보들이 서울과 경기뿐만 아니라 충청도와 전라도, 제주도까지 800여개 치과를 일일이 찾아갔다. 방문해서는 이상훈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닌 선거 참여 여부를 여쭤봤다. 반 이상이 참여한다고 했다. 그렇게 선거인단의 참여율을 50%로 잡고 208명의 대의원이 100% 동참한다는 전제하에 57%의 투표율을 예상했다. 사실 66%의 수치는 놀라운 결과다. 치과의사들이 가장 움직이기 어려운 토요일에 대중교통으로 찾기 힘든 장소였음에도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치과계가 관심과 변화의 의지가 느껴졌던 투표율이었다.

서 : 실제로 1천명 정도를 예상했으니 거의 적중했다. 그 이유는 조직선거에 있었다고 본다. 특히 11개 동창회가 지역문화적인 역할을 하고, 막판에 동원된 인력이 조직적으로 이끌어 올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하나는 (선거인단) 추첨자체가 수도권 쪽으로 좀 더 쏠린 게 투표율을 높이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본다.

전 : 이번 선거에서 조직화는 분명히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 조직선거 형태에서는 부회장 후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어도 서울, 경기, 충청 지역만큼은 충분히 조직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상훈캠프의 새로운 바람도 투표율을 올리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한날한시 한 장소에 모두를 끌어 모으기엔 치과의사들의 삶이 여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 : 맞다. 여야구도도 선거율을 끌어올리는 한 요건이었다고 본다. 과거처럼 집행부 내 싸움이었다면 투표율은 절반을 넘기도 힘들었을 거다. 경쟁구도가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 전민용 대표이사
전 : 이번 투표율을 보면 치과계의 어려움과 변화의 요구가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성남분회에서 투표를 한 번 했었는데, 회비 미납자를 제외하고 300명 이상이 왔다. 90%가 넘는 인원이다. 접근성만 된다면 높은 투표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다. 광역권을 서너군데로 나눠서 진행했다면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고 본다.

뒤바뀐 2‧3위…“선거제도 개선 지향점 될 터”

용 : 선거 결과에 대해선 어떤가요? 각 캠프에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했었죠?

윤 : 1차에선 박빙을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1차에서 2번 후보에게 많은 표가 쏠리는 걸 보고 선거인단제도 대의원제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대의원의 투표율은 97%였으니 말이다. 현직 부회장이 사퇴하지 않은 채 후보로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집행부 안에 있는 대의원들이 선거권자인데 그 표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 팔이 안으로 굽은 탓도 있었다고 본다.

용 : 최남섭캠프에서는 1차 투표의 승리을 예상했었나요?

박 : 그럴 리가 있겠나.(웃음) 선거 결과에 대해 각자가 후일담은 할 수 있지만,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표의 분배나 비중에 대한 의미를 지켜보는 게 더 가치 있는 고민일 것이다. 사실대로 얘기하면 1차에서 득표수가 많을 거란 생각은 했다. 50%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했다. 그런데 이상훈 후보의 득표수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예상했던 2등과 3등이 뒤바뀐 결과였는데, 여기에 바뀐 선거제도의 의미와 지향해야 할 제도의 보완점이 있다고 보는 거다. 차기 협회장을 염두에 둔 분이라면 이런 여론의 변화를 귀담아 듣고 가야 할 거다.

서 : 최남섭캠프 선대위원장과 선거 전에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1차에서 끝날 수도 있으리라 보고 있기에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선거인단이 750명 이하로 온다면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선거에서 가장 큰 힘을 쓰는 건 조직이다. 아마 김철수 후보가 3등을 할거란 생각은 많이들 못했을 거다. 서울대의 숫자가 있고, 지난 1년간 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보는 이번 변수의 원인은 선거운동 막판에 있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저급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이틀에 걸쳐서 날아왔다. 오히려 여기서 실망한 그간의 부동표들이 이상훈 후보에게 넘어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성남시치과의사회 전성현 회장
전 : 회원들이 전임 집행부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과는 최남섭 후보가 됐지만, 이상훈 후보가 2등이 되리라곤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의원이 결코 쉽게 되는 자리는 아니다. 상당히 많은 지지층을 쌓은 사람들이고 그들이 거기에 이르기까지 쏟은 희생도 결코 무시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선거인단의 조직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엔 결국 젊은 층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본다. 아마 직선제가 됐다면 더욱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용 : 이상훈캠프가 전국의 선거인단 치과 800곳을 다녔다고 했는데요. 최남섭캠프는 어땠나요?

박 : 마찬가지다. 선거인단 1100여 명 중에 800~900명을 접촉한 걸로 안다. 접근이 힘든 제주도나 길쭉한 지리형태인 강원도의 경우 하루 3~4명을 만나면 하루가 훌쩍 갔다. 수도권 위주로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용 : 선거인단까지만 해도 1:1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네요. 선거권자의 입장에선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어떤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까요?

전 : 정책에서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 내부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갖춰졌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회장 후보와 집행부의 도덕성, 하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룰 수 있는 내부 역량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김철수캠프도 이상훈캠프도 이런 면에서 약간의 의문점이 있었다. 심정적으로는 이상훈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회무가 가능하냐는 측면에서 다시 마음이 돌아섰던 선거인단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용 : 정책보단 실현성을 봤다는 말씀이네요. 토론회, 기자회견, 캠프의 선거운동 등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전달됐는데, 캠프에선 어떤 방식이 가장 괜찮았다고 보시나요?

박 : 선거에서 많은 분들이 주장했던 것이 권역별 정책토론회였다. 이번에는 토론회를 통한 선거활동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토론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기자협에서 주최했던 토론회가 비교적 객관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추후 토론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체를 다양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 독자층 여전히 ‘선거캠프’…정책 차별성 역부족

용 : 선거인단제로의 개선만 해도 언론의 역할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직선제로 가게 되면 더욱 그 책임이 무겁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서 : 우선 이번 선거에서 각 캠프별 정책 차별성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막판에서야 미세하게나마 정책의 차별성을 비교해서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나왔지만, 지부 토론회는 그 자체가 큰 변별력이 없었다. 그나마 기자협 주체 토론회가 가장 잘 됐다고 평가한다.

▲ 덴탈포커스 서양권 편집국장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언론이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언론보도에 민감한 건 선거권자가 아니라 각 캠프였다. 통칭은 언론이라고 하지만, 이 구성을 보면 치과계는 좀 특이한 면이 있다. 기관지와 민영지로 나눠서 보면, 메디컬에 비해 상당히 기관지에 치중돼 있다. 그렇다보니 감성이 더 예민하다.

선거 3개월 전부터 기자협 산하에 한시적으로 공정보도위원회를 두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과거 대의원제도부터 선거가 끝나고 나면 민영지는 항상 그 후유증에 휘말려야 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다. 좀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야 할 때 아닌가.

박 : 기관지와 민영지로 나눠서 말씀하는데 혹시 치의신보가 집행부 후보에 대해 좋은 기사를 쓰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인가? 홍보팀이 언론을 접촉하고, 내가 홍보팀에 있었지만 치의신보 담당기자와 대면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더 조심했고, 다른 기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자 노력했다.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치의신보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개인의 막연한 생각으로 언론 구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신중했으면 한다.

서 : 오히려 기관지와의 접촉을 더욱 조심했으리란 건 알고 있다. 내가 언급한 것은 전략적인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모 네트워크 탈세 추징에 대한 보도자료가 왔는데 탈세에 대한 추징의 내용만 있을 뿐, 환급 부분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추징과 환급에 대해 모두 취재해 실은 매체가 있는가 하면, 홍보국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일부 매체도 있었다. 정치공학적인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선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받게 되면 고민하는 기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 윤지영 본부장
윤 : 초보운전자의 이목에서 단편적인 예를 들겠다. 선거기간 중에 이상훈캠프 부회장 후보의 SNS 선거인단 명부 게시의 건이 특정 캠프로부터 선관위에 고발을 당했고, 그날 오후 치의신보 1면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난적이 있었다. 반면에 최 후보 측에 문제제기 됐던 접대선거는 보도자료까지 나갔음에도 치의신보에 대대적인 보도가 없었다. 누가 봐도 특정 후보의 입장을 크게 반영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보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 : 언론의 편집권은 각 언론사가 존중받아야 할 권한이다. 다만 팩트라는 것이 뉴스의 밸류를 구분할 때 가치 판단이란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팩트에 걸 맞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용 : 특정캠프에 영향력이 있는 선거 보도는 확실히 문제가 있죠. 추후 이런 공방이 다신 없도록 제도적인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 가장 좋은 건 언론이 팩트를 잘 전달하느냐고, 그렇지 못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우리가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각 언론사에서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고, 기자협의회에서도 역할을 해주리라 본다.

▲ 16일 건치신문사 제11차 기획좌담회
회원 관심은 큰 수확…“‘논의’ 아닌 ‘실천’하는 집행부 되길”

용 : 언론에 대한 의견은 선관위의 역할과 언론의 알권리 보장이 상충되는 부분, 집행부의 지나친 언론 통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두 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요. 각자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윤 : 우선 이런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 새 집행부가 시작됐으니, 이제는 ‘논의’가 아닌 ‘실천’을 하는 집행부가 돼주길 당부한다.

전 : 선거인단제도가 치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한다. 당연히 현 집행부에서 직선제까지 잘 가주리라 믿고 있다. 각 회원들의 역량이 대한민국 치과계 발전을 선도해나갈 수 있다고도 믿는다. 개개인의 에너지를 모아 정책공약에 대한 실천부터 시작해주길 바란다.

서 : 3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는 각 캠프에게 있어서는 당선이 목적일 것이지만, 외부에서는 선거가 일종의 열린 공간이 된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요구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 공간 안에서 치과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집행부가 이제 막 출범했다. 잘하면 박수 쳐주면서 치과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언론도 그 역할을 다하겠다.

박 : 바뀐 몸에 옷을 맞춰야 하는 선관위도,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언론의 역할도 커졌다. 선거라는 공간에서 공방하는 사이 누적돼 있던 많은 문제점들이 나왔다. 표현의 서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원인이었고,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 위한 여러 과제가 주어지는 선거를 치렀다. 여러 도전과 고민 끝에 시작된 집행부인 만큼 다른 목소리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치과계 내부는 물론, 국민들의 시각도 바꿀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선거에 임한 타 후보들의 수고와 노력도 끝까지 존경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용 : 열심히 토론에 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화를 불러일으켜주신 이상훈 후보가 직접 참여해 준 것도, 먼 길 와주신 건치 박성표 공동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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