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감축 대신 정년 늘려야 ‘상생’
상태바
치과의사 감축 대신 정년 늘려야 ‘상생’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4.10.21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협 정책연구소, 정책포럼서 전 세대 치의 고민 아울러…가치있는 삶 살기 위한 비전 제시돼 ‘눈길’

 

“치과의사의 정년엔 나이가 없다. 굳이 정하자면 환자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을 때다.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급변하는 개원환경 속에서 20~30대는 진로를, 60~70대는 은퇴를 고민하는 치과의사. 이는 대부분의 직군이 겪는 순리라지만, 개원부터 은퇴까지 스스로 모든 걸 책임지고도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원의의 일생은 고달플 만도 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정책연구소(소장 홍순호)는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 2층 중회의실에서 정책포럼을 열고, 개원의 일생의 각 시점마다 제기되는 고민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핸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로에 선 치과의사, 20대부터 70대까지 우리의 사명, 웰빙 그리고 비전’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는 나전치과의원 나성식 원장이 주제발표에 나섰으며, 베스트덴치과의원 윤홍철 원장, 보건복지부 치과의료정책과 손영래 과장,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박용덕 교수, 골드와이즈닥터스 박기성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특히 나전치과의원 나성식 원장은 “가난한 치과는 미래가 있어도 가치를 잃어버린 치과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하고, 치과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과 이를 통한 치과계 상생의 길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 패널들도 인력의 과잉공급과 경쟁 심화만을 우려하기 보다는, 예방, 신의료기술 등 치과계가 개척해야 할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강조해 호응을 얻었다.

▲ 18일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 정책포럼
“개원부터 자의적 은퇴까지”…가치관 정립이 중요

먼저 나성식 원장은 ▲2030세대에 자기발전, 개원준비, 미래의 거울 ▲4050세대에 경제적 안정, 사회의 중추, 나눔 ▲6070세대에 환원, 정리, 멘토 ▲70세 이후 세대에 여생의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나 원장은 2030 젊은 개원의들에게는 초보 개원의를 가장 당혹케 하는 의료분쟁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의료분쟁이 가장 많은 진료 항목이 보철, 임플란트, 교정 순인데, 우리 치과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서이기도 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먼저 하면 ‘설명’이고, 나중에 하면 ‘변명’이라는 것”이라며 설명의 의무를 강조했다.

또 그는 4050세대에는 “나눔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실천이 안 되기 마련인데, 치과진료에도 덧셈과 뺄셈의 역학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직원관리나 진료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뺄셈을 했을 때 비로소 덧셈도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6070세대에는 ‘멘토’를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손꼽았다. 나 원장은 “마찬가지로 뺄셈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멘토되기’”라면서 “퇴직금 대신 ‘내 병원 갖기’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라고 조언했다.

70대 이후 치과의사들에게는 ‘환자가 더는 찾지 않는 은퇴’가 아닌 ‘자의에 의한 은퇴’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여생을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치과의사 노후를 위한 다섯 가지 목록으로 은퇴, 건강, 자녀, 경제성, 가정을 잘 다스릴 것을 강조했다.

또 나 원장은 “환자 10명 중 4명이 예방치료를 위해 치과를 방문하고, 10명 중 3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과를 못가는 상황과는 달리 우리는 치료에만 너무 치중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예방치료와 치과건강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금연진료에 대한 치과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는데 “금연진료야말로 국민구강보건증진의 기본이며 신체에서 흡연수단이 구강인 만큼 치석제거와 같이 중요한 예방항목이다”면서 “1월이면 특히 늘어나는 금연 환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건강한 치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과의사가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나성식 원장은 “성공한 치과의사란 진료실 밖에서 내가 치료한 환자를 자신 있게 만날 수 있는 환자가 많은 사람이다”면서 “어려운 사정은 견딜 수 있지만, 비전이 없으면 버티기도 힘들다”며 가치관 정립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했다.

▲ 패널토의
개원환경 개선…젊은 개원의 ‘불안감 해소’가 우선

패널토의에서는 베스트덴치과의원 윤홍철 원장이 개원 준비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짚었다. 윤 원장은 의미있는 삶과 불안한 삶을 나누고 ‘창조, 경험, 태도’와 ‘통제, 불법, 저항’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를 통해 현재 치과계의 갖가지 현상을 풀이했다.

윤 원장은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치대에 들어왔지만, 하필 군의관 제대할 때 IMF가 터져 대출이자만 18%라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겪어야 했는데, 그 후 치과계가 나아진 게 없다”면서 “지금 제 후배들 역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폐업률이 147%에 달하는 현실 속에 후배들은 협회 가입이라는 ‘통제’에 따르기 힘들어지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사무장병원에 들어가고 아닌 줄 알면서도 ‘저항’하게 된다”면서 “치과계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은 가치관의 충돌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의미있는 삶을 살아온 선배들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국내 치과의사 인력의 과잉공급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외래이용 다빈도 10위권 안에 치과치료 항목이 두 가지나 있는데, 치과의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이를 해소할 생각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원환자 60% 이상이 치주질환 환자인데, 국민들의 치과 방문율은 23%에 불과하다”면서 “이 수치를 끌어올려 후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역할이며 협회도 회원의 의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개원의 지원책이라는 가장 중요한 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협회가 ▲치과개원학교 개설 ▲개원 시 가이드라인 제공 ▲각 치과병의원 별 치과치료 산표 산출이라는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해 줄 것을 제안했다.

▲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 정책포럼 기념촬영
신의료기술로 파이 확대…블루오션은 ‘진단’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박용덕 교수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치과의료 신기술과 치과 진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구강보건환경이 점차 개선되면서 임플란트 붐 이후로 치과계에 활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저하와 과당 경쟁으로만 치닫아 고전적인 치료기술의 극복 한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7년간 신의료기술에 등록된 1570개 항목 중 치과는 단 24개밖에 없다는 데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나마 24개 항목 중에도 치과의료기관이 등록한 것은 겨우 4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비의료기관에서 등록한 것”이라면서 “다시 말해 치과의사들은 장비에 대한 불만불평은 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다른 쪽에만 맡기고 있는데, 가장 역할을 해야 할 대학병원들도 그 기능을 상실하고 경쟁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치과분야의 신의료기술 전망에 대해 “그간 신의료기술 평가 소위원회에 올라온 목록을 살펴보면 치과의료는 새 기술을 찾기 어려운 실정인 건 사실이다”면서도 “그간 주로 골이식술이 차지해왔는데, 앞으로는 ‘진단’분야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비보험 더하기 보험수가라는 수입의 고착화가 치과계의 가장 큰 문제이며 파이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면서 “보수적 기술의 고루함과 기존 환자의 정체 내지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의 분화나 변화보다는 치과의료이 신기술, 신환자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발전 방향으로는 ▲금연상담 및 진료 ▲감기진료 ▲진단 및 유전자 분석 분야를 신규 파이로 확대하고, ▲코골이 및 이갈이 ▲악안면외과의 심미영역 ▲턱관절환자 등의 분야에서는 치과계가 독점파이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치과질환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심혈관성질환과 에이즈, 결핵 등에서는 타 의료과와 협업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남섭 협회장은 이날 포럼 개회식에서 축사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의료기관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대다수가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오늘 정책포럼을 통해 치과개원가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홍순호 소장도 인사말을 통해 “치과의사 인력의 과잉공급, 의료영리화로 인한 경쟁 심화, 국민 복지 증가로 인한 보장성 확대 등 치과계가 새로운 제도에 걸 맞는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면서 “이번 정책포럼이 새로운 시대적 조류를 확인하고 국민건강에 기여하면서도 치과의사의 삶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