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함께 꾸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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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함께 꾸는 꿈입니다
  • 정달현
  • 승인 2014.12.31 18: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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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정달현 공동대표

 

미국 달러의 지폐와 동전에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 In God We Trust)'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이를 돈이 신을 대체한 상징체계로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경제가 이전시기 종교의 위치와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 문구를 비록 이민자들의 믿음과 선의로 이해하고자 하더라도 청교도의 윤리에서 자본주의의 기원과 원리를 통찰한 베버에 따르면 무리한 해석도 아닌 셈입니다. 이제 돈만이 유일한 가치이자 보편적 상징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의 문구는 철자 하나를 더하게 됩니다. In Gold We Trust로.

작년 이맘때 기말고사를 앞둔 한 학생의 작은 질문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세대와 계층, 반도를 종횡하며 응답을 만들어낸 그 대자보의 질문은 사실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보자’라는 평범한 수사임에도 지배적인 가치 이면의 병폐와 상처를 만나며 비범한 울림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반성적 공감이 가치의 전복과 새로운 질서의 열망으로 채 무르익기 전에 참사는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마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또 다른 응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대형 사고는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위험요소의 축적을 경험하며 여러 징후와 사건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가 꼭짓점이 아닌 또 하나의 징후적 사건에 머무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개조와 적폐해소를 내걸며 출범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수장들이 군과 기업인으로 채워지며 안전관리가 사후통제와 효율우선으로 덧씌워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게다가 참사원인중 하나인 규제완화는 전 영역에 걸쳐 그 속도를 더해 가고 있고 ‘사회안전대책’은 ‘안전산업육성’으로 탈바꿈해 버렸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 40세 이상의 성인은 모두 참사의 책임과 죗값이 있다는 정혜신님의 말과 더불어 우리의 기억과 성찰, 다짐이 이 정도로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에 여전히 스스로 편할 수 없습니다.

참사 앞에 올곧게 마주 서야 할 건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가치와 윤리, 문화적 측면에서 건치의 일상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신과 종교가 돈과 시장으로 대체되었듯이 이를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로 바꿔내야 합니다. 진료실을 경계로 그 안쪽에서는 행위와 관계에서 윤리적 실체를 구현하고 밖으로는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니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회복해야 할 한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그건 경계 너머에 대한 불온한 욕망입니다.

누군가 모든 경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너머를 향한 탈출이라고 얘기 했지만 제가 보기엔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그 경계는 온존과 유지를 위한 울타리로 기능하며 벗어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건치 창립의 조건이었던 87’체제가 일몰하며 시효를 다한 지금, 많은 것들이 이제 더 이상 이전에 의미했던 것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게 된 오늘, 우리 안팎의 상황과 조건, 당위와 근거, 일상과 관성으로 켜켜이 둘러 쳐진 경계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건치의 앞날은 달라질 것입니다.

건치 회원과 건치신문 독자 여러분.

반걸음의 성취는커녕 퇴행에의 저항조차 힘겨운 오늘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함께 꾸는 꿈이라 믿습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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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 2015-01-03 17:48:07
건치가 바라는 것이 정말로 함께! 꿈꾸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일단 글을 쉽게 쓰는 것부터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심을담아 2015-01-03 17:47:02
건치는 정말 "함께" 희망을 꿈 꾸고 싶은 것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일단 글을 쉽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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