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서울 에세이 - 근대화의 도시풍경
상태바
[행복한 책읽기] 서울 에세이 - 근대화의 도시풍경
  • 양승욱 논설위원
  • 승인 2005.06.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홍빈과 주명덕이 함께하는 서울기행

그리 딱딱하지 않고 사진이 많은 책을 좋아하며, 특히 근대화와 공간의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서울에세이(열화당, 2002)'는 꽤나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

본 저의 저자 강홍빈은 개발기 서울의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바 있는 사람으로, 최근에는 문화적 인문적 관점에서 도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경복궁에서 예술의 전당에 이르는 길을 따라 서울의 남북(저자들은 신주작대로라고 부르고 있다)을 종단하면서, 서울 성장사의 굴곡과 근대화의 명암을 고찰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가 경험한 근대화 경험은 어떻게 '공간' 속에서 체화되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통하여 오늘을 만들어낸 역사적 연원을 되새겨봄으로써 우리의 모습과 성격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국가와 사회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세종로, 공론의 장으로서는 어정쩡한 태평로 일가, 빌딩 숲속의 푸른 방이자 개화가 남긴 빚으로서 정동, 성장기계의 통로로서 소공로, 유통의 근대화와 다양성 상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남대문시장과 명동, 도심속의 휴경지 회현동, 남산 기슭의 가나안 해방촌, 근대사의 사생아 용산미군부지, 주변부 이태원, 물막고 돈벌기(저자는 3핵도시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의 강변아파트, 강남행 엑소더스 반포동, 권위의 공간 서초동, 문화와 통치의 문제의 관점에서 예술의 전당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신주작대로의 역사적 연원의 고찰을 통하여, 서울의 성장사가 '거듭된 역사의 단절과 거듭된 새 시작의 역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주작대로는 나무테가 자라듯 안에서 밖으로 원심적으로 커 나갔다기 보다는 밖에 개발된 뒤 안과 연결되면서 구심적으로 자라났다고 한다. 이 거듭된 단절과 새로운 시작의 역사, 그리고 그 공간적 표현인 원심적인 도시성장은 압축적으로, 위로부터, 외생적인 발전모델에 따라, 불완전하게 진행되었다고 본 것이다.

저자들은 불완전한 근대화가 전 시대의 지층을 이어받아 진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청산, 극복하지도 못한 채 여러 시대의 지층이 뒤섞인 채 혼재하는 단층을 신주작대로에 남겨, 시간적 연원을 달리하고 공간적 출저를 달리하는 불안한 동거-비동시성의 동시적 공존, 비동공성의 동공적 공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집합질서의 부재, 공공영역의 위축이라는 우리 근대화과정의 특징적인 모습을 지적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원자화된 개체들, 맥락과 무관하게 유아독존하는 사적 존재이기를 고집하는 집과 건물과 장소들을 파편화된 모자이크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체적인 근대화는 여전히 미완의 프로젝트이며, 시민사회의 성숙, 상호소통적 합리성의 회복, 공공영역의 확장 등을 강조하며 일그러진 근대화의 궤도를 바로잡는 노정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서울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우리 풍경을 고려할 때 2002년의 풍경은 나름대로 의미있게 다가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