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산업의 음모 – 미국 국립치의학연구소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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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산업의 음모 – 미국 국립치의학연구소 사례
  • 류재인
  • 승인 2015.03.30 11: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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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교수의 논문한편]신구대학교 치위생학과 류재인 교수

 

최근 문제의 논문이 한편 발표되었다. 일반 보건학자들도 매우 흥미로워했고, 나조차도 내용이 궁금했다. 설탕산업이 미국의 국립치의학연구소의 1971년 국가충치사업 아젠다(agenda) 형성 과정에 미친 영향: 내부문건의 역사적 분석』 오호 정말? 저자는 설탕이 치아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진 사실인데, 칫솔질처럼 국가적으로 설탕먹지 말자는 캠페인이 안 됐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는 설탕산업의 검은 유혹이 있었다.

첫 번째 놀라움: 내부문건의 역사적 분석

일단 나의 첫 번째 놀라움은 제목에서 생겼다. 내부문건을 어떻게 얻었지? 저자의 말에 따르면 2010년 '국제설탕연구재단(International Sugar Research Foundation'과 '기록(archives)'이라는 단어로 구글 검색을 하다가 로저 아담스(Roger Adams)의 문서목록이 그가 재직했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기화학과 교수였던 로저 아담스는 1959년부터 그가 사망한 1971년까지 설탕연구재단 및 국제설탕연구재단의 과학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로저 아담스가 활동하면서 관련되었던 모든 공문서들이 그가 재직했던 대학의 기록보관소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문서를 찾았을 때 느꼈던 저자의 순수한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니, 그가 그 문서들을 읽고 어떤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상상이 간다. 몇 해 전 세상을 경악에 빠뜨렸던 위키리스트만 해도 비밀 공문서를 대중에게 노출시킨 것이니. 그러고 보니 수많은 열애설의 주역인 디*패*가 이제는 정말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국가속사정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요즘인 것이다. 암튼 그들이 보았다는 내부문건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두 번째 놀라움: 설탕산업계의 대범함과 치밀함

저자가 찾았다는 문건은 아래의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일단 먼저 사전지식부터.

2003년
◆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 공동회의
: 유리당(free sugar)이나 가당(added sugars)을 통한 설탕섭취를 총 열량의 1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를 다음과 같이 규정. “제조업체, 요리사나 소비자, 벌꿀에 있는 천연설탕, 시럽, 과일쥬스나 농축액등에 있는 단당류(monosaccharides)나 이당류(disaccharides)”
◆ 세계설탕연구기관(WSRO, World Sugar Research Organisation, 30여개의 국제적 회원을 포함한 사탕수수나 사탕무 산업과 관련된 이익집단으로 미국의 설탕협회(SA, Sugar Association)나 코카콜라 같은 회사에 가입되어 있음)
: 해당 내용이 세계보건기구의 정식 정책안이 되는 것을 막음
◆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 공동회의
: 설탕섭취의 양을 제한하려는 원안을 철회하고 다음과 같은 “유리당의 섭취를 제한”하라는 모호한 권고사항으로 변경.

2014년
◆ 세계보건기구 영양지침전문가집단(Nutrition Guidance Expert Advisory Group)
: 설탕인 유리당의 섭취를 반드시 총 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5% 이내로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
◆ 세계설탕연구기관
: 2003년과 마찬가지로 2014년 세계보건기구의 제안을 반대하면서 2003년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제시. 그러면서 공중구강보건사업은 설탕섭취 그 자체가 아니라 설탕섭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불소치약의 규칙적인 사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강력 반발

그럼 감히 세계보건기구에 이러한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한 세계설탕연구기관이니 설탕협회는 과연 어떤 기관들인가? 아래는 이들에 대한 연대기별 관계표이다.

 

* 참고: 세계설탕연구기관(World Sugar Research Organisation)과 설탕협회(Sugar Association) 진화과정
1943년 설탕연구재단(Sugar Research Foundation) 뉴욕에서 설립
1949년 설탕연구재단(연구분야)의 연구활동과 새롭게 창립된 설탕정보(Sugar Information, 대중분야)를 감독하기 위해 설탕협회가 꾸려짐
1968년 설탕연구재단이 설탕협회로부터 독립하여 국제설탕연구재단을 다시 구성. 그 뒤 설탕협회가 국제설탕연구재단에 가입. 1973년 설탕협회와 설탕정보 간 차이가 없어짐에 따라 설탕정보 중단. 1978년 국제설탕연구재단이 세계설탕연구기관으로 재설립, 설탕협회는 세계설탕연구기관에 가입.

이후 이들은 문서가 존재하는 1971년까지 아래와 같은 일들을 진행시킨다.

 

여기에서 놀라운 것은 국립치의학연구소의 충치대책위 운영위원회 구성원 9명 전원이 국제설탕연구재단의 전문가회의 구성원 11명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충치예방을 위해 가장 맞서 싸워야할 대상들과 동지가 된 셈이다. 물론 이러한 모임의 명분은 국제설탕연구재단이 제시한 “미국에서 충치를 없애자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기밀문서가 발견된 1971년 이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국가충치사업은 112개의 연구제안서를 받았고 그 중 17개와 계약을 체결한다. 여기에 소요된 예산은 국가충치사업 총 예산 6백만 달러 중에서 3백만 달러.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제설탕연구재단과 국립치의학연구소의 의견이 놀랍게도 일치한다. 국립치의학 연구소의 우선순위는 대부분 1969년 충치대책위 운영위에서 제시한 우선순위와 유사하지만 딱 한 가지, 음식의 우식 유발성에 관한 연구는 제외된다. 심지어 국제설탕연구재단이 1969년에 제출한 “치아우식증 연구” 우선순위 보고서는 1971년 국립치의학연구소에서 제시한 “국가충치사업 참여 공모” 우선순위와 단어 및 문장에서 78%가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세 번째 놀라움: 잃어버린 십년

이후 치아우식증 예방에서 설탕은 자취를 감취고 불소도포와 치아홈메우기가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른다. 1969년에 이미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탕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혀졌으나 식약처는 최근까지 자당섭취가 치아에 안전하지 않을(unsafe) 뿐이라는 1976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990년에도 수많은 연구가 다양한 경로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음식의 우식유발성에 대한 연구는 고작 1~2개 정도가 그것도 매우 적은 지원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우식성 식품 광고를 제한하자는 의견은 1978년이 되어서야 나왔고, 1980년 미국 보건부는 학교 내 우식성 식품을 금지하도록 제안한다. 1985년 미국 치과의사협회의 음식, 영양, 구강건강사업에 관한 학술대회에서 우식성 식품 점검 표준화 방안을 만들자는 합의에 이르게 되지만 이마저도 식품이 치아에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1996년 식약처는 보건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식품에 있는 설탕이 치아우식유발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상품포장에 이러한 유해성분을 표기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밝혀진 사실을 공식기관이 인정하는데 30여년이 걸린 셈이다. 이마저도 1993년에 모든 상품에 성분표기를 하도록 법제화되었지만 설탕은 가당(added sugar)이 아니라 총 설탕량을 표기하도록 하였다. 2015년 1월 드디어 식약처는 가당 수치를 표기하려 하고 있으나 설탕협회는 이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혹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실 어찌 보면 이러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자본을 가진 X맨은 때로 기업의 얼굴로 나타나고, 혹은 집단의 모습을 가진다. 그리고 그 돈은 연구비로 진화하며, 장학금 혹은 사업비로도 변신하거나, 혹은 홍보비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때로 그건 돈이 아니고, 자리이거나 사람이거나 명예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러한 유혹과 끊임없이 대면하게 되는데 자꾸만 이것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왔는지 잊으며, 가끔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명심하라. 이길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자리에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니 이러한 유혹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부단한 고민밖에 없다. 복잡해서 그랬다는 핑계를 거두고, 어쩔 수 없었다는 눈물도 거두고, 고민하라. 그런 뒤 내린 결정이라면 이제 당신은 그게 무엇이든지 책임질 수 있다. 이 말을 나는 우리, 아니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다.

설탕산업이 미국의 국립치의학연구소의 1971년 국가충치사업 아젠다(agenda) 형성 과정에 미친 영향: 내부문건의 역사적 분석
Kearns CE, Glantz SA, Schmidt LA. Sugar Industry Influence on the Scientific Agenda of the National Institute of Dental Research's 1971 National Caries Program: A Historical Analysis of Internal Documents. PLoS Med. 2015 Mar 10;12(3):e1001798.
원본링크: http://www.ncbi.nlm.nih.gov/pubmed/25756179
번역본링크: 구강보건정책연구회 논문한편 http://cafe.naver.com/policyteam

 

 

 

 류재인 (건치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신구대학교 치위생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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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2015-03-31 12:21:51
좋은 논문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해외저널을 읽을 여유는 없었는데 이렇게 핵심요약과 더불어 의미까지 분석해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좀 자주 써주시면 안되나요? 류재인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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