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송 (Elephant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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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송 (Elephant song)
  • 전양호
  • 승인 2015.06.16 14: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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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 찰스 비나메 감독 『엘리펀트 송(Elephant song)』

 

ⓒ 네이버 영화

어느 정신과 병원. 그 곳에서 정신과 의사인 로렌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병원장이자 같은 정신과 의사인 그린 박사는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상담한 환자인 마이클과 면담을 시작한다. 마이클은 자신의 진료기록을 보지 말 것과, 피터슨 간호사를 배제할 것, 자신에게 더 많은 초콜릿을 줄 것을 요구하며 면담에 응한다.

영화는 줄곧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와 마이클(자비에 돌란)의 면담에 집중한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지만 마이클의 독특한 분위기, 정신과라는 특수한 공간, 두 사람의 과거,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면담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는 피터슨 간호사(캐서린 키너)의 존재는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린 박사와 마이클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도발하지만 언제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마이클이다. 그리고 마이클은 그가 의도했던 것을 자신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이루어낸다.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미스터리 추리극의 가면을 쓰고 서로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극이다. 그린 박사와 마이클의 치열한 대화들은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를 연상시킨다. 과거의 상처들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자아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이클의 계획은 언제부터였을까? 로렌스의 갑작스러운 행방불명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면담하러 온 사람이 그린 박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였을까? 그린 박사에게 과거의 상처가 없었다면 마이클은 그를 흔들 수 있었을까? 그것이 영민한 마이클과 그린 박사의 게임에 피터슨 간호사가 내내 불안해했던 이유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마지막 장면. 이것이 마이클의 마지막 계획이 아니었을까…하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상상해본다.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마이클 역의 자비에 돌란. 1989년 캐나다 태생의 영화감독이자 배우다.
26세에 불과하지만 그의 이력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2009년 20세의 나이로 ‘아이킬드마이마더’ 라는 작품을 연출해 평단과 각종 영화제의 주목을 받아왔고, 작년에는 ‘마미’ 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더니, 올해는 칸영화제의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그 이름을 올리면서 그의 재능을 공인받고 있다.

‘엘리펀트 송’은 감독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재능 역시 인정받고 있는 그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나 역시 그의 유명세에 혹해 같은 날 개봉한 ‘쥬라기 월드’를 과감히 포기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조조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이 몰린 것으로 볼 때 그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연출을 한다고 할 정도로 배우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자비에 돌란에게 마이클 역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불안정한 자아를 가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영민함을 가진 마이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하나의 작품을 끌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은 천재 자비에 돌란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였을 뿐이다. 창백해진 자비에 돌란의 마지막 얼굴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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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인 2015-06-17 11:19:20
그러게요. 어, 감독아닌가 했는데...능력도 좋은 젊은이군요.
그의 열정과 재능이 부러울따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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