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면 재미없지. 살아있음을 느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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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면 재미없지. 살아있음을 느껴보라."
  • 심영주
  • 승인 2015.10.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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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회원으로 건치와 함께 한 1박 2일...사회와 삶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는 모습에 공감
▲ 제주 워크숍에 참여한 건치 회원 일동

이른 아침 김포공항. 많은 사람으로 북적대는 이곳에서 이방인인 듯 낯선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 사이로 지난 9월 건치 토크콘서트에서 뵀던 선생님들과 건치신문 기자님들이 보이니 반가웠다.

나는 건치 신입회원. 많이 낯설지만 워크샵에 참가하자는 건치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고, “건치와 함께 한 25년, 민중과 함께할 50년”이라는 이번 제주 워크샵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건치와 25년을 함께 한 선생님들을 만나 건치의 고민을 알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에 참가했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삶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가 된 요즘, 이러한 고민의 장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강정마을과 교래자연휴양림에서의 시간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강정마을을 찾았다. 내가 다녀왔던 일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변한 강정마을의 모습에 놀랐다. 이미 해군기지는 80%의 공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평화의 섬 제주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강정은, 제주는 변해가고 있었다.

경찰의 채증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듯이 항상 돌아가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해군기지가 너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린 일상을 맞이할까 두려웠다. 비폭력 저항의 형태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며 미사를 이어오고 있는 주민들, 활동가들과 함께 서로 힘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변함없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오후에 가게 된 교래자연휴양림에서는 오름으로 오르는 길을 걷고 싶어 정상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길을 잡았다. 나는 숲길로 들어섰는데, 그쪽으로 같이 가게 된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신입회원은 나 혼자라 대부분의 건치 선생님들께서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셨는지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즐거운 산림욕 길이 되었다.

다들 내가 01학번이라는 걸 들으시고는 놀라셨다. 건치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01학번이 너무 까마득한 데다가 근처 학번의 건치 회원이 드문 까닭인 것 같았다. 일정 진행상 우리에게 두 시간밖에 허락되지 않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다들 어찌나 빨리 등산하시는지 홍길동같았다.

어느 정도 왔을 때 한 선생님께서 앞선 사람들의 걸음이 너무 빨라, 따라가려니 폐가 찢어질 것 같다며 ‘건치, 좀 쉬자’라고 하는 말씀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우리는 꼭대기에 올라가 정상의 억새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고 내려왔다.

뒤이은 저녁식사 자리를 거치면서 아침에 공항에서 가졌던 낯선 느낌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워크숍, 건치의 고민이 모인 자리

저녁식사 후 자칭 ‘건치의 김제동’ 박성표 공동대표님의 사회로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새로운 모임 공간을 시도하거나 지역사회에서의 활동 등이 담긴 선생님들의 발표내용을 들으면서 놀라웠다.

특히 자신들의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천건치 선생님들의 ‘꿈베이커리’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인천건치 회원들이 치과에서 환자가 남기고 간 폐금을 어떻게 지역사회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이를 현실화하려 노력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이 건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건치의 대중성에 대한 고민들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는데 선생님마다 건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많이 하시고,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나에겐 아직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건치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고민이 새로운 회원의 유입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들을 가지고 계셨다는 점이다. 신입회원으로서 건치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기에 좋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물질적인 것이 아닌 가치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흐름과 방법들에 대한 고민의 장이 건치가 되었으면 한다는 한 선생님의 말씀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번 9월에 있었던 건치 토크콘서트도 이러한 생각의 하나로 시작된 것이었다.

선생님들이 겪었던 사회와 요즘의 젊은 치과의사들과 학생들이 겪는 사회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전의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새로운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변하지 않기에 이러한 가치 지향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어주고 그러한 활동을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건치의 역할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에 담았다.

제주 워크숍의 여운을 뒤로 하고..

제주의 하늘과 용눈이 오름의 바람을 뒤로하고 떠나는 오후 9시. 건치 선생님들과 서로 익숙해질 무렵 1박 2일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다. 엄마처럼 안아주신 정효경 선생님의 정겨운 웃음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탑승한 비행기 안. 나와 건치 선생님 중간에 외국인이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이 ‘정중한 영어’로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그분이 ‘정중한 한국어’로 흔쾌히 바꿔주시어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선생님의 정중한 영어로 웃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선생님의 학생시절과 건치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건치활동에 대한 따뜻한 말씀과 당부도 감사했다.

좋은 경험이었던 제주 워크샵.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던, 귓가에 남은 그 말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냥 살면 재미없잖아, 살아 있음을 느껴보라."

 

심영주(원광대 대전치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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