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운동에서 벗어나 ‘삶’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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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운동에서 벗어나 ‘삶’이 될 것”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10.2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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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건치 울산지부 기획 ③] 울산건치 “출발은 10년 늦었지만 미래는 100년 더 길게 간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울산지부(이하 울산건치)의 마지막 기획은 조직의 미래를 전망하는 특집으로 마련했다.

울산건치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조직을 세운 저력으로 후발대임에도 여느 지부 못잖은 역량을 발휘해왔다. 그렇기에 타 지부에서도 울산건치가 이끌어 가는 방향과 힘에 대해 관심과 기대를 보내왔다.

“울산엔 대학도 없고, 사람도 많이 없는데… 가끔 신규 회원도 들어오는 거 같고, 사업도 많이 하고 참 신기해요. 비결이 뭐래요?”

건치 지부 총회가 한창인 연말쯤에 전국 지부를 돌다보면 나오는 이야기이다. 물론, 울산건치에 푸룻푸룻한 청년 회원이 발은 들이는 일은 마찬가지로 드문 편이지만, 울산이라는 지역사회에서나 지역치과의사회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치과의사라면 울산건치를 지나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만큼 지역에서 울산건치가 차지하는 역량의 범위가 넓다는 뜻도 되지만, 그간 울산건치의 행적들이 구성원 다수에게 충분한 설득력과 명분을 심어줬다는 것이 핵심이다.

본지는 지난 기획에서 울산건치의 역사와 현황을 짚어 이러한 조직의 노하우를 가늠케 했다. 이번 미래편에서는 ‘역사’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현장을 바쁘게 뛰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4일 울산건치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는 조용훈 회장을 비롯해 박영규‧김병재 감사, 이주노동자위원회 이채택 위원장, 배석기‧방경환 회원이 자리했다.

편집자

 

울산건치의 미래는 있다‧없다(?)

“우리 울산건치의 미래는 방 선생이지!”

본지와의 지부기획에서 어쩌다 울산건치 역사의 산증인이 돼버린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방경환 회원을 찾았다. 가장 젊고 미래가 긴 회원에게 비전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 방경환 회원이 손사래를 치며 “미래가 없다. 끝이다 끝”이라고 말했다.

방경환 : 미래는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게 좋아요. 여기 오면 위계‧질서 그런 게 없잖아요.(눈치) 요즘 사실 치과의사를 떠나서 30대들 인생에 이런 모임이 없어요. 조금만 위‧아래가 생겨도 굉장히 권위적이고 그렇죠. 거기서 대화하는 것들에 나는 별로 공감거리도 없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론 또 어떤 단체에 가입해서 한 달에 한 두 번 나가고 하는 활동들 자체가 맥이 끊겼어요. 소소한 동창회, 계모임 같은 것도 다 마찬가지예요. 어딜 가도 내 위로 10년이 더 많고, 이제 누가 새로 들어와도 내 밑으로 10년차가 나겠죠. 이게 건치만의 문제는 아니고, 요즘 문화겠죠.

배석기 : 예전에 우리가 개원을 할 땐 여백(?), 여유(?) 같은 게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래도 생존 자체가 힘들고 그렇다보니 실체적인 문제를 벗어나서 다른 문제를 고민하자고 했을 때 조금은 안 통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달에 두 번씩 운영위를 할 때 나와서 열변을 토하던 사람이 이제 점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재생산이 돼야 하는데 이제 사람들은 그럴 여유가 없는 거죠.

근데 그게 또 흐름이고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가 30대였던 때에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이 보편적이고 타당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특별한 일이 됐잖아요. 어쩌면 그래서 방 선생 같은 사람이 더 의미가 크죠. 방 선생 같은 사람들이 있는 한 울산건치는 잘 될 거예요.

“울산건치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 각계 조직마다 가진 세대교체의 과제를 울산건치 역시 떠안고 있었다. 쉽게 ‘끝’이라는 단어로 시작된 이날 간담회는 ‘새로운 방식의 시작’이라는 다른 의제를 낳았다. 새로운 것이라는 데 대한 강박을 버리고 ‘운동’에서 ‘생활’이자 ‘문화’로 다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박영규 감사

박영규 :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70대 할아버지들이 길거리에서 발랄하게도 노래를 부르고 전단을 나눠주고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울산건치가 생겨나고 벌써 십수년이 흘렀는데, 나는 우리 미래가 그럴 거라 생각해요. 지금도 이렇게 노는 걸로 봐서는 뭐 그런 미래라면 우리는 문제없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데 너무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 할아버지들처럼 뛰어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또 있을 거예요.

조용훈 : 맞아요. 건치는 이게 가장 문제예요. 이제 한 60세밖에 안됐는데 벌써 원로라 하고, 일선에서 손을 놓고 그러면 안돼요. 다른 지부는 잘 모르겠지만, 울산건치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거기 있거든요. 지금도 봐요. 박영규 선생이 전직 회장이었는데, 지금은 감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집행위에 나오고 진료소도 나가고 계속 일을 하잖아요. 울산건치는 끝나도 끝이 아니에요.

박영규 : 건치 활동을 운동이라 생각지 말고 생활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방 선생도 처음엔 건치 나오는 걸 어색해하더니 이제 자연스럽잖아요. 20살씩 차이가 나지만 다 친구처럼 지내요. 울산건치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일 때도 있어요.(웃음)

조용훈 : 나는 좋은 데요 왜. 이번에 제주도 워크샵 갔을 때도 이희원‧조기종‧강신익 선생님이 전부 같이 와서 아침에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환갑 넘은 연세에도 아직도 후배들 시중  들어야 하니 우리는 얼마나 좋아요.

“건치가 ‘건치’가 아닐 때 길이 보인다”

“원래 건치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러니까 이 사회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지면 건치는 자연히 사라져야 하는 조직이고, 건치가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꼬라지’로 봐서는 건치가 없어지긴 영 힘들지 싶다”

건치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곳. 가끔 귀찮을 때도 있고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해야 할 일들, 벌려놓은 그 일들 앞에 다시 나오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울산건치 안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진료소 사업이 있어 울산건치의 지속성에 관한 미래는 밝다.

배석기 : 주로 주말에 하는 진료소 사업에 나가기 싫을 때도 있잖아요. 아니 사실 그럴 때 꽤 많아요. 오늘은 가지말까 싶을 때쯤 결국 또 나가게 되는 거예요. 이 일을 같이 만들어 온 사람들 봐서 나가는 거죠. 이번 주는 가지말까? 싶어서 다들 한 번 쳐다보면 “네가 어떻게 안 나올 수 있냐?”하는 원망이 느껴지잖아요. 또 문 열고 나가게 돼요.

치과의사라는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두드러지게 잘 할 수 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전문성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잖아요. 근데 또 다르게 얘기하면 여러 분야별로 사람이 섞이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울산건치의 현재 사업들 중에서도 치과의사의 모습은 자꾸 옅어지고, 다른 인력들이 가세를 하죠. 이제 건치도 ‘치과의사’라는 독립적인 미래를 논의하기엔 자꾸 역량이 줄어들 거예요. 합쳐지고 같이 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죠.

김병재 감사

김병재 : 그렇죠. ‘건치’라는 이름만 빼면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지 많아요. 사실 울산건치가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도 연대사업이 그 기틀이었죠. 큰틀에서 큰제목을 걸고 하려면 건치가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없어요. 울산건치는 그냥 회인 개개인이 참가하는 활동들이 모여서 생겨났잖아요. 사회 속에서 울산건치가 어떤 역할을 할 뿐이고, 그걸 건치라는 이름으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에요. 초창기에 우리 이름을 내걸고 벌리던 사업들이 이제 다 자리를 잡아가면서 어쩌면 우리 활동이 쪼그라든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니예요. 실제로 울산건치 개개인이 하는 활동 영역이 결코 작지 않아요. 건치 이름을 내거는 일이 작아질 뿐이죠. 이렇게 해서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역량이 커질 수 있다면 굳이 건치라는 이름을 넣을 필요가 있나요?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 하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 기본이다”라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계속 활동을 해나가면 건치는 절대 쪼그라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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