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생의 눈으로 본 전문의제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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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생의 눈으로 본 전문의제도 논쟁
  • 감희윤‧이종진‧한제욱 학생기자
  • 승인 2015.11.02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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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의 기자수첩]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감희윤‧이종진‧한제욱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4학년 감희윤‧이종진‧한제욱 학생이 특성화 교육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 진행된 전문의제 토크 콘서트에 학생기자로 활동했다. 치과계의 숙원과제인 전문의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기자수첩에 담았다. - 편집자 -

 

지난 달 26일 월요일 저녁. 한국시리즈 1차전이 한참 진행되는 동안 ‘분열과 과잉경쟁을 넘어 상생의 소수전문의제로’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본과 4학년 마지막 임상 케이스 마감을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참여한 이 자리에서, 나는 지금까지 치과대학이라는 온실 속에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10월 26일 ‘분열과 과잉경쟁을 넘어 상생의 소수전문의제로’ 토크콘서트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이하 전문의제)는 졸업 후 수련은 받는 학생들만 관심을 두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련을 받고자 하는 수련병원에 전문의 TO(정원)가 몇 명인지, 이중 내가 가고자 하는 과의 TO는 몇 명인지, 이에 따라 같은 기간의 수련을 받고도 누구는 전문의 자격을 받고 누구는 인정의를 받기 때문이다.

결국,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전문의 제도에 대한 논의보다는 전문의를 받기 위해 서로의 등수를 따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전문의 TO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해주고 여기에 맞게 경쟁을 통해 받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지 이 제도가 바뀔 수 있는구나, 불완전하구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치협에서 제시한 다수 전문의제도에 대한 로드맵에 대해 본과 2학년 학생회장이 와서 설명한 뒤 졸업을 앞둔 선배님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하며 전문의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간 적이 있었다. 다들 바쁘기도 했고 이전에 전혀 고민해 본적이 없는 ‘전문의제’ 관련 문제이기에 제대로 읽지도 않고 설문지 답변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무슨 말인지 용어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고 중요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면 후배들이 와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진 않을 거니까.

결국, 내 설문을 하고 바쁜 동기 설문까지 내가 대신해서 제출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 그때 진행했던 설문결과가 소수전문의제를 지지하는 93.9%의 치과대학 재학생 비율이라는 근거가 됐다니 황당했다.

전문의제를 보는 ‘방관자적 시선’을 넘어

바로 여기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치과대학에 입학해서 해부학을 외우느라, 치아모형을 깎고 쌓고 스케일링 몇 개, 충치치료, 신경치료, 소아진료, 크라운 보철, 심지어 틀니 치료까지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니 여기에 정신을 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 이런 문제는 치과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대외적인 학생회 활동을 하는 극소수의 학생이 아니면 힘들다. 11개 전국치과 대학 중에서도 한명씩 정도일까.

치대 입학생의 95% 정도가 국시를 통과하면 치과의사 면허를 받고 떨어진 5% 역시 내년 혹은 내후년이라도 국시를 보면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치과대학 학생이 곧 치과의사가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된 현실에서, 또한 이 가운데 전문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치과의료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전문의제에 대한 교육과 논의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의제의 목적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과 보험재정 등을 고려해 여기에 맞는, 그리고 질 높은 치과진료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결국 치과 의료 상업화 속에 정부가 인정해준 전문의라는 광고 문구 하나가 더 늘어나고 여기에 이해관계가 걸린 치과의사 사이의 갈등이 전문의제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치협에서는 전문의 제도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개원의 눈치만 봐가면서 표를 얻는 전략 정도로만 여기고 실제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보건복지부 행정관료들의 요구사항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전문의제도 논쟁을 두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였던 나와 같은 치과대 학생도, 전문의제도 교육이 부족했던 치과대학 교수님들도, 전문의를 받은 개원의, 인정의, 치협 등등 모든 치과의사가 비난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최악의 패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유럽과 미국의 예를 들며 이야기하는 것은 전제부터 맞지 않는다. 유럽의 공공의료와 미국 사설 의료시장의 현실과 우리나라 의료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대한치과의원협회 이경록 법제이사의 “치과의사가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을 펼쳐야만 다시 수십 년 후에도 원칙을 번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결국 이런 전제 가운데 한국 치과 의료계에 가장 맞는 전문의제의 모양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처럼 남아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치과의사‧학생‧보건복지부‧국민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최선책이 나오기 위해 치협을 중심으로 치과의사의 의견을 모으는 노력뿐 아니라 치과 대학생들 역시도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토론의 기회가 필요하다.

그저 치과대학 학생대표 한 명이 전문의제 토론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포함해 구색을 갖추는 것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싶다.

 

감희윤 학생기자 

 

 

이종진 학생기자

 

 

한제욱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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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2015-11-04 12:40:50
건치신문이 이런 기사를 게재한것 자체가 이상할정도로 굉장히 균형잡힌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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